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1도움' 손흥민 활약 토트넘, 에버턴에 4-0 대승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7번)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6분 에버턴의 문 안으로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집어넣고 있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에버턴에 4-0 대승을 거두었다.

▲ '1골 1도움' 손흥민 활약 토트넘, 에버턴에 4-0 대승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7번)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6분 에버턴의 문 안으로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집어넣고 있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에버턴에 4-0 대승을 거두었다. ⓒ EPA/연합뉴스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은 최근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손흥민은 올시즌 벌써 11골을 넣으며 지난 시즌에 이어 2년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14일(아래 한국시간) 에버턴과의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에서는 1골 1도움으로 팀의 4-0 대승을 이끌고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리그 홈경기 5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기록도 추가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10일 스토크 시티전을 시작으로 브라이튼, 사우스햄튼, 웨스트햄 그리고 에버턴을 상대로 꼬박꼬박 득점을 기록하며 꾸준한 페이스를 과시하고 있다. 과거 다소 기복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 올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손흥민

그동안 손흥민은 영국 현지에서는 팀 동료 해리 케인이나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에 다소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정상급 선수로 평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월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에서 발표한 유럽 5대 빅리그 선수들의 이적 가치에서 손흥민은 7260만 유로(약 930억 원)로 전체 5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69위(4480만 유로)를 차지했을 때보다도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아시아 선수 중에는 단연 최고였다. 그만큼 손흥민이 이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한국축구로서도 손흥민의 꾸준한 성장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한동안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하여 대표팀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표팀에서 스스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고, 간판 선수로서 항상 상대의 집중견제 대상이 되어야 하는 어려움도 극복해야 했다.

최근의 손흥민은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 부동의 에이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손흥민이 A대표팀에 데뷔한 2011년 이래 현재까지 손흥민보다 더 많은 A매치 골(61경기 20골)을 넣은 선수는 없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에는 측면 날개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하여 확실한 골잡이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신감독이 속팀 토트넘에서의 활약에서 힌트를 얻으며 손흥민을 중심으로 하는 전술을 구축한 것도 주효했다.

올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한국축구에서 손흥민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도 같다. 한국은 독일, 스웨덴, 멕시코 등 세계적인 강호들과 죽음의 조에 속하여 어려운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조편성이 알려지자마자 사실상 월드컵은 끝났다고 비관적인 전망이 득세하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항상 희망은 존재한다. 올해 한국축구에서는 손흥민이 바로 그러한 존재다. 과거에 차범근이나 박지성, 안정환이 그러했듯이, 혼자 힘만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 존재 자체가 상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선수의 유무는 큰 대회일수록 아주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의 손흥민은 분명히 한국축구가 세계무대에서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며, 명실상부하게 지금의 한국축구를 상징하는 '판타지 스타'다.

하지만 손흥민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는다. 호날두나 메시 같은 슈퍼스타라고 할지라도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냉정히 말하면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만나게 될 강호들에는, '손흥민급'이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를 적어도 몇 명 이상 보유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손흥민 성장세 반갑지만... 다른 선수와 격차 벌어질수록 외롭다

손흥민의 성장세와 별개로 한국축구가 '손흥민의 원맨팀'으로 전락하는 것은 오히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성공을 맛본 2002년이나 2010년 당시 박지성과 안정환같은 선수들이 중요한 축을 담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표팀이 이들에게만 의존하던 팀은 결코 아니었다. 직접 골을 넣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해도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 묵묵히 헌신하며 제몫을 다 해준 선수들의 공헌도가 있었기에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도 빛날 수 있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축구가 수많은 해외파 선수들을 배출하여 선수층이 많이 두터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현재 유럽파 중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며 활약하는 선수들은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황희찬, 권창훈 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빅리그나 상위권 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본격적인 전성기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는 사실상 손흥민이 유일하다.

주장 기성용은 지난해 잔부상으로 고전하고 있으며 소속팀은 강등권에서 힘겨운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때 대표팀 붙박이였던 이청용과 지동원 등은 소속팀에서 출장기회도 잡지 못한 지 오래되었으며 홍정호나 박주호 등은 해외무대를 포기하고 최근에야 결국 국내로 유턴해야 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선취골을 넣고 관중 앞에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선취골을 넣고 관중 앞에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4년 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브라질월드컵과 비교해도 당시 주축 멤버 중 그때보다 발전했다고 할 만한 선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비수는 이영표-김동진-차두리 이후 아예 유럽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며 이번엔 국내파와 아시아리거 위주로만 대표팀 수비라인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한국축구의 차세대로 기대를 모았던 이승우나 백승호는 아직 유망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황희찬과 권창훈이 성장하고 있고, K리거들 중에서도 이재성, 김민재 등 주목할 만한 새 얼굴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게 위안이다. 하지만 이들이 당장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손흥민과 다른 선수들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손흥민은 외로워진다. '손흥민이 무언가 해주겠지' 하는 신뢰가 지나친 의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국이 손흥민의 활약에 열광하는 것처럼, 월드컵에서 한국을 만나게 될 상대국들도 이제 손흥민을 주시하고 있다. 손흥민이 더 빛날수록 상대의 집중 분석과 견제가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물론 손흥민도 진정한 에이스라면 그러한 압박감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월드컵에서 손흥민에게 기대해야 할 모습이 혼자 외로이 필마단기로 고군분투하는 원맨쇼는 아니다. 2002년에도 2010년에도 한국은 '누군가의 팀'이 아니라 그 자체인 '원 팀'으로서 세계의 강호들과 당당히 맞서 싸웠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분발도 절실하다. 월드컵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이제는 손흥민 개인의 활약보다 팀으로서의 가능성을 더 주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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