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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의 동상 뒤에 청와대에서도 볼 수 있는 정도의 대형 촛불 조형물을 세웠다. 위치를 정확하게 말하면 지하철 5호선 7번 출구 방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이순신 장군 동상을 거쳐 해치광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직전이다. 봄부터 가을까진 분수를 가동하는 곳 가운데 세종문화회관 방향의 모서리에 높이 9m의 대형 촛불 상징물을 세우고 난 뒤 다음날 이를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냈다.

당일 기사로 노출되었다. 처음 편집부로 보낼 때는 제목이 '청와대에서도 똑똑히 볼 수 있는 대형 초를'이었는데 '청와대에서도 보이는 대형초 밝혔다'로 편집됐다. 이 제목도 부제로 사용했던 것이니 편집이 되었다고 보기 보다는 제목과 부제를 바꿨다고 보면 되겠다.

이 기사는 잉걸에서 오름은 고사하고 버금조차도 되지 못 했지만 기사를 읽은 이들의 수가 8만 1175에 이를 정도로 많은 이들이 봤다. 거기에 추천 151, 공유 8114으로 실시간 원고료까지 4개 부문의 랭킹 상위에 올라 제법 오랜 시간 노출됐다.

광화문광장에서 처음엔 길어야 1달 정도를 예상하고 노숙을 시작했다. 거의 1달이 다 될 무렵인 2016년 12월 9일 민족미술협회와 함께 대형 촛불조형물을 세우는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조형적인 분야는 작가들이 잘 하지만 현장에서 건축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작업은 그들로서는 난감한 모양이었다. 이순신장군동상 앞에 있던 무대를 뒤로 이동하는 작업에 손을 보태고 난 뒤 처음엔 도로 옆에 내려놓은 파이프들을 옮기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거들었다. 곧장 작업을 하는데 “왜 사람들이 아직도 안 나와”라며 어떻게 조립을 할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함께 조립을 시작하게 됐다. 광화문미술행동과의 활동 참여는 이렇게 시작됐다.
▲ 광화문광장 촛불 광화문광장에서 처음엔 길어야 1달 정도를 예상하고 노숙을 시작했다. 거의 1달이 다 될 무렵인 2016년 12월 9일 민족미술협회와 함께 대형 촛불조형물을 세우는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조형적인 분야는 작가들이 잘 하지만 현장에서 건축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작업은 그들로서는 난감한 모양이었다. 이순신장군동상 앞에 있던 무대를 뒤로 이동하는 작업에 손을 보태고 난 뒤 처음엔 도로 옆에 내려놓은 파이프들을 옮기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거들었다. 곧장 작업을 하는데 “왜 사람들이 아직도 안 나와”라며 어떻게 조립을 할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함께 조립을 시작하게 됐다. 광화문미술행동과의 활동 참여는 이렇게 시작됐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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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촛불에 대한 글을 쓸 때 텐트촌(훗날 백기완 선생님께서 이 '광화문캠핑촌'을 "'광화문채알마을'로 하라"고 하셨었다는 말씀을 했다. 여기에서 채알은 어느 지역인가의 방언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차일'이 표준어로 전국적으로 널리 쓰이던 말이다.)에 난입해 폭력과 폭언을 퍼붓던 수구세력들 탓에 기사로 올리는 작업이 늦어졌다.

하기야 "캠프촌에 노인들이 이른 시간부터 엄청 모여드네요. 촌민 여러분 텐트촌으로 집결해 주세요. 천막을 들춰보고 이상합니다. 텐트촌 촌민들 급히 앞마당 집결 부탁합니다"란 다급한 유홍희씨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메시지를 받고 달려가 1시간 반 이상 대치한 결과로 <"저 XX 이빨 부러뜨려…" '애국'노인들의 민낯>란 기사 하나가 더 오마이뉴스에 오르게 되었다. 이 기사 또한 조회수와 추천, 공유, 독자원고료까지 4개 부분에 상위에 올랐다.

촛불은 진화한다.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는 강원도 춘천시를 지역구를 한 국회의원 김진태의 경솔한 말이 불씨가 되어 바람에도 절대 꺼지지 않는 LED촛불이 대세를 이뤘고, 이제 청와대에서도 광장을 보면 밤마다 환하게 빛날 초대형 촛불이 등장했다.

촛불 안에는 304개의 풍선에 2014년에 발생한 4·16희생자의 이름을 기록해 넣기로 했다. 그리고 12월 10일 탄핵 가결을 기념하여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 대형촛불을 밝히는 작업은 이제까지 광장에 함께한 모든 "위대한 시민"들을 위한 작업이다. "나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을 떨친 나 하나라도"에서 시작한 행동하는 마음들이 밝힌 촛불이 시민혁명의 횃불로 일어났다.

광장에 촛불 밝히며

우리가 들었다 촛불을
우리가 외친다 민주주의를
99%의 염원이 타 오른다

듣고도 믿기지 않던 흉흉한 말들
허리춤 졸라 묶고 견뎌 온 고단한 삶이
참던 분노 함성으로 하늘 가득히 울린다

빈자리 가득 채워 앞으로 나갈 때
그 강물 무엇으로 막을 수 있던가

때는 이미 되었고
염원은 언 땅 녹이는 불길 되어
한 치의 빈틈없이 번져나가리

진달래 봄 동산에 희망을 피우자
4월 산하에 꽃바람 부는 날
얼싸안고 함께 외칠 한 마디
"민주주의의 완성!"

진실의 거울로 거짓을 지우고
빛으로 어둠을 닦아 외칠 한 마디
"민주주의의 완성!"

