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홈에서 열린 '맨체스터 더비'에서 웃지 못했다.

맨유는 11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16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맞대결에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승점 35점을 유지하게 된 맨유와 승점 46점을 기록한 단독 선두 맨시티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홈과 원정이 뒤바뀐 듯한 경기였다. 맨유는 수비에 치중한 뒤 빠른 역습을 통해 득점을 노렸고, 맨시티는 볼 소유와 끊임없는 움직임을 통해 홈팀을 압박했다.

선제골은 맨시티의 몫이었다. 전반 42분, 르로이 사네가 박스 우측 부근에서 강력한 슈팅을 시도해 코너킥을 얻어냈다. 이어진 상황에서 맨시티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맨유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가 볼 경합을 벌였다. 루카쿠의 어정쩡한 볼 처리가 골문 앞에 있던 다비드 실바에게 기회를 만들어줬고, 선제골이 터졌다. 

맨유는 홈이었던 만큼,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추가 시간, 마르코스 로호가 중앙선 좌측 부근에서 맨시티 골문을 향해 긴 패스를 연결했다. 이것이 오타멘디의 머리와 파비안 델프의 몸을 지나쳐 박스 안쪽으로 달려든 마커스 래쉬포드에게 향했고,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9분, 맨시티가 균형을 깼다. 카일 워커가 프리킥 상황에서 골문 앞쪽으로 떨어지는 크로스를 올렸고, 루카쿠가 이를 걷어냈다. 그런데 이 볼이 같은 팀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의 등에 맞아 굴절됐고, 골문 앞에 있던 오타멘디가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맨시티는 행운이, 맨유는 불운이 따랐다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올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는 1-2, 맨유의 패배였다. 맨유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후안 마타를 투입해 동점을 노렸지만, 맨시티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후반 39분, 앤서니 마샬이 크로스 한 볼을 루카쿠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에데르손 골키퍼의 안면 선방에 막혔다. 마타가 튕겨 나온 볼을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또다시 슈퍼 세이브에 고개를 숙였다.

무너진 맨유, 측면 아쉬움 폭발한 '맨체스터 더비'

홈팀이자 2위 맨유의 패배는 불운이었을까. 수비에 가담한 루카쿠가 제대로 된 볼 처리를 해줬다면, 맨유는 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니다. 맨시티는 EPL 단독 선두다웠다. 맨유는 홈 경기였음에도 수비에 치중했다. 슈팅 숫자(8-14), 점유율(35.2-64.8), 코너킥(2-8) 등 모든 면에서 원정팀 맨시티에 뒤졌다. 맨유가 앞선 기록은 태클 성공(22-18)뿐이었다. 상대보다 긴 시간 수비에 치중했고, 공격을 막아내느라 고생했다.

물론, 맨유를 지휘하는 조제 모리뉴 감독의 스타일이다. 슈팅과 점유율은 내주되, 빠른 역습과 결정력을 뽐내며 승리를 따내는 것. 결과를 통해 기록을 무안하게 만드는 일이 익숙한 '스페셜 원'이다.

그러나 다시 붙는다 한들, 맨유는 맨시티를 이기기 어렵다. 맨유가 더욱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취한다 해도, 맨시티는 이를 무너뜨릴 능력을 갖췄다.

맨유에는 측면을 휘저을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래쉬포드와 앤서니 마샬, 후반전에 투입된 마타는 측면보다 중앙을 선호한다. 스트라이커 루카쿠와 이브라히모비치도 마찬가지다. 부진을 거듭하며 전력에서 이탈한 헨리크 미키타리안도 중앙 플레이 메이커가 어울리는 선수다.

좌우측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애슐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고군분투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전성기 시절과 달리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이고, 둘 모두 만 32세다. 여전히 뛰어나지만, EPL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릴만한 공수 능력 요구는 무리다.

이날도 측면의 차이가 컸다. 맨유 왼쪽 측면 공격을 담당한 래쉬포드는 역시나 중앙 침투를 선호했다. 득점도 중앙에 머물다 후방에서 넘어온 크로스에 맞춘 침투에서 나왔다. 세밀한 볼 터치에 강점이 있는 마샬도 측면보다는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플레이를 선호했다.

기록은 두 팀의 측면 공격 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맨유의 드리블 돌파 성공 횟수를 보면 마샬(4회)이 가장 많았고, 발렌시아(2회)와 영(2회)이 뒤를 이었다. 래쉬포드는 최전방 공격수 루카쿠와 같은 1회에 그쳤다.

맨시티는 공격진에 위치한 3명 모두가 드리블 돌파 성공 횟수 4회를 기록했다. 라힘 스털링(4회)과 사네는 물론, 전방에 위치한 가브리엘 제수스(4회)도 예리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수비를 흔들었다. 측면이 낯설지 않은 케빈 데 브라이너(2회)와 실바(3회)도 남다른 드리블 능력을 뽐냈다. 

키패스 성공 횟수를 통해서도 측면 공격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맨유의 측면을 책임진 선수 중 키패스를 기록한 이는 영과 마샬뿐이었다. 둘 모두 한 번씩 기록했다.

맨시티는 좌우측 공격을 책임진 스털링과 사네가 키패스 2회씩 기록했다. 좌측 풀백 델프도 키패스 성공 1회가 있었다.

맨시티가 측면에서 수비를 흔들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월등했다. 사네와 스털링뿐 아니라 제수스까지도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며, 맨유 수비진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맨시티는 맨유 수비에 균열이 생기면서 더 많은 공간과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다. 중원을 구성한 페르난지뉴(2회), 데 브라이너(2회), 실바(1회)가 슈팅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분명했다.

맨유에서 슈팅을 기록한 선수는 래쉬포드(3회)와 루카쿠(2회), 마샬(1회), 스몰링(1회)뿐이었다. 공격의 지휘자로 나선 제시 린가르드는 물론, 네마냐 마티치와 안데르 에레라의 슈팅 시도는 없었다.

공격을 담당하는 이들이 중앙만을 선호하면서 생긴 결과다. 맨유에는 측면으로 빠져 공간을 만들고, 개인기로 수비의 균열을 불러올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번뜩이는 선수가 없다 보니 길게 넘어오는 패스나 측면 크로스를 활용한 '뻔한' 공격이 많았다.

'맨체스터 더비'의 승패는 측면에서 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가 복수를 원한다면, 측면을 휘저을 수 있는 '윙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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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VS맨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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