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정우성은 지난 5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많은 미디어, 특히 연예매체들이 이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고 필자는 6일 이를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했다(관련기사 : 난민 문제 앞장 선 정우성, 무관심한 미디어 아쉽네).

이를 본 UNHCR 측에서 후속 보도를 요청하면서 배우 정우성과 이메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필자는 지난 11일 UNHCR 신혜인 공보관을 통해 질문지를 전달했고 JTBC <뉴스룸> 출연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한층 고조된 15일, 정우성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브렉시트,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등 각종 국제 뉴스로 인해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우성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난민의 현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난민 이미지와 꽤 격차가 컸다. 아래는 정우성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정우성

ⓒ UNHCR


- 지난 몇 년간 난민과의 만남을 통해 느낀 점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난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선입견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 난민을 가난이 싫어 부유한 국가로 도망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의 가장 큰 희망은 평화를 되찾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더불어 잘못된 인식은 난민이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쟁 중이며, 탈북난민들이 본국으로 송환돼 위험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 난민은 우리와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전쟁, 종교나 인종 등의 이유로 인한 박해)이 발생하였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여러분과 내게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 난민을 위해서 국제 사회가, 더 나아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일부 시민들은 우리나라가 이미 탈북민을 수용하고 지원하고 있으니, 다른 난민까지 수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해결책이 마련돼 이들이 안전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언론과 대중이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탈북자(새터민)는 난민이 아니다. 이들은 북한을 떠나 이곳에 도착하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헌법이 명기했듯 탈북자는 우리가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난민과는 전혀 다른, 우리 국민이므로 그러한 생각(탈북자 수용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 유엔난민기구 대표 친선대사로서, 난민과의 대화 중 가장 충격을 받은 순간이 있다면?
"모든 난민과의 대화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에 방글라데시에서 만난 로힝야 난민들의 이야기도 하나같이 놀라운 것들이었다. 가족이 눈앞에서 총살 당하고, 갓 태어난 아기가 불구덩이로 던져지고, 2주 가까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걷고 또 걸어 이웃나라로 탈출하는 심정을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였나?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매해 미세하게나마 대중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유엔난민기구 행사장에서 관객을 만날 때,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 이런 변화를 느낄 수 있고 거기에서 희망을 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난민을 싫어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난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내 역할이다."

- 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나도 먹고살기 힘들다"고 받아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남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그 생각을 강요할 수 없고 (강요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순한 관심도 난민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가 이들의 어려움을 잊지 않고 이들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또한 후원은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의미가 있다. 나 역시 그런 의미로 12월부터 유엔난민기구의 정기후원자가 되었다."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난민 문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먼 이야기로 느껴지며,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긴다. 우리는 길을 지나가다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를 외면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연예 뉴스에는 즉각 반응한다.

이런 면에서 정우성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JTBC 손석희 앵커조차 정우성에게 "편견이라 해도 할 수 없는데, 유엔친선대사 하면 이름만 걸어놓고 계시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부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말했다.

정우성의 바람대로 우리도 조금씩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기사를 읽고 난민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 발짝 두 발짝 더욱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끝으로 배우 정우성 그리고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의 정우성을 인간적으로 존경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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