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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1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쌍용자동차지부 인도원정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마힌드라는 쌍용차해고자 복직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오른쪽부터 김득중 쌍용차노조 수석부지부장, 윤충렬 수석부지부장, 김재환 조합원. 이 세 명은 인도 뭄바이로 가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을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1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쌍용자동차지부 인도원정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마힌드라는 쌍용차해고자 복직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오른쪽부터 김득중 쌍용차노조 수석부지부장, 윤충렬 수석부지부장, 김재환 조합원. 이 세 명은 인도 뭄바이로 가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을 한다고 밝혔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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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1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쌍용자동차지부 인도원정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마힌드라는 쌍용차해고자 복직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1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쌍용자동차지부 인도원정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마힌드라는 쌍용차해고자 복직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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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건강이 2년 전보다 더 악화됐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측의 복직 약속이 지켜지는 않는 것이 해고자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5년 12월 쌍용차 노사합의 이후 2년 동안 해고자 167명 중 37명의 해고자만 복직했고, 130명은 여전히 해고자로 남아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1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건강상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쌍용차 노동자 130명 중 106명이 답한 조사 결과 해고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11월 27일부터 29일간 진행됐으며, 모바일 질문지를 통해 조사했다.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대답은 84명(79.2%)이나 됐지만 '건강상태가 좋다'고 답한 건 22명(20.8%)에 불과했다. 2015년 6월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팀 조사에서는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대답이 39.5%였다. 2년 사이에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느끼는 해고자가 2배나 늘어난 것이다.

우울·불안 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서도 '있다'는 답변은 88명(83%), '없다'는 답변은 18명(17%)이었다. 2년 전 김승섭 교수팀 조사에선 75.2%가 '있다'라고 대답했다.

불면증과 수면장애 경험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95명(89.6%)이 '있다'고 답했다. '없다'라는 답변은 11명(10.4%)뿐이었고, 2년 전 조사에 비해 '수면장애가 있다'고 밝힌 비율이 17.4% (72.20%→89.6%)나 증가했다. 또한 최근 1년간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을 복용한 적이 있다는 해고자는 106명중  36명(34%)이나 됐다.

'복직이 기약 없이 미뤄질 경우 본인의 건강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는 52명(49.1%)가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상당히 악화될 것이다'는 48명(45.3%), '별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는 6명(5.6%)이었다.

쌍용차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지부장 등 3명이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 쪽을 만나 해고자 복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태적 박탈감까지... 공포스러운 상황"

2015년 12월, 쌍용차 노노사가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하고 6년간의 긴 대립과 반목을 청산하는 합의안 조인식을 가졌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에서 진행된 조인식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왼쪽)과 최종식 쌍용자동차 대표이사(가운데), 홍봉석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오른쪽)이 손을 맞잡고 있다. 그러나 전원 복직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 쌍용차 노노사 해고자 전원 복직 합의 2015년 12월, 쌍용차 노노사가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하고 6년간의 긴 대립과 반목을 청산하는 합의안 조인식을 가졌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에서 진행된 조인식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왼쪽)과 최종식 쌍용자동차 대표이사(가운데), 홍봉석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오른쪽)이 손을 맞잡고 있다. 그러나 전원 복직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 사진제공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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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한 쌍용차 해고자 고동민씨는 이번 설문조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많지 않지만 조금씩 복직이 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Q200 같은 신차가 나오는 데도 복직을 시켜준다는 말이 없다. 2015년 노사합의 이후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정작 안 되니까, 오히려 합의 이전보다 해고자들의 마음은 더 힘들것이다."

