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레알 마드리드가 데포르티보에 3대 0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볼을 몰고 있다.

4월 2일 레알 마드리드가 데포르티보에 3대 0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볼을 몰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가 무너지고 있다. 레알은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승점 32점으로 4위에 그치고 있다. 선두 바르셀로나와 무려 16점 차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14일 열린 비야레알과의 '2017-201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9라운드 경기에서도 0-1로 패배하며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벌써 리그 4번째 패배이자 최근 3경기 연속 무승이다. 레알은 앞서 열린 코파델레이(국왕컵.11일)에서는 8강 진출에 성공하고도 3부리그 소속 누만시아에게 2대 2로 비기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레알의 부진과 함께 덩달아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선수는 역시 팀의 간판인 호날두다. 호날두는 2017-2018 시즌 리그 14경기에 나서 4골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이중 2골은 PK였다. 득점 이후 특유의 경쾌한 '호우 세리머니'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이제 가물가물할 정도다. 시즌 초반 부상과 징계로 인한 공백을 감안해도 호날두의 이름값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그나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 전 경기 득점을 기록하는 등 무려 9골을 터뜨리며 자존심을 세웠지만 리그에서는 2009년 레알 입단 이후 가장 저조한 페이스를 기록 중이다. 호날두는 지난 비야레알전에서도 무려 11개의 슈팅을 난사했으나 단 하나도 골문을 가르지 못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호날두는 올 시즌 리그에서 총 94회(전체 1위)의 슈팅을 난사한 것에 비해 슈팅 대비 득점 전환율은 단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라이벌' 메시는 선전하는데, 자존심 구긴 호날두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와 FC 바르셀로나의 약진은 호날두를 더욱 초라하게 한다. 시즌 초 MSN 트리오의 한 축을 이루던 네이마르(PSG)의 이적과 감독교체 등의 변수로 전력이 약화되었다는 우려를 받았던 바르셀로나지만 정작 압도적인 질주로 리그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는 레알을 3-0으로 완파하며 기세를 드높이기도 했다. 사실상 리그 우승 경쟁은 일찌감치 바르셀로나 쪽으로 기운 모습이다. 지난 시즌 호날두에 발롱도르를 내주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메시는 올 시즌 벌써 16골을 터뜨리며 2년 연속 득점왕을 위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전년도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챔피언스리그 2연패와 리그-클럽월드컵 우승까지 휩쓸며 승승장구하던 호날두와 레알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레알의 누적된 문제점이 터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30대를 넘기면서 호날두가 노쇠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제기되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지난 시즌도 리그 25골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등 중요한 큰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문제는 나이가 많아지면서 호날두의 플레이 스타일이 팀에 주는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날두의 지나친 득점 욕심은 전성기 때부터 꾸준히 지적받아온 부분이다. 그동안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호날두의 많은 골 숫자와 팀 승리로 무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팀의 부진과 함께 이런 문제점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과 골 결정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아무 데서나 슈팅을 쏘아대는 '난사 기질'은 더 심해졌다.

슈팅 기회를 포착하는 움직임은 여전히 예리하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골이 안 터지는 날에는 아예 팀플레이에 방해만 되는 날도 허다하다. 본인의 골이 없어도 창의적인 플레이로 팀의 공격찬스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메시와 가장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호날두는 지난해 탈세 논란과 이적설 등으로 마음고생을 겪었고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온전히 시즌 준비에 집중하지 못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호날두가 팀의 간판스타다운 모범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팀 분위기를 흐리는 언행을 거듭하며 영향력과 신뢰도가 많이 하락한 모습이다. 호날두는 뛰어난 기량에 비해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줄 리더십까지 보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부분은 호날두의 전성기 때도 평가가 그리 높지 않았다.

전성기 지난 호날두, 여전한 '난사 기질'은 문제점

동료들의 부진도 호날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공격진으로 꼽히던 던 BBC(베일-벤제마-호날두)는 이미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베일은 잦은 부상에 허덕이고 있으며, 벤제마는 기량이 뚜렷하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3인방이 올 시즌 리그에서 합작한 득점은 단 10골로 메시의 개인 득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 시즌 개인 커리어 사상 가장 저조하다는 호날두가 그나마 3인방 중에서는 가장 준수한 활약을 보인 편이었다는 게 역설적으로 레알의 부진 이유를 증명한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호날두에 대한 집중수비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은 호날두의 무리한 플레이로 어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더구나 레알은 지난 시즌 이후 전력보강에 소홀했다. 로테이션 멤버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던 알바로 모라타(첼시)와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등이 팀을 떠나면서 선수층이 얇아졌다. BBC 트리오의 노쇠화 조짐이 이미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대체할만한 카드를 준비하는데 소홀했다.

라이벌 바르셀로나는 또 다른 스타인 네이마르를 떠나보냈지만 별다른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스만 뎀벨레, 필리페 쿠티뉴 등 적재적소의 영입 또한 소홀히 하지 않으며 전력을 보강한 것과 대조된다. 레알도 선수 영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당장 1월 이적시장에서 영입가능한 거물급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레알은 지난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하면서 슈퍼컵과 클럽 월드컵 일정까지 치르느라 다른 팀들보다 시즌을 일찍 시작하고 가장 늦게 끝나는 패턴이 반복되었고 이는 짧은 휴식기로 인한 주축 선수들의 피로누적으로 이어졌다.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선수들은 새로운 목표의식보다는 그저 정상을 지켜야한다는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자만심에 빠진 레알 구단은 적극적인 투자나 팀 개편을 통하여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소홀했다.

레알은 현재 리그 우승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수성을 걱정해야 할만큼 곤궁한 처지로 몰렸다. 3연패에 도전하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전에서부터 네이마르가 버틴 만만치 않은 전력의 PSG를 만나 승리를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 레알의 성적이 저조할 때마다 터져나오는 감독 교체설은 구단의 레전드 출신인 지단 감독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는 레알도 슬슬 호날두의 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갈락티코'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는 평가다. 호날두는 여전히 레알과 계약기간이 남아있고 레알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지만 올 시즌의 부진에서 보듯 기량 하락세가 점점 두드러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네이마르(PSG)나 해리 케인(토트넘), 에당 아자르(첼시) 등은 거물급 선수들이 차세대 레알을 이끌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를 양분해왔던 호날두의 전성기가 점점 내리막을 향해 가고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후반기 호날두와 레알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그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 호날두의 시대는 정말 끝나가는 것일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