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KIA 타이거즈 수석 코치(오른쪽)가 단장에 파격 선임됐다.

조계현 KIA 타이거즈 수석 코치(오른쪽)가 단장에 파격 선임됐다. ⓒ KIA 타이거즈


KBO리그에서 또 한 명의 선수 출신 단장이 탄생했다. 2017년 KBO리그 정규 시즌 및 한국 시리즈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6일 신임 단장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단장이었던 허영택 단장이 구단 전임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공석을 채우기 위한 연쇄 인사였으며, 1군 수석코치였던 조계현이 새로운 단장으로 내정됐다.

선수나 지도자 등의 경험을 가진 야구인들이 최근 구단에서 일하게 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제는 KBO리그의 10구단 중 무려 7구단의 단장이 선수나 지도자 경험을 쌓았던 인물이다. 이번 겨울만 해도 선수 및 지도자 출신의 인사 2명이 새롭게 구단의 단장이 됐다.

이번에 인사를 단행한 KIA 구단 측에서도 야구인 출신으로서 전문성을 강화한 단장 인사였음을 밝혔다. 실제로 조계현 신임 단장은 19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뒤 1989년부터 2001년까지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 생활을 거쳤다. 2003년부터는 KIA와 삼성, 두산 그리고 LG 트윈스 등 여러 팀을 거치며 코치로 활약해, 투수 육성에 있어서도 상당한 경험을 쌓은 지도자였다.

마운드의 싸움닭이었던 조계현, 이제는 프런트의 싸움닭으로

전라북도 군산 출신의 조계현은 군산상업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거쳐 1988년 드래프트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서울 올림픽 참가를 위해 실업팀인 농협에 입단했던 조계현은 올림픽에 참가한 뒤 1989년부터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원래 조계현은 고등학교 시절 수많은 대회에 출전하며 혹사 후유증으로 대학 시절에는 타자 전향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 조계현은 다양한 구질을 익히게 되면서 빠른 공을 주로 던지는 정통파보다는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기교파 투수가 됐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팔색조 투수라 불렸던 조계현의 구종 중 특히 변형 패스트볼인 싱커가 돋보였다.

데뷔 이후 1992년까지는 입단 동기였던 잠수함 투수 이강철(현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에 비해 존재감이 크진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선동열(현 국가대표 감독)이 마무리투수로 전환하면서 조계현은 본격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됐다. 1993년 조계현은 17승 6패 평균 자책점 2.15로 다승왕에 올랐고, 한국 시리즈에서도 2승을 거두며 당시 해태 타이거즈의 7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1994년, 조계현은 쌍방울 레이더스를 상대로 1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당시 그의 노히트노런 게임을 저지했던 타자가 공교롭게도 당시 쌍방울의 간판타자였던 김기태(현 KIA 타이거즈 감독)였고, 이후 감독과 코치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이후 이대진(현 KIA 타이거즈 투수코치) 등 후배 투수들이 등장하면서 조계현의 입지가 좁아졌다. 미국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벌어진 '항명 파문'으로 인해 김응용 전 감독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시즌이 끝난 뒤 조계현은 삼성 라이온즈로 현금 트레이드 됐다. 이후 평범한 투수가 된 조계현은 1999년 시즌이 끝난 뒤 방출돼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이후 조계현은 잠시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가 KIA에서 투수코치(2003~2005)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 투수코치(2006~2009)와 두산 투수코치(2010~2011), LG 수석코치(2012~2014)를 거치며 다양한 팀에서 경험을 쌓았다.

LG에서 자신의 노히트노런 게임을 저지했던 김기태를 감독으로서 만나게 되었다. 김기태 감독이 2014년 초에 사임했을 때에는 잠시 감독 대행을 맡다가 양상문 감독(현 LG 트윈스 단장)이 부임하고 나서는 2군 감독으로 LG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2015년 다시 고향 팀 KIA로 돌아와 다시 김기태와 함께 수석코치로서 팀을 이끌었다.

경영인 아닌 야구인 출신 단장 증가, 코치에서 직행은 처음

한국 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KIA 타이거즈의 모기업 현대자동차 그룹은 2017년 겨울 본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원래 현대자동차 그룹은 부회장이 구단주를 겸했고 계열사 대표이사가 구단 대표이사직을 겸임했다. 그러나 기업 산하 스포츠구단의 운영에 적극 관여할 여력이 부족해지자 KIA 타이거즈의 구단 전임 대표이사를 배정하게 된 것.

