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이 무려 15년 만에 고향 팀으로 돌아가게 됐다. 1월 18일 오전까지 무적 신분이었던 정성훈은 KIA 타이거즈와 입단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기회를 얻게 됐다. 1980년 광주에서 태어났던 정성훈은 송정초등학교와 무등중학교,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태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아 2002년까지 타이거즈에서 뛰었다.

18일에 KIA는 광주에서 선수단 체력 테스트가 실시된다. 이 날 체력 테스트는 김기태 감독이 스프링 캠프를 떠나기 전에 선수단 전체를 상대로 실시하며, 선수들에게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다잡게 하는 계기가 된다. 지난 해에는 사정이 있어서 예외로 실시하지 않았으나 KIA는 체력 테스트 여부와 관계 없이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정성훈은 팀을 찾느라 체력 테스트를 준비할 여력이 없었던 탓에 이 날 체력 테스트를 실시하지는 않고, 일단 선수단과 만나서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정성훈의 시즌 준비 일정은 코칭 스태프들과 논의 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과정에서 조계현 단장이 정성훈을 직접 만나지는 않고 둘 사이에는 통화만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에서 시작한 커리어, 수도권에서 보낸 파란 만장한 선수 생활

정성훈은 고향 팀에서 보낸 시간이 짧았다. 광주제일고등학교 시절 최희섭(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송원국(현 홍익대학교 코치), 이현곤(현 NC 다이노스 코치) 등과 함께 야구부 내야를 책임졌던 핵심 멤버였다. 프로에 데뷔했던 1999년 유격수로 데뷔하여 타율 0.292를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에도 올랐을 정도로 정성훈은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이후 홍현우가 2루수로 이동하고 박계원이 유격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정성훈은 본격적인 3루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종범(현 국가대표 외야 및 주루코치), 김종국(현 KIA 타이거즈 코치)의 앞 타순에서 공격의 흐름을 연결하는 공포의 9번타자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그러나 정성훈의 고향 팀 커리어는 너무 짧았다. 2002년 시즌이 끝난 뒤 정성훈은 이현곤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밀렸다. KIA에서는 거포가 필요하다면서 박재홍(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트레이드 영입을 시도했고, 이에 트레이드 상대로 정성훈이 지목된 것이다.

이에 박재홍은 2003년부터 현대 유니콘스로 이적하여 수도권 팀에서 선수 생활을 보내게 됐다. 이적 첫 해에 0.343의 타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이적 첫 해를 보내는 듯 싶었지만, 시즌 중 대구 원정에서 라이언 글린(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공에 손목을 맞으며 시즌 아웃되는 바람에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2004년에 현대는 무려 9차전까지 가는 처절한 혈투(4승 3무 2패) 끝에 마지막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정성훈은 손목 부상 후유증과 2004년 프로야구 병역비리 사건 의혹과 관련하여 한국 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소송을 통해 입대를 연기한 이진영은 2005년에 부활했다.

하지만 정성훈은 2006년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원래 예비 멤버였다. 그러나 1라운드 첫 경기인 대만 전에서 3루수 김동주(당시 두산 베어스)가 무리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바람에 정성훈이 대체 선수로 2라운드에 합류하게 됐다. 2라운드에서 활약한 정성훈은 대표팀이 4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2007년 시즌을 끝으로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되면서 2008년 우리 히어로즈 멤버로 시즌을 보낸 정성훈은 첫 번째 FA 자격을 얻고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9년을 LG에서 보내면서 정성훈은 LG와 FA 계약만 3번을 체결했다. 그 과정에서 정성훈은 2016년 오른손 타자로는 역대 2번째로 KBO리그 통산 2000안타를 돌파했고, 현재는 오른손 타자 역대 최다 안타 기록 선수(2105안타)가 되었다.

