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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누군가에겐 더 없이 소중한 노동을 하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힘들지만 누군가에겐 더 없이 소중한 노동을 하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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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한 날씨였던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현재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아무개(56·서울)씨를 만났다. 참고로 필자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아는 요양보호사 교육원 관계자를 통해 인터뷰 차 만난 그 자리에서 필자는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일을 왜 시작하게 되었나

"제가 현재 50이 넘었는데 나이 들수록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내가 아직 노동할 힘이 있다면 나만의 가치 있는 일이 뭘까 생각 끝에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죠. 시험에 합격했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나 스스로 기특하고 뭐 그랬죠."

자신의 가치를 찾아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필자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이런 사람을 만날 때마다, 예전에 내가 안다고 믿었던 생각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스스로 질문 했을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하는 일은 경우에 따라 다양해요. 어르신 병원 모시고 가서 진료받고, 약국에서 약 타고 시장가서 물건 사고 무거운 물건과 어르신 부측하고 돌아와요. 그러면 땀났으니 목욕도 시켜드려요. 그리고 식사 드리고 약 챙겨드리면 4시간은 금방 가요. 문득 내 엄마 생각도 난답니다."

요양보호사에게만 유독 철저하고 독한 시급

김씨는 자신의 시급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저는 재가 방문요양을 하고 있어요. 2018년부터 최저시급이 7530원이잖아요. 우리는 공단 수가를 60분으로 기준으로 재계산하면 210분 이상은 아무리 주휴수당과 처우 개선비를 포함한다 해도 최저시급이 안됩니다. 공단 수가 자체가 적어도 너무 적어요."

방문요양은 이용자의 집에 직접 방문하여 요양 보호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돌봄 노동은 중장년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표적인 일자리가 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시설 요양보호사는 평균 115만 원(월 근무시간 188시간), 재가 요양보호사는 평균 65만 원(월 근무시간 88시간)을 받는다. 시설 요양보호사는 긴 시간 일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재가 요양보호사는 생계형 월급을 보장받기 어려운 시간제로 일하며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이다.

심지어 처음 제도가 시행되었던 2008년과 현재 2018년의 임금 변화도 없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맞춰 수가인상률도 높여야 하는데 10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73%이고 수가인상률은 30%이다. 이 차액은 그동안 요양보호사의 말도 안 되는 휴게시간 늘리기로 보존되어왔다.

"방문 요양은 일자리가 없어지면 다음 이용자가 생길 때까지 기약 없이 대기해야 해요. 그래서 생계를 위해 여러 기관에 등록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급하면 최저시급 이하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이처럼 어느 한 기관 직원으로 집중되지 못하는 요양보호사는 월례회의·교육 참여가 어렵고 사회보험과 퇴직금 보장이 안 되고 요양서비스 질 향상도 어렵다. 대다수 요양보호사는 하루 8시간 근무를 원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자체가 단시간 시급제 노동을 하도록 설계되어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밖에 일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의 노동은 가치 있는 노동이다

"그래도 저는 저의 노동이 자랑스럽습니다. 적어도 저 스스로에게는 떳떳합니다. 제가 없으면 이분들은 당장 귀저귀도 못 갈아서 환부가 짓무르거든요. 제가 방문해서 돌보는 시간 중 1시간, 아니 30분조차도 이분들에게는 귀중한 시간이에요. 그런데 일부 사람들의 인식은 저를 한없이 모자란 사람으로 만듭니다."

그렇다. 요양보호사를 향한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시선은 존재한다. 나이 들어서 일할 곳이 없어 요양보호 일을 한다든지 혹은 그저 봉사하는 사람들... 그래서 최저시급 이하로 받아도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인식까지 말이다.

그런 인식을 가진 이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모든 사람들의 노동은 다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가치 없는 노동은 필자의 기준에 없다. 요양보호라는 일은 자신의 노동으로 타인의 생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노동이다. 왜 이런 소중한 노동의 가치가 국가에게 최저임금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왜 그런 날 있지 않습니까? 심장은 타들어 갈 듯이 아프고 외로운데 누구에게도 차마 말 못 해서 더 타들어 가는 순간... 저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어요. 내가 지금 겪는 이 상황이 나한테만 온 것 같고 괜히 나 자신만 자책하면서 서서히 무너지던 순간 저를 다시 잡아준 것은 뜻밖에도 제가 돌보는 어르신과 그 가족들의 응원의 한마디 였어요."

요양 보호일이란 그녀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이 차가운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하는 길이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현재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내가 만난 요양보호사, #나의 노동은 가치있는 노동, #독한 시급, #처우개선 필요, #요양보호사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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