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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는 복직투쟁 노동자들
▲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 해고자들의 천막농성장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는 복직투쟁 노동자들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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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직하지 못한 채 현대제철 정문 앞에서 90일 가까이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 하청업체인 대주중공업 소속으로 현대제철 공장에서 일하던 한근우씨는 지난 3월 2일 해고됐다. 회사는 회식 자리에서 사측 관리자와 쌍방 폭행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한 씨를 해고했다. 회사는 한씨의 음주운전 전력과 다른 직원과의 다툼 등을 사유로 추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씨는 "쌍방 폭행이 문제가 아니라 입사 이후 노조 활동을 해 왔다는 점이 더 문제가 됐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의 조합원으로 대의원, 교섭위원 등에 선출되는 등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해 왔다.

한씨는 사측의 해고통보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노동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고, 지방노동위원회(6월, 이하 지노위) 뿐만이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10월, 이하 중노위)까지 모두 '부당 해고'라며 복직명령을 내렸다. 노동위원회는 쌍방 폭행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쌍방폭행 관리자는 정직 2개월), 사측의 징계 절차 역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위원회는 한씨와 다툼을 벌인 관리자의 경우 해고처분을 받지 않은 점과 사내 징계 절차 시 재심의 경우 하루 전 통보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중노위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대주중공업은 한씨를 복직시키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주중공업 물류사업부 중부지점 관계자는 "중노위가 사측의 입장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아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해고자는 평소 근태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소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한씨는 "노동자에게는 해고는 피를 말리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어렵게 중노위의 판정까지 받았는데도 회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면서 "대주중공업은 현대제철의 하청업체라고는 하지만 연매출 5천 억 정도인 큰 회사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행강제금이 부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사의 압박수단으로 마련된 '해고자 금전보상'에 대해서도 한씨는 "실제 현장에서는 해고자에 대한 금전보상이 단지 협상 카드로 사용될 뿐 받지 못한 임금만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중노위의 복직 결정에도 사측은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 지난 9월 5일부터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한근우 씨 중노위의 복직 결정에도 사측은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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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수 의원, 이행강제금·금전보상 실효성 의문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환경노동위원회, 경남 양산)실은 "노동위원회가 어렵게 부당해고 판정을 내려도 다수의 기업들이 이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동자가) 복직을 포기하고 금전보상을 선택한 경우에도 추가적인 보상금이나 위로금 없이 실제 받아야할 임금액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노동위원회가 서 의원실에 제출한 2016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의 자료에 따르면 모두 503곳의 기업 516건의 사건에 대해 854회에 걸쳐 총 77억3,382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이행강제금 부과에도 불구하고 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등 명령을 따른 경우는 81건, 15.7%에 불과했다. 나머지 435건, 84% 이상은 원직복직을 시키지 않고 행정 소송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해고자 복직투쟁을 지지하는 현수막
▲ 천막농성장 앞의 연대현수막 해고자 복직투쟁을 지지하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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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행강제금액은 총 854건의 부과건수 가운데 602건인 70.4%가 1천만 원 미만만 부과돼 대기업의 구제명령 이행을 강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중노위 판정의 금전적 강제수단인 '해고자에 대한 금전보상제도'을 살펴봐도 해고자 입장에서 불리한 상황에 있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1월 이후 금전보상명령이 내려진 122건을 분류해본 결과 임금액에 비용과 위로금이 추가 반영돼 결정된 경우는 단 3건(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19건 97.5%는 임금액만 반영된 금전보상만이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서 의원은 "보상금의 산정 기준과 산정 방법과 마찬가지로 이행강제금의 산정 기준과 산정 방법이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사용자의 귀책사유와 책임정도, 구제명령을 이행하려는 노력 등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 의원실에서는 노동위의 실질적인 강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중노위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복직을 하지 못한 채 일자리가 아닌 길거리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 앞에 어떤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태그:#현대제철 하청, #중앙노동위원회, #이행강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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