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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코리아 투모로우 2017 : 해석된 풍경>전이 오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윤범모 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의 총괄기획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1980년 이래 한국리얼리즘 미술의 발자취와 변모된 과정을 보여주고자 27인의 작가를 선정해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강요배_파도와 총석_acrylic on canvas_ 259x388cm_2011
 강요배_파도와 총석_acrylic on canvas_ 259x388cm_2011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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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권_사계-1701_water color based woodcut_85x159 cm_2017
 김준권_사계-1701_water color based woodcut_85x159 cm_2017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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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교수는 "작가의 발견과 독창적인 발언을 통해 풍경은 자연 그자체 이외 인간과 사회로까지 확장되며, 그것은 다시 인간+사회라는 골간으로 해석된다, 리얼리즘 1세대라 할 수 있는 작가에서 다음의 세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에까지 참여의 폭을 넓혔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강요배, 금민정, 김성룡, 김정헌, 김준권, 김지원, 박불똥, 박생광, 손상기, 손장섭, 송창, 신학철, 안성석, 안창홍, 오원배, 유근택, 이명복, 이세현, 이제훈, 이종구, 임옥상, 임흥순, 장종완, 조혜진, 홍선웅, 황용엽, 황재형 등 27명이 참여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성곡미술관 1층 1전시실에서 '작가와의 화(ARTIST TALK)'를 마련했다. 지난 2일에는 강요배·김준권·신학철, 9일에는 유근택·임옥상·홍선웅 작가가 참여했으며, 오는 16일에는 박불똥·이종구·황재형 작가가 참여해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박불똥_대황밍국풍경_pigment print_148x340 cm_2017
 박불똥_대황밍국풍경_pigment print_148x340 cm_2017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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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전시 <바람 일다>전으로 관람객들에게 큰 감동을 전하기도 했던 민족미술인협회(회장 이종헌) 회원이기도 한 임옥상 작가. 그의 작품 중 '광장에, 서'가 11월 청와대 본관에 걸리게 돼 더욱 우리나라 리얼리즘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청와대에 그림이 걸리게 된 걸 축하한다며 임옥상 작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청와대를 위한 그림이 아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의식과 생명을 키워낸 흙에 대한 오마주"라며 손사래를 치고는 환하게 웃는다.

"촛불집회 기간 광화문 광장에 내내 있으면서 제가 받은 감동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거죠. 1980년대 민주주의에 대한 끓어오르는 열정 속에서 민중미술이 태동했고, 민중의 다양한 삶을 그리면서 여러 장르의 작업을 통해 투쟁을 해왔습니다.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와 함께 극대화되고,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민주적 정권과 맞닥뜨리면서 많이 위축되었죠. 그 시대에 예술 정신으로 더 저항을 해야 했는데, 강하게 싸우지 못하고 움츠러들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결국은 광화문 광장에서 더욱 피어났다고 봅니다.

왜 우리는 움츠렸을까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회복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얻은 것도 있지만 작가들의 자기 철학이 좀 더 굳건해지고 튼실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인문정신이 필요로 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임옥상_여기, 무릉도원 II_mixed media on canvas_84x336 cm_2017
 임옥상_여기, 무릉도원 II_mixed media on canvas_84x336 cm_2017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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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문화분야에 적폐가 아직 쌓여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사업들을 추진해야 실질적으로 예술가들이 마음 놓고 예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적폐청산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만만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주류는 직·간접적으로 권력에 경도되어 있었죠. '예술은 독립적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치·사회·경제에 대해 무언의 동조나 묵언이 있었는데, 그건 정치권이 바라는 것이죠. 예술가들이 맘대로 떠들고 까불 수 있는 사회라야 긴장감이 유지되고, 발전을 가져오죠.

예술 정책이 예술가들의 생활고를 해결해주는 방식이 되어버리면 필연적으로 관리들이 예술가들을 관리하게 됩니다. 그러니 예술가들이 예술가로서 자존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 핵심이고, 예술가 역시 예술이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자기성찰을 통해 작품으로 귀결되어야겠지요."

언제나 힘 있고, 명쾌한 임옥상 작가다. 인터뷰하는 동안 궁금증도 풀어주지만 매번 숙제도 남긴다. 성곡미술관 전시실은 평일이라 그런지 감상하기 좋을 만큼의 고요가 있다.

손장섭_인천 남동구 은행나무_acrylic on canvas_130x162 cm_2016
 손장섭_인천 남동구 은행나무_acrylic on canvas_130x162 cm_2016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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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_한국근대사3_collage on paper, painting_50x74 cm_1981
 신학철_한국근대사3_collage on paper, painting_50x74 cm_1981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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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힘든 길을 걸어온 그림들. 때로는 찢기고, 집회장에서 분실되고, 불순하다는 이유로 불순한 세력에 의해 압수당하는 시절을 잘 뚫고 이만큼이나 왔다. 주목도 받고, 청와대에 걸리는 그림도 되고.

그러나 여기가 정점은 아닐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온갖 이야기들을 다 품고 있는 이 그림들이 보여준 것과 관람자가 본 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작가는 풍경을 해석하고, 관람객은 그림을 해석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해석할 것이다. 그 해석들이 옹골차게 자유롭기를, 충분히 그래도 되기를 바라본다.

그런데,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의 리얼리즘 미술이 미술 교과서에 실릴 수 있을까?

황재형_이징가미_oil on canvas_112.1×162.2 cm_1996
 황재형_이징가미_oil on canvas_112.1×162.2 cm_1996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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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석된 풍경, #민미협, #강요배, #임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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