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을 연출해 신인감독 천만관객을 동원시켰던 양우석 감독의 두번째 작품 <강철비>가 지난 14일 개봉했다. 주연 배우에는 <변호인>에 함께하려다 실패했던 정우성과 <변호인>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곽도원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원작은 양우석 감독이 스토리작가로 참여했던 웹툰 '스틸 레인'이지만 그 사이 달라진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맞춰 각색됐다. 영화 내용에 맞춰 리메이크 된 웹툰 강철비도 연재가 시작됐다.

영화는 실제 일어날지도 모를 남북상황에서 시작한다. 대선이 막 끝나고 정권교체 시기에 들어선 남한, 그런데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 미군의 선제 공격을 위장한 테러가 개성공단에서 발생하고 시찰하던 북한1호는 치명상을 입는다.

평양으로 올라갈수 없게 된 북정찰국 최정예요원'엄철우'(정우성)은 반란군을 피해 북한1호와 함께 남한으로 피신한다.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남한의 대통령(김의성)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긴장감이 조성된 가운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북한 1호가 남한에 넘어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긴밀히 그들에게 접근한다. 최명록(조우진)을 필두로 한 추격군이 엄철우와 북한 1호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뒤쫒기 시작한다.

또 다른 남북 공조 이야기, 디테일은 아쉬워


올 상반기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공조>처럼 또 하나의 남북공조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강철비>는 액션과 코믹함에 집중했던 <공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강철비>는 북한의 쿠테타, 선전포고, 계엄령 선포, 핵미사일 발사, 주변국가들의 반응 그리고 선제타격에 대한 고민 등 남북관계에서 발생할 수 상황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며 딜레마와 조우하게 만든다. 영화는 성향이 다른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대북 대응에 대한 의견 충돌을 통해 우리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

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원하는 강경한 입장의 현직 대통령. 북한이 선전포고를 해도 좀 더 기다리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차기 대통령. 대의를 위한 일부 희생을 감내하는 것이 정말 맞는 일일까? 마냥 선제공격을 미루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영화 속 결말을 떠나 당신은 누구의 결정에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가? <강철비>는 우리가 한번쯤은 고민해 볼 대북대치 상황을 제시하며 액션 스릴러 장르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에는 북한과 남한처럼 이름은 같은데 성만 다른 두 명의 '철우'가 등장한다. 이름은 같지만 남북한 사상과 문화가 다르듯 한자는 다르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철우를 연기한 두 주연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우선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역으로 분한  정우성은 등장만으로 미남 북한 특수 요원(공유, 김수현, 현빈 등) 역사에 방점을 찍으며 비주얼적 아우라를 만든다. 간결하고 치명적인 근접액션을 소화하며 액션 장르에 대한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게 한다. 특히 총격전과 맨몸 액션이 뒤섞인 조우진과의 합은 영화속 액션신의 백미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으로 등장하는 곽도원은 직함에 걸맞는 기민함과 유연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특유의 툭툭 내던지는 유머로 웃음을 제조하며 이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두 사람이 치열한 정국 속에서 만들어내는 훈훈한 브로맨스는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북한권력1호'가 남한으로 넘어오게 된다는 흥미로운 설정은 그리 나쁘지 않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내러티브에 많은 아쉬움들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선전포고 한 긴박한 상황에서 국가 최고의 수사기관인 기무사와 국정원 요원들은 한 명도 등장하질 않는다.  일본 외교관이 한국 고위 정부요원을 앞에 두고 중국 외교관에게 북한1호의 신변을 확인하는 황당한 장면도 있다. 더군다나 첩보전의 매력은 찾아보기도 어려운데 '순진무구'함으로 일관한 후반부의 스토리텔링은 안타까운 내러티브의 정점을 찍는다. 내러티브에 너그러운 마음이 없다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좀 더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