- 오마이뉴스 기사 <청와대에서도 보이는 대형초 밝혔다> 중에서

이 기사를 쓸 때 처음 썼던 글이 어찌된 영문인지 사라졌다. 노트북을 텐트촌 맞은편에 있는 할리스 커피숍 2층 창가 테이블에 그대로 두고 광장에 다녀왔을 때, 글을 작성하던 문서 자체를 찾을 수 없고 화면에서도 사라져 새로 써야 했다. 그런 까닭에 정작 중요한 부분이 빠진 상태로 기사로 낼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광장에 박사모가 난입해 텐트를 발로 차는 등의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이들은 “빨갱이를 때려 죽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등의 이승만 정권에서 실제로 정권 차원에서 보장해줬다는 말과 행동들을 하며 폭행을 했다. 심지어 세월호광장에서는 “이 지저분한 걸 왜 안 치워! 문재인이가 다 죽였는데 왜 대통령님에게 책임을 지라고 해!” 등의 억지를 부리며 입에 담을 수 없는 망발도 서슴없이 퍼붓고 다녔다.
▲ 박사모 광화문광장에 박사모가 난입해 텐트를 발로 차는 등의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이들은 “빨갱이를 때려 죽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등의 이승만 정권에서 실제로 정권 차원에서 보장해줬다는 말과 행동들을 하며 폭행을 했다. 심지어 세월호광장에서는 “이 지저분한 걸 왜 안 치워! 문재인이가 다 죽였는데 왜 대통령님에게 책임을 지라고 해!” 등의 억지를 부리며 입에 담을 수 없는 망발도 서슴없이 퍼붓고 다녔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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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때 바로 이 문단, '촛불은 진화한다.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는 강원도 춘천시를 지역구를 한 국회의원 김진태의 경솔한 말이 불씨가 되어 바람에도 절대 꺼지지 않는 LED촛불이 대세를 이뤘고, 이제 청와대에서도 광장을 보면 밤마다 환하게 빛날 초대형 촛불이 등장했다.' 다음으로 썼던 내용에 담으려던 메모를 보관하고 있었기에 원 기사에 다시 보태지는 못해도 소개하려 한다.

아래 내용이다.

중국군 3개 집단군 주둔지는 차츰 고립되어 가고 있다. 혁명군이 모기떼처럼 달려들기 때문이다. 그때 중국군 사령관 후성궈가 말했다. "날이 추워지면 모기는 사라져."
- 이원호 장편소설 <2014> 하권 194쪽

김진태가 현명한 정치인까지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시의 적절한 판단을 할 줄 알았더라면 전혀 다른 방식의 표현을 했을 것으로 본다. 즉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란 말을 해서 촛불을 들던 이들에게 원성을 사지는 않았다고 본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인 박근혜의 열혈 동조자로서나 수구세력의 표가 필요해 발언을 하고자 했다면 이원호 소설 2014의 후성궈가 한 말과 같은 방식은 피했어야 된다.

그런데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같은 부류의 집단에게서 자신이 특출하게 도드라져 보이고자 한 모양이다. 검사출신이라곤 하지만 그의 모든 의식 바탕 자체가 보편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할 생각이나 노력 자체가 없는 이상, 그에 꼭 알맞은 수준에 학습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나가지 못했겠다.

만약 내가 김진태와 같은 입장에서 한 마디 해야 한다면 비슷한 표현을 하더라도 이원호 소설 속 후성궈와 같은 투의 말이 아니라,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에 논어를 차용한 구절을 재차용하여 했겠다.

광화문광장에서 혹한의 겨울을 넘기고 헌재로부터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판결로 새로운 대통령을 맞을 수 있게 됐다. 2017년 5월 20일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모식 앞 서 다시 모인 광화문광장의 광화문미술행동 팀원들은 혹한 속에서 진행했던 “Over the Wall” “촛불광장 Project”에서 촛불시민에게 보여주었던 작품과 사진 등을 전시하며 서예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여태명 서예가께서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왔다!’를 쓰고 계신다.
▲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왔다! 광화문광장에서 혹한의 겨울을 넘기고 헌재로부터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판결로 새로운 대통령을 맞을 수 있게 됐다. 2017년 5월 20일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모식 앞 서 다시 모인 광화문광장의 광화문미술행동 팀원들은 혹한 속에서 진행했던 “Over the Wall” “촛불광장 Project”에서 촛불시민에게 보여주었던 작품과 사진 등을 전시하며 서예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여태명 서예가께서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왔다!’를 쓰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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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들은 그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고개를 숙이게 되어 있다."

이정도만 되었어도 9m 높이의 촛불 조형물을 만드느라 여러 사람이 수고를 할 이유도 없었겠다. 물론 김진태가 이 책을 읽었다 하고, 이 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준도 못 되니 불가능 했겠다. 거기다 전체적인 맥락 자체가 자신의 발등을 찍게 될 노릇이니 차용해 말하기도 어렵고.

그대 정치하는 사람들이여, 형벌을 쓸 필요가 어디 있는가? 그대들이 덕을 사랑하면 백성들도 덕을 사랑할 것이다. 윗사람의 덕은 바람과 같고 평민의 덕은 풀잎과 같다. 풀잎들은 그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고개를 숙이게 되어 있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248쪽

꼭 이만큼 빠진 상태로 급하게 다시 글을 써서 기사로 냈었다. 그래도 외면하지 않고 기사로 올려준 <오마이뉴스> 편집팀에 고마움을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진태, #광화문광장, #촛불조형물, #사람 사는 세상, #여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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