이에 전 단장이었던 허영택이 새롭게 전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 빈 자리에 수석코치였던 조계현을 임명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 LG 트윈스가 양상문 감독의 계약이 끝나자마자 바로 단장으로 임명했는데, KIA의 경우는 김기태 감독이 얼마 전 감독 재계약을 했던 상황이었다.

조계현은 1군 감독대행 경험과 2군 감독 경험은 있었지만, 1군 감독을 거치지 않고 코치에서 단장이 된 최초의 인물이 됐다. 이전까지의 야구인 출신 단장들은 프런트에 입사하여 매니저부터 시작하거나 감독을 거친 인물들이었다.

구단 사장 경험까지 포함하면 삼성 라이온즈 사장을 지냈던 김응용 전 감독도 있다. 김응용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2004년 감독 계약이 만료되자 최초의 야구인 출신 구단 사장이 됐다. 김응용이 사장에서 물러난 뒤 삼성 라이온즈는 경영인이 구단 사장을 맡다가 2016년부터 독립법인에서 제일기획 산하 구단으로 들어가게 됐다.

두산 베어스의 김태룡 단장은 OB 베어스 프런트에 입사하여 매니저 단계부터 시작하여 운영팀장, 운영본부장 등 여러 보직을 두루 거쳐 단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고형욱 넥센 히어로즈 단장과 유영준 NC 다이노스 단장의 경우는 팀에서 스카우트 팀장을 맡다가 단장이 됐다.

LG 전 단장이었던 송구홍은 한 팀에서 선수, 코치, 운영총괄을 모두 지낸 뒤 단장이 됐다. 또한 박종훈 한화 이글스 단장과 양상문 LG 트윈스 단장 그리고 염경엽 SK 와이번스 단장은 감독 출신이다.

경영인 출신 vs. 야구인 출신 단장들의 장단점

사실 KBO리그 단장들은 대부분 경영인 출신이었다. 한국의 대기업에선 전문경영인들이 각 계열사의 임원 역할을 오가는데, 구단의 단장이나 사장 자리도 그렇게 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은 구단 자체가 독립 기업인 경우가 많아 경영인이 사장을 맡는 경우도 있다.

세계 야구에서 경영인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는 테오 엡스타인(현 시카고 컵스 구단 사장)이다. 엡스타인은 2003년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단장이 되며 주목을 받았는데, 당시 구단 프런트 경력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잠깐 일했던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엡스타인은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부임 2년 만에 무려 86년 동안이나 이어지던 밤비노의 저주를 깼다.

이후 단장 겸 부사장이 된 엡스타인은 레드삭스를 재정비해 2007년 또 한 번 월드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2012년 시카고 컵스의 구단 운영 사장이 된 엡스타인은 이후 몇 년 동안 철저한 리빌딩을 통해 컵스를 재건했고, 결국 2016년 108년 동안이나 이어지던 염소의 저주마저 깨뜨렸다.

야구인 출신 단장에서는 빌리 빈(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단장)이 있다. 불운한 선수 시절을 보냈던 빈은 이후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소설 및 영화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해졌다. 특히 2002년 정규 시즌 20연승의 기록을 세우며 데이터를 활용한 선수 영입의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구단 프런트 업무에 있어서는 기업 경영능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다만 그 경영인이 평소에 야구에 관심이 없었더라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한 점에서는 현장 경험이 많은 야구인 출신들이 유리한 점이 있다.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 경험을 거치거나, 프런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도 여기서 말하는 야구인에 포함된다.

기업에서도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최근 프런트 경험이 많은 인물이나 선수 지도자 출신들을 단장으로 임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다만 프런트 직원 출신이 아닌 선수 지도자 출신의 경우 기업 운영에 대한 감각을 쌓아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수도 있다.

단장은 선수단을 구성하고, 감독은 그 구성된 선수단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감독은 선수단에 필요한 요소들을 단장에게 요청하고 단장이 이를 지원하는 형식이다. 감독과 코치의 관계였던 김기태와 조계현은 이제 감독과 단장 관계로 바뀌었다.

사실 김기태는 감독직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코치들보다 젊은 감독으로 지낸 경우가 다반사였다. 김기태 감독 역시 형님 동생 사이로 지냈던 조 단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기태 감독 2기로 들어간 KIA에서 조계현 단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가운데, KIA가 내년에도 올해처럼 좋은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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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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