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12월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탈꼴찌의 시동을 걸고 있다.

김영주 감독이 이끌고 있는 KDB생명 위너스가 지난 9일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홈경기에서 74-68로 승리했다. 시즌 전적 4승 9패가 된 KDB생명은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12월 들어 2승 1패로 한층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베테랑 한채진이 3점슛 2개와 오펜스 리바운드 7개를 포함해 16득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을 펼쳤고 구슬과 진안도 각각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역시 이날 KDB생명이 우승후보로 꼽히던 삼성생명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시즌 최다인 20득점, 18리바운드, 4스틸, 2블록슛으로 코트를 지배한 '뜻밖의 복덩이' 아이샤 서덜랜드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WNBA 신인왕 출신 로이드의 부상이탈

 로이드의 부상 변수가 없었다면 서덜랜드는 KDB생명 유니폼을 입지 못했을 것이다.

로이드의 부상 변수가 없었다면 서덜랜드는 KDB생명 유니폼을 입지 못했을 것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6-2017 시즌 5위에 머문 KDB생명은 지난 7월에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당초 참가신청을 했던 거물급 선수들이 뒤늦게 불참을 했지만 여전히 193cm의 빅맨 다미리스 단타스(KB스타즈)를 비롯해 WKBL을 경험한 검증된 선수 카일라 쏜튼(신한은행 에스버드), 나탈리 어천와(우리은행 위비), 쉐키나 스트릭렌 등 폭넓은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KDB생명은 예상을 깨고 신장 178cm에 불과한 슈팅가드 주얼 로이드를 선택했다. 2015년 WNBA 신인왕에 빛나는 로이드는 2017 시즌에도 WNBA 시애틀 스톰에서 17.1득점, 3.2리바운드, 3.4어시스트로 맹활약한 바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골밑 전력에 어설픈 빅맨을 더하기 보다는 로이드 같은 확실한 득점원을 통해 화끈한 공격농구를 펼치겠다는 것이 김영주 감독의 계산이었다.

로이드는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평균 19.1득점 6.9리바운드, 2.6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나무랄 데 없지만 2점슛 성공률 29.3%, 3점슛 성공률 26.8%가 말해주듯 KDB생명에서 기대했던 효율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KDB생명은 시즌 개막 후 로이드가 뛴 8경기에서 2승 6패에 그치며 하위권으로 밀려 났다.

설상가상으로 로이드는 왼쪽 발등 피로골절 부상을 당하며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챔피언 결정전까지 생각하는 강 팀이라면 대체 선수를 투입해 로이드의 회복을 기다려 줄 수도 있지만 KDB생명은 당장 눈 앞의 1승이 급한 팀이다. 로이드 없이 샨테 블랙만으로 경기를 치른 11월 26일 삼성생명전에서 18점 차의 대패를 당한 KDB생명은 급하게 로이드를 대신할 새 외국인 선수를 찾아야 했다.

마침 우리은행에서 외국인 선수 서덜랜드를 내보낸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실제로 우리은행은 28일 데스티니 윌리엄스를 영입하며 서덜랜드와 결별했다. KDB생명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KDB생명은 우리은행과 서덜랜드가 결별한 다음 날 곧바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9경기에서 8.6득점 6.8리바운드를 기록했던 서덜랜드 영입을 확정했다.

서덜랜드 합류 후 KDB생명 2승 2패, 뜻밖의 복덩이

 서덜랜드는 KDB생명 합류 4경기 만에 20득점18리바운드를 폭발시켰다.

서덜랜드는 KDB생명 합류 4경기 만에 20득점18리바운드를 폭발시켰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서덜랜드는 KDB생명으로 이적하자마자 곧바로 친정팀(?) 우리은행을 상대했다. 비록 KDB생명은 19점 차의 완패를 당했지만 서덜랜드는 이적 후 첫 경기에서 9득점, 5리바운드, 2스틸, 4블록슛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서덜랜드는 어천와를 보좌했던 우리은행 시절과 달리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한결 자신감이 붙은 플레이를 펼쳤다.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2승8패로 부진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KDB생명은 12월에 열린 3경기에서 2승을 따내며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로이드가 뛸 당시 어쩔 수 없는 높이의 약점을 드러냈던 KDB생명은 187cm의 빅맨 서덜랜드가 합류한 후 페인트존 보호 능력이 한층 나아졌다. 그리고 이는 부담을 던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적 후 세 경기에서 팀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던 서덜랜드는 9일 삼성생명전에서 WKBL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사실상 풀타임이나 다름 없는 39분 54초를 소화한 서덜랜드는 20득점, 18리바운드, 1어시스트, 4스틸, 2블록슛을 기록하며 골밑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특히 서덜랜드는 골밑뿐 아니라 자유투 라인 부근이나 오른쪽 45도에서도 중거리 점프슛을 꽂아 넣으며 긴 슛거리를 과시했다.

이날 서덜랜드의 활약은 이번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엘리사 토마스를 상대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났다. 서덜랜드는 이날 23득점16리바운드3스틸을 기록한 토마스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서덜랜드가 토마스를 골밑 바깥으로 끌어내는 폭넓은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한채진이나 김시온, 진안 등 국내 선수들이 손쉬운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KDB생명은 현재 주전 포인트가드이자 팀 내 최고 스타인 이경은이 무릎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시즌 아웃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 이미 조은주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빠져 있는 KDB생명은 이경은마저 전력에서 제외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KDB생명은 이경은이 빠진 첫 경기에서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히던 삼성생명을 제압했다. 그 중심엔 늘어난 출전시간과 함께 경기력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는 서덜랜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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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KDB생명 위너스 아이샤 서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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