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시즌 8호골이자 4경기 연속골을 쏘아 올렸다. 이번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헤딩골이었다.

토트넘 홋스퍼가 15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17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이하 브라이튼)과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승점 31점을 기록하며 리그 4위로 뛰어올랐다.

고민이 있었다. 토트넘은 리그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뚜렷했다. 이날 경기는 10일 스토크 시티전을 치른 뒤 열린 주중 경기였다. 오는 17일에는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체력 안배가 필요한 상황.

그러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았다. 리그 13위 브라이튼과 경기였지만, 승점 3점이 절실했다. 올 시즌 번리(1-1)와 스완지 시티(0-0), 왓포드(1-1) 등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에서 웃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 만큼, 주전 선수들을 투입했다. 물오른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을 비롯해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윙크스, 얀 베르통헨 등이 선발로 나섰다. 특이점이 있다면, 델레 알리가 벤치에 머물고 에릭 라멜라가 선발 기회를 잡았다는 것 정도.    

'손흥민 4경기 연속골', 이젠 헤딩골까지

토트넘은 시작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슈팅 시도(25-7)와 점유율(75.4-24.6)이 보여주듯,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강행군 탓인지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다. 마음은 전방을 향하지만, 몸은 제 자리에 머무는 느낌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손흥민은 돋보였다. 전반 2분,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에제키엘 스켈로토의 볼을 뺏어냈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갔고, 빠르게 슈팅을 시도했다. 수비에 막혔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전반 23분에는 케인 맞고 뒤로 흐른 볼을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답답했다. 주도권은 잡았지만, 완전히 내려앉은 브라이튼 수비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토트넘에 행운이 따른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40분, 서지 오리에가 우측면에서 간결한 드리블로 호세 이스키에르도를 따돌렸다. 이스키에르도는 포기하지 않고 오리에의 크로스 시도를 몸으로 막았다. 그런데 이것이 골문을 향했고,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토트넘은 계속 몰아쳤다. 후반 5분, 대니 로즈의 크로스를 케인이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노렸다. 1분 뒤, 라멜라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대를 때렸다. 후반 11분, 손흥민이 오리에를 향해 절묘한 침투 패스를 찔러줬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후반 19분 손흥민이 시도한 슈팅은 수비에 막혔다.

후반 43분, 마침내 손흥민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에릭센이 우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손흥민이 멋진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잉글랜드 무대 진출 이후 첫 헤딩골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무서운 손흥민, '선두' 맨시티전도 폭발할까

손흥민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체력 소비가 상당했다. 최근에는 풀타임을 소화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체력적으로 완벽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4경기 연속골을 폭발시켰다. 그것도 머리로.

손흥민은 머리를 활용하는 데 능하지 않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뒤쪽에 머무는 모습이 익숙하다. 흘러나오는 볼을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을 노리고, 상대의 역습 속도를 늦추는 것이 임무다. 때론 후방으로 완전히 내려가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날 득점은 의미가 상당하다. 앞으로는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득점 기회를 잡아낼 수 있다. 손흥민이 크로스 타이밍에 맞춰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낮은 크로스였지만, 헤딩 능력을 보여줬다. 수비의 방해가 없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자신감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물오른 패싱 능력과 드리블도 여전했다. 이날도 2차례의 키패스를 기록하며,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특히, 오리에를 향한 침투 패스는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였다. 군더더기 없는 볼 터치가 가능해지면서, 좁은 공간을 헤집고 나오는 드리블도 위력을 더해간다. 이날 손흥민은 2차례의 드리블 돌파 시도를 모두 성공했다.

이제는 맨시티다. 올 시즌 EPL 17경기에서 '16승 1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단독 선두다. 맨시티는 토트넘보다 15분 일찍 시작된 스완지 시티 원정 경기에서도 4-0 대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맨시티에게 1승 1무를 기록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손흥민에게 기대를 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맨시티전에서 좋은 추억이 있다. 리그 첫 맞대결에선 케인의 부상 공백을 메웠고, 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두 번째 맞대결에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최근에는 절정의 몸 상태를 자랑하는 만큼, 손흥민의 발끝에 승리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벽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손흥민. 맨시티를 상대로 5경기 연속골을 폭발시키며, 올 시즌 첫 패배를 선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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