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시즌 6호골을 쏘아 올리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토트넘 홋스퍼가 7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조별리그 H조 6차전 아포엘(키프로스)과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조별리그 무패(5승 1무)의 성적으로 16강에 올라서게 됐다.

토트넘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위고 요리스 골키퍼 등은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고, 얀 베르통헨과 벤 데이비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주전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격의 손흥민과 델레 알리, 중원의 해리 윙크스, 수비의 다빈손 산체스와 대니 로즈, 서지 오리에 등은 선발로 나섰다.

승리가 필요했다. 토트넘은 11월 A매치 이후 치러진 5경기(리그+UCL)에서 1승 2무 2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손흥민의 결승골로 승리한 UCL 도르트문트전을 제외하면, 리그 4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UCL 조 1위 16강행을 확정 지은 상태였지만,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토트넘은 시작부터 강하게 몰아쳤다. 전반 1분 만에 오리에의 중거리 슈팅이 나왔고, 1분 뒤에는 손흥민의 빠른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위협했다. 손흥민은 전반 7분에도 페르난도 요렌테가 머리로 떨궈준 볼을 슈팅으로 연결하며 가벼운 몸놀림을 이어갔다.

계속 몰아치던 토트넘은 전반 20분, 마침내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리에가 우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요렌테가 볼의 속도를 줄인 뒤 180도 돌아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골문 앞에서 크로스를 받아내는 볼 터치, 수비수를 따돌리는 순간적인 움직임, 깔끔한 마무리까지, 요렌테의 능력이 돋보인 득점이었다.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전반 37분 추가골을 뽑았다.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해주던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박스 안쪽에서 수비를 등지고 있던 요렌테와 짧게 볼을 주고받았고, 지체 없이 슈팅을 시도했다. 이것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갈랐다. 시즌 6호골이자 UCL 3호골이었다. 지난 3일 왓포드전에 이은 2경기 연속골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계속 득점을 노렸다. 전반 43분,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요렌테가 머리로 떨궜다. 이를 손흥민이 잡아 드리블에 이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페레즈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후반 13분에는 보기 드문 장면도 나왔다. 토트넘은 골문까지 거리가 상당했지만, 직접 슈팅이 가능한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이를 손흥민이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다. 아쉽게도 골문을 살짝 벗어났지만, 슈팅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후반 20분, 손흥민을 불러들이고 무사 뎀벨레를 투입했다. 오는 10일 스토크 시티와 리그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하는 만큼, 손흥민의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토트넘은 후반 35분, 조르주-케빈 은쿠두가 멋진 개인기로 아포엘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세 번째 골까지 뽑았다. 이후에도 토트넘의 공격은 계속됐고, 3-0 완승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거칠 것이 없는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거칠 것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 강점이던 슈팅력이 더 정교해졌다. 단점으로 지적받던 기복이나 볼 터치,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등도 상당히 좋아졌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득점포롤 가동하는 모습도 많아졌다. 토트넘의 UCL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던 도르트문트전 결승골, 리그 크리스털 팰리스전 결승골과 왓포드전 동점골 등이 대표적이다.

포지션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익숙한 왼쪽 측면은 말할 것도 없다. 이날은 우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공격을 이끌었다. 빠른 발을 활용해 역습을 주도했고,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움직임으로 슈팅 기회도 여러 차례 만들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다섯 차례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 중 세 번이 유효 슈팅이었다. 수비벽에 막히고, 프리킥 상황서 골문을 벗어난 슈팅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스리백 전술에선 최전방 공격수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완벽히 소화한다. 이날 득점 장면에서도 드러났듯이 전방 공격수와 호흡이 너무나도 좋다. 짧게 볼을 주고받으며 슈팅을 시도하거나 동료에게 쏠린 시선을 활용해 공간을 파고든다.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와 중앙에서 넘겨주는 침투 패스도 날카롭다.

손흥민은 강점은 더욱 가다듬고, 단점은 조금씩 메우면서 완벽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목표는 3경기 연속골

토트넘은 걱정이 많다. 팀의 자랑인 케인과 알리, 에릭센의 몸 상태가 이전 같지 않다. 케인은 올 시즌에도 꾸준하게 득점포를 가동하지만,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아쉽다.

알리는 19세의 나이에 토트넘 중심으로 올라섰고, 거칠 것 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슬럼프에 빠진 느낌이다. 역사적인 레알 마드리드전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는 했지만, 기복이 심하다. 그날 멀티골 이후 6경기째 득점이 없다. 리그에서는 지난 10월 리버풀전 이후 골 소식이 없다. 무엇보다 움직임이 둔하고, 패스 실수가 잦다.  

에릭센은 확실히 지쳤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플레이오프(11월 A매치)를 치른 이후부터 도드라진다. 활동량이 이전 같지 않고, 킥의 날카로움이 덜하다. 이날처럼 휴식이 필요하지만, 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 최근 토트넘에는 손흥민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공격수가 없다. 슈팅력은 물론이고, 움직임과 패스도 팀 내 최정상급이다.

토트넘이 아포엘전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기 위해선 손흥민의 3경기 연속골이 필요하다. 득점이 아니더라도 케인과 알리, 에릭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금과 같은 활약이 요구된다. 토트넘의 리그 4경기 무승 탈출의 '키'는 손흥민에게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