고씨는 "사측은 기다리라는 말도 없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는 복직을 했고 누군가는 복직을 못 한 상태니까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복직 합의 이전처럼 건강이 다시 안 좋아지는 분들도 있다. 정말 공포스럽다"라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기획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충격적인 결과다. 2017년 상반기가 명시적인 건 아니더라도 저때까지는 복직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아니니까, 희망이 없다고 해고자들이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집행위원은 "벼랑 끝에 와 있다는 느낌이다. 예전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다. 김득중 지부장이 이런 자료를 가지고 인도에 가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면 해고자의 상황을 전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승섭 교수 "해고자로 남아있는 상황, 건강 악화된다는 것을 시사"

2013년 3월 8일 오전, 덕수궁 대한문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동료노동자들이 분향소를 에워싸고 있다.
 2013년 3월 8일 오전, 덕수궁 대한문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동료노동자들이 분향소를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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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지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한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직접 진행한 게 아니라서 설명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항우울제와 수면제 복용 비율이 높아진 것이 눈에 띄며, 건강 상태가 위태로워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자들의 건강상태를 좀 더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는 "쌍용차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해서는 해고노동자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재취업이나 재교육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승섭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2년 전 쌍용자동차 해고자 건강상태를 조사했다. 이번 쌍용차지부의 해고자 건강상태 조사를 분석해보자면?
"직접 진행한 게 아니라 설명이 조심스럽다. 신뢰성이 약간 떨어지는 질문 항목도 있다. 다만 '1년간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 수면제등을 복용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서 비율이 22%에서 34%으로 오른 것은 주목할만 하다. 다른 건강 상태보다도, 실제로 약을 섭취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변화를 의미 있게 볼 수 있다."

- 조사 결과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해고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복직되지 않고 해고자로 남아있게 되는 경우 건강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는 것을 시사해주는 것 같다. 그 이상 말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건강상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 오히려 복직자들이 나오면서, 남아 있는 해고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맞는 이야기다. 동료는 원하던 직장으로 가고, 본인은 남아있는 경우 그로 인한 심리적 박탈감은 당연히 심각하고 중요한 스트레스다. 그것들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는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긴 힘들다.

한 가지 지적하자면 보통은 임금 같이 물질적인 부분에서의 피해로 인해 건강에 악영향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심리적인 요소에서 기인한다. 해고가 사람의 몸을 해치는 이유의 중요한 부분은 '해고 과정의 부당함'이다. 쌍용차도 마찬가지였다. 해고과정이 얼마나 절차를 지키고 공정했는가가 중요하다."

2009년 8월, 경찰이 쌍용차동차 공장에 진입해 2차진압작전을 펼치며 노조원들을 쫓고 있다.
 2009년 8월, 경찰이 쌍용차동차 공장에 진입해 2차진압작전을 펼치며 노조원들을 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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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당시 조사했던 해고자분들 중에 복직 후 건강이 호전되었다는 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 이후 두 번이나 이에 관해 조사해서 발표했다. 같은 사람을 두고 해고된 상태였을 때와 복직된 상태였을 때의 건강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복직으로 인한 건강 호전은 너무 당연하다. 수치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 보통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정신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당뇨 같은 신체적 질환도 많이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몸과 마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게 잘못됐다.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가 당뇨병과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직장이 없거나, 임금이 감소되며 소득 계층이 낮아지는 경우에 질병 발생이 높아지는 것은 상식이다. 사람들은 정신건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육체적인 질병도 당연히 증가한다."

- 해고자들이 바로 복직하는 건 힘든 상황이다. 한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해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돌볼 수 있을까?
"해고자의 건강 문제가 자극적이니까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데, 해고노동자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부터 기본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비정규직으로는 일하기 싫으니까 복직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한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다. 해고가 부당하니까 복직은 당연한 건데, 그런 말들이 나온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아픔을 보며 우리 사회가 해고노동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 국가의 노동 정책의 변화가 필요할까?
"재취업이나 재교육의 확대, 흔히 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투자가 낮은 나라다. 대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확대를 위한 예산의 증대와 정부 관점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와 연관해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 '해고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점은 어때야 하나', '정리해고의 엄격한 집행'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를 단순히 복직 문제에 한정 지으면서 이 비극을 통해 얻어야 하는 교훈을 사장시키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가 앞으로 상처를 돌아보고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태그:#쌍용차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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