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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홈리스추모제에서 관계자들이 홈리스, 무연고 사망자들 이름위에 추모의 꽃을 놓고 있다.
▲ 홈리스 무연고 사망자 추모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홈리스추모제에서 관계자들이 홈리스, 무연고 사망자들 이름위에 추모의 꽃을 놓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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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되는 '고립사(孤立死)', 그리고 대책들

고립사(孤立死-국내에서 '고독사'라 부르는 죽음을 일본에서는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의미로 '고립사'라고 부르고 있다)가 일상화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고, 그 후로도 상당 기간 방치되는 죽음' 즉, 고립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립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조례 그리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고립사가 단기간에 집중되고 있는 부산시에서는 지난 9월 초 고립사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에서도 '고독사 예방대책 T/F' 회의를 진행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서울시는 KT의 후원으로 쪽방촌 80가구에 고주파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스마트센서를 설치했고, 경기 남양주시도 노인 가정에 '활동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녀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게 했다. 2017년 서울 양천구는 '아닐 비(非)'자와 '사내 남(男)'자를 통해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에서 '나비男 프로젝트'를, 광주 동구는 중·장년 독거 가구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더드림 동구 4060 위기 독거남 희망프로젝트' 멘토단 등 자방자치단체 별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 가운데, 지난 11월 9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양숙 위원장은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제277회 정례회 기간 중 상정되어 18일 심의될 예정이다. 대표 발의한 박양숙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제정안을 통해 연고자가 없거나, 있어도 장례를 제대로 치를 형편이 되지 않는 이웃들이 공공의 지원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면서 "그동안 기초단체 차원에서의 공영장례 조례는 있었지만 이번에 전국 최초로 광역단체 차원에서 공영장례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이번 조례 시행을 통해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공영장례가 보편적 사회보장이 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보도를 보면 저소득층 누구나 장례 걱정 없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5월 동자동사랑방 주민들에게 "장례식은 사랑방식으로 원한다. 장례 치러 달라. 유골 뿌려 달라" 유언장을 작성하셨던 김 할아버지(80세)는 지난 7월 17일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앞으로 이러한 분들도 본인의 유언처럼 공공의 지원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조례가 과연 제대로 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임대주택에 입주한 분이 자신이 죽어도 발견되지 않을까봐 걱정되어 문 밖에 써붙여 놓은 글
 임대주택에 입주한 분이 자신이 죽어도 발견되지 않을까봐 걱정되어 문 밖에 써붙여 놓은 글
ⓒ 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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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묻는다. '공영장례'가 뭐냐고?

우선 현장에서 목격한 홈리스 무연고사망자와 저소득층 장례의 문제점은 무연고사망자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이 빈소를 마련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과 이별할 수 있는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공영장례는 누군가가 돌아가셨다면 유가족의 유무와 상관없이 또는 재정적 여건과 상관없이 고인과 가족이, 그리고 고인과 지인을 비롯한 사회가 제대로 이별할 수 있도록 '빈소'를 마련하고 '고인 예식' 등을 포함한 장례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행정적·재정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공영장례란 연고자가 없는 사람도,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도 장례절차 없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가는 직장(直葬) 방식의 장례가 아닌 최소한 가족과 지인 그리고 사회와 이별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공공이 마련해서 최소한의 장례를 보장하는 것.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공공이 장례를 보장하는 이유는 고인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살아 있는 가족과 지인들이 돌아가신 분과 제대로 이별할 시간을 보장하는 것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영장례는 모든 무연고사망자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한 보편적 복지로서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기초단체의 공영장례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지만 가장 큰 한계가 바로 '지원대상'이 제한적이라는 데 있었기 때문에 공영장례는 ① 연고자가 있거나, 연고자가 시신을 위임한 모든 무연고사망자, ②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까지 포함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내용'도 제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공설 및 사설 장례식장과의 연계를 통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빈소 등 장례의식 장소와 무료 장의차 지원을 명시하고 기타 인력, 물품 및 서비스를 지원하는 규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세 번째, 공영장례가 선언적 조례가 아닌, 실효성 있는 조례가 되기 위해서는 통계를 기반으로 충분한 예산 배정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이 해마다 마련되어야 한다.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무연고사망자를 규정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다. 어떤 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연고자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근거로 무연고사망자에서 제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구에서는 이들 모두 무연고사망자로 처리하기도 한다. 따라서 서울시는 공영장례 조례를 근거로 무연고사망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매년 무연고사망자 인원 통계를 작성·관리하여야 한다.

'기대' 속에 발의된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안의 한계와 안타까움

드디어,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조례안을 확인하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조례일까?'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기존의 기초단체 조례보다는 진일보했다. 하지만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을 중심으로 실제로 저소득층 장례에 도움이 되는 조례인지 의문이다.

현재 발의된 조례 제6조의 지원대상을 보면, 제1호는 무연고 시신을, 제2호는 연고자가 ① 미성년자, ② 장애인, ③ 75세 이상 어르신으로 장례처리 능력이 없는 경우를, 제3호는 그 밖에 시장이 공영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만을 지원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연고사망자 300여 명을 제외한다면, 현재 발의된 공영장례 조례에 따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우선 장제급여를 받는 사람 중에 연고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와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경우는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연고자가 7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이 연고자의 부모는 몇 살이겠는가?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박양숙 의원 보도자료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박양숙 의원 보도자료
ⓒ 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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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평균수명을 고려한다면 부모는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망자가 자녀라고 한다면 아직은 50대 전후로 한창 일할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식을 먼저 보내는 저소득층 사망자 중 75세 이상 어르신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따라서 이 조례를 통해 공영장례 지원대상이 되는 서울시민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공영장례 조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조례인가?

그리고 장례는 가족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발의된 조례 제8조 제3호에 따르면  '노인돌봄대상자 독거노인 장례서비스 집행기준'에 따라 유가족은 최소 3시간 이상의 빈소 대여료(10만 원), 영정사진 등(5만 원), 꽃바구니(10만 원), 물품구매 및 대여(5만 원), 도우미 교통비(5만 원)를 포함 총 40만 원 범위 내에서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어떻게 유가족에게 가족과 이별할 시간을 단 3시간을 기준으로 제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아직 조례가 상정되어 심의·의결되기까지는 논의 과정이 남아 있다. 논의 과정에서 공영장례의 취지에 맞게 수정·보완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립사가 한국 사회에 길을 묻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대답해야 한다. 기대 속에 발표되는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가 답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래도 이제 광역단체 차원에서의 조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왕이면 실효성 있는 조례가 만들어져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 발의 한 박양숙 의원의 바람처럼 "한국사회에서 공영장례가 보편적 사회보장이 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이러한 기대와 요구사항을 담아 올해도 오는 22일 동짓날에 서울역에서 '홈리스 추모제' 행사가 열린다. 열악한 홈리스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고 사회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 홈리스 분들을 위한 제단도 마련할 예정이다. 제단 위에 홈리스 무연고사망자분들을 위해 따뜻한 팥죽 한 그릇과 국화꽃 한 송이 올려드려야겠다.

홈리스추모제
 홈리스추모제
ⓒ 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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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참여단체인 '나눔과나눔'의 박진옥 사무국장이 작성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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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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