역대 최다 출전 선수, 고향 팀으로 돌아오다

2017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정성훈은 통산 2135경기에 출전하면서 종전에 양준혁(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갖고 있던 역대 최다 출전 1위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오프 시즌 마무리 캠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성훈은 충격의 방출 소식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LG 구단측 입장(단장 양상문)에서는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소 거리가 있어서 결단을 내렸음을 밝혔다. 보호선수 40명에서 제외된 정성훈은 2차 드래프트에서도 지명을 받지 못하며 쓸쓸한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비록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2017년 정성훈은 타율 0.312에 OPS 0.828을 기록했다. 나이 때문에 주전은 힘들겠지만 오른손 타자 백업 요원으로는 가치가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정성훈에 대한 영입 계획이 전혀 없다는 구단이 7개나 되었을 정도로 새 팀을 찾기가 힘들었다.

나머지 3개 팀들은 "당시 상황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는데, 그 중 한 팀이 KIA였다. KIA는 외국인 선수(헥터 노에시, 팻 딘, 로저 버나디나)와 FA 김주찬 그리고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한 다른 많은 선수들과의 연봉 재계약 협상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1월 16일 김주찬과의 재계약 협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비로소 정성훈과 접촉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서도 김기태 감독을 비롯하여 정성훈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대두됐다. KIA의 대타 요원들이 거의 대부분 왼손 타자들이었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 백업 멤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특히 정성훈의 기량을 감안하면 경기 후반에 한 타석 나오는 대타 요원 정도가 아니라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임시 선발 출전도 가능한 즉시 전력 선수였던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정성훈은 지난 해 LG와 계약할 때 1년 7억원 계약을 했다. FA 계약이었기 때문에 계약금 4억원이 포함되었고, 연봉 3억원이었다. 이번 체결된 계약의 연봉은 1억원으로 자유 계약 선수이기 때문에 별도의 계약금은 없다. FA 계약금까지 감안하면 무려 6억원이 삭감된 것이지만, 정성훈은 일단 경기에 뛸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음을 밝혔다.

최다 출전 등 각종 대기록 앞두고 있는 정성훈

 LG 트윈스의 베테랑 타자 정성훈이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구단은 정성훈에게 벌금 1천만원 자체 징계를 내렸다.

LG 트윈스 시절의 정성훈 ⓒ 연합뉴스


새로운 기회를 얻음에 따라 정성훈을 기다리고 있는 각종 대기록들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일단 정성훈은 당장 개막전에 대타로 한 타석 서기만 해도 2136경기에 출전하면서 역대 최다 출전 부문 단독 1위가 될 수 있다. 이 부문에 있어서 현역 2위는 LG 시절 동료였던 이진영(현 kt 위즈)의 2049경기이며 후배들이 당분간 정성훈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2000경기 이상 출전 타자 역대 10명).

역대 15번째 1000타점을 기록했던 최형우와 같은 팀에서 뛰게 된 정성훈은 앞으로 31타점만 더 추가하면 KBO리그 역대 16번째 1000타점 타자가 된다. 82득점을 추가하게 되면 1100득점을 넘기면서 이 부문 오른손 타자 최다 기록도 넘을 수 있게 된다. 이 부문 현 기록 보유자는 타이거즈의 레전드 리드오프였던 이종범이다(역대 득점 1~6위는 모두 왼손 타자).

최다 안타 부문에서도 현재 오른손 타자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기록만 봐도 4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충분히 기회를 얻는다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역대 3위 이승엽(2156안타)의 기록을 넘을 수 있다. 역대 1위 양준혁(2318안타)의 기록을 넘기에는 정성훈은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성훈은 충분한 기회가 따른다면 역대 최다 안타 3위까지는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 팀 동료였던 역대 2위 박용택(LG 트윈스 2225안타)이 이 부문 1위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만 39세가 되는 박용택은 올 시즌을 끝으로 2번째 FA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다.

여기까지 언급된 기록들 중 최다 출전 역대 1위, 16번째 1000타점, 최다 안타 역대 3위까지는 정성훈이 부상만 없다면 올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기록들이다. 오른손 타자 최다 득점 1위의 기록은 백업으로 뛴다면 앞으로 2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정성훈이 올해 좋은 모습을 보여 재계약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성훈은 그 동안 리그에서 최정상급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꾸준한 활약을 통해 누적 기록 부문에서 위와 같은 대기록들을 바라보게 됐다. '조용한 전설의 길'을 걷고 있는 정성훈이 고향 팀에서 얻은 새로운 기회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스토브리그 KIA타이거즈 정성훈계약 정성훈개인기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