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힘겨운 무승부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9일 오후 4시 30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우리 대표팀은 지난 3월 최종예선 맞대결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데 실패했고, 최근 6경기 상대 전적 2승 2무 2패를 기록하며 중국과 대등한 모습을 이어갔다.

신태용호는 4-2-3-1과 4-4-2를 혼용했다. 김신욱이 최전방에 포진했고, 이명주가 처진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갔다. 염기훈과 이재성은 좌우 측면에 위치했고, 중원은 주세종과 정우영이 구성했다. 김진수와 권경원, 장현수, 최철순이 포백 수비를 맡았고, 골문은 김진현이 지켰다.

출발은 불안했다. 신태용호는 중국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수비는 당황했고, 측면이 잇달아 뚫렸다. 전반 8분에는 선제골까지 내줬다.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중국 공격수 발에 맞고 굴절됐다. 이 볼이 골문을 향해 달려든 웨이스하오에 향했고, 강한 슈팅으로 이어지며 골망이 갈렸다.

우리 대표팀은 전반 10분이 넘어가면서 몸이 풀렸다. 이재성을 중심으로 하는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진수와 최철순의 공격 가담이 늘어나면서 측면을 지배했다.

전반 12분, 동점골이 터졌다. 이명주가 페널티박스 안쪽을 향해 예리한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를 이재성이 잡아 빠르게 드리블했고, 골키퍼와 충돌 직전 공을 옆으로 빼줬다. 이것을 김신욱이 침착하게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19분,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주세종이 후방에서 찔러준 볼을 김신욱이 머리로 떨궜고, 이재성이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김신욱과 이재성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찰떡궁합임을 증명했다.

이후에도 이명주의 크로스에 이은 이재성의 감각적인 헤더가 중국 골문을 위협했고, 김신욱의 공중볼 장악과 슈팅이 추가골을 기대케 했다. 김진수도 끊임없는 공격 가담과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집중력이 아쉬웠다. 대표팀은 후반전 들어 체력과 경기력이 모두 떨어졌다. 압박이 약해졌고, 공수 간격도 상당히 벌어졌다. 결국, 후반 30분 동점골을 내줬다. 우리 수비는 중국의 빠른 역습을 따라가지 못했고, 좌측면에서 무방비 크로스를 허용했다. 중앙에서는 빠르게 달려든 위다바오를 놓쳤고, 예리한 헤더와 함께 우리 골망이 출렁였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35분 이명주 대신 슈팅력에 강점이 있는 이창민을 투입하는 등 승리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잦은 패스 실수로 기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김신욱이 끊임없이 공중볼을 따내며 이창민의 멋진 발리슛을 돕기도 했지만, 득점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2-2, 아쉬운 무승부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전반전은 훌륭했다. 우리는 볼 점유율(66%-36%)과 슈팅 숫자(10-1)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을 압도했다. 이재성과 김신욱, 최철순, 김진수 등 같은 소속팀(전북 현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서 중심을 잘 잡아줬다. 좁은 공간을 패스로 뚫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지난 11월 A매치에서 보여준 짧은 공수 간격도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전반전까지였다. 후반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선수들은 올 시즌을 마무리하고 모인 탓인지 체력 저하가 뚜렷했다. 전반전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던 이재성은 후반 20분이 넘어가면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공수 양면을 끊임없이 오갔던 이명주도 마찬가지였다. 양 측면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도 모습을 감췄다. 패스 실수도 잦았고, 전방의 김신욱을 향하는 롱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수 간격도 상당히 벌어졌다. 패스가 여러 차례 끊기면서, 상대 역습이 늘어났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뒤에서 달려 들어오는 선수도 놓쳤다. 김진현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역전까지 허용했을지도 모른다.

개선이 필요하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팀이다. 중국을 상대로도 체력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 특히, 유럽파가 전무한 수비진은 최정예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매 경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본선은 보나 마나다. 첫 경기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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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VS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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