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Rain)가 신곡 '깡'으로 팬들 앞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비(Rain)가 신곡 '깡'으로 팬들 앞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 RAINCOMPANY


많은 대중은 비(정지훈)를 '노력파'로 기억한다. 실패한 아이돌 그룹 '팬클럽'의 멤버였던 그가 '월드 스타'로 거듭나기까지의 노력이 어떠했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할리우드 진출작인 <닌자 어쌔신>에서 보여준 근육질 몸매만 보아도 그렇다. 그는 자신을 갈고닦다 못해, 깎아내리는 연예인이다.

배우 활동 그리고 결혼으로 바빴던 비가 신보 < My Life 愛 >를 들고 무대로 돌아왔다. 2014년 < Rain Effec > 이후 3년 만의 컴백이다. 큰 키와 다부진 몸으로 선보이는 정교한 동작은 여전히 무대를 꽉 채운다. 비는 KBS <뮤직뱅크>를 통해 컴백 무대를 선보였다. 자신이 멘토로 출연하고 있는 KBS <더 유닛>에서는 참가자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는데, 시청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결국 비의 춤이었다.

노력이 곧 퀄리티를 담보하지 않는다

비는 이번 컴백 기자 회견에서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안정보다는 도전을 택하고 싶었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노력하는 자세가 퀄리티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전까지 비의 음악에 대중이 보냈던 관심에 비교하면, 이번 타이틀곡 '깡'에 대한 반응은 저조한 편이다. 음원 사이트나 유튜브에도 부정적인 뉘앙스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주요 음원 차트에서도 비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타이틀곡을 작업한 뮤지션은 길이 이끄는 작곡가 그룹인 'Magic Mansion(매직 맨션)'이다. 비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Magic Mansion'에게 "나 같지 않은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다. 그러나 '깡'은 프로듀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슬픈 사례가 되고 말았다. 물론, 차트 성적이 곧 음악적 완성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노래 전반에 묻어있는 자신감을 생각하면, 음원 차트 진입 실패는 치명적이다.

"Yeah 다시 돌아왔지 내 이름 레인(RAIN) 스웩을 뽐내 WHOO! They call it 왕의 귀환 후배들 바빠지는 중. 신발끈 꽉 매고 스케줄 All Day 내 매니저 전화기는 조용할 일이 없네 WHOO!" - 비, < My Life 愛 > Track 05. '깡' 중에서

그와 랩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 힙합 뮤지션인 미고스(Migos)나 퓨처(Future)처럼 음절을 끊는 플로우로 젊은 감각을 선보이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에 가깝지 않나 싶다. 스웨그(SWAG)를 뽐내는 가사도 어색하다. 물론 비가 예전에 랩을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데뷔 앨범에서도 랩을 선보였고, 'Hip Song'에서도 읊조리는 듯한 랩을 선보인다. 그러나 이 랩들은 곡에 대한 몰입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곡의 완성도 역시 당황스럽다. 랩으로 구성된 절(Verse)과 발라드풍의 브리지(Bridge), 트랩(Trap) 사운드가 전혀 조응하지 않는다. 곡의 구성에 개연성이 없다 보니, 조잡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비는 화려한 가창력을 지닌 보컬은 아니지만, 좋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다. 3집(2004)의 '지운 얼굴', 4집(2006)의 '하루도', '내가 누웠던 침대' 등 리듬 앤드 블루스에서 비의 강점이 드러났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다. 비는 박진영, 엄정화처럼 후배들에게 롤 모델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이미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15년을 걸어왔다. 롤 모델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좋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옷이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릴지 고민해야 한다. '깡'은 그에게 맞는 옷이 아니다.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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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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