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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는 지난 5일 한 학생에게 폴리아모리가 학칙에 위배된다며 진술서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 한동대가 한 학생에게 보낸 진술서 요구 메일 한동대는 지난 5일 한 학생에게 폴리아모리가 학칙에 위배된다며 진술서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 한동대 재학생 석아무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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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교내에서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를 밟아 논란인 한동대가 학생의 성적(性的)지향까지도 문제 삼아,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대 학생지원처는(이하 한동대) 지난 5일 이 학교 재학생 석아무개씨에게 진술서를 요청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한동대는 석씨가 '자신이 폴리아모리로 사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냄으로써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한동대학교 설립 정신과 교육철학에 입각한 하나님의 인재 양성을 위한 학칙을 위배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사항을 자유롭게 진술해 달라'며 진술서 한글파일을 첨부했다.

한동대 학칙에 따르면 진술서는 징계위를 열기 위한 구비서류다. 결국 한동대는 석씨의 성정체성인 '폴리아모리'를 문제 삼아 그를 징계하는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석씨는 현재 진술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폴리아모리는 다자간 사랑을 뜻하는 것으로 다자사랑주의자들은 소유하고 독점하는 것이 아닌 열린 연애를 지향한다.

학생처장, 전직원에게 메일보내 '폴리아모리 학생' 언급도

이번 진술서 요청에 앞서 한 교수는 간접적으로 석씨가 폴리아모리라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석씨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일 조아무개 한동대 학생처장은 한동대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다부다처로 살고 있다는 홍아무개 작가와 사귄다는 (학생들이 알려주더군요) (우리 학교) 남학생은 다름 아닌 저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했던 학생'이라고 썼다.

이 과정에 석씨는 자신의 신상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연 전 학생처장을 만난 자리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한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학생처장이 메일을 보내고 난 후 바로 당사자가 나로 지목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석씨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한동대 학생들로 이루어진 오픈 채팅방에 한 학생이 '폴리아모리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자 '뉴담(한동대 교내 독립언론) 편집국장이라더라'라는 답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는 뉴담 편집국장인 석씨를 지목한 것이다.

결국 석씨는 학내에서 폴리아모리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이유로 징계를 받을 상황에 놓였다. 이후 그는 기말고사 시험도 치르지 못하는 등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석씨는 "절망스럽고 괴롭다. 폴리아모리라는 것이 퍼진 게 기말고사 때였는데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너무 괴로워 기말고사에 참석 못 한 강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학생들과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혹시 내 이름을 알고 손가락질할까 자기소개를 하기도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한동대의 석씨에 대한 이같은 징계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학교가 개인의 정체성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라며 "학생처장이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개인 정체성을 알리는 행위야말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도 "학생이 누구를 사랑하고 어떤 사랑을 하던 그건 개인의 사생활이다. 학교가 개인의 사생활을 근거로 징계하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라면서 "학교는 사립이든 공립이든 공적기관이다. 학생의 성 정체성, 성향까지 학교가 개입하는 건 사생활 침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권이라는 건 보편적인 장소에서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독교 학교라도 그 곳만 예외가 될 수 없다"라고도 지적했다.

앞서 한동대는 교내 동아리가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했다는 이유로 관련 교수와 학생들의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는 이 강연의 사전준비를 논의하고 진행한 바 있다. 한동대는 석씨에게 '사건 진술서 제출 요청' 메일을 보내 석씨가 강연과 연관되어있다는 점을 밝히며 진술서를 요구했다.



태그:#한동대, #아웃팅, #페미니즘, #징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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