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 경기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가 40년이 지난 후에도 이어지는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홍수환 4전 5기의 전설은 추억을 기리는 것을 넘어 해를 거듭할수록 이야기 거리가 더 풍성해지고 있다.

 4전5기 4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홍수환과 카라스키야

4전5기 4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홍수환과 카라스키야 ⓒ 이충섭


11월 27일 오후 6시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홍수환 4전 5기 승리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복싱 관련 인물들은 물론 당시 파나마에서 중계방송을 했었던 박병학 아나운서, 한국에서 중계방송을 했던 최동철 아나운서, 당시 국세청 차장으로 홍수환 후원회장이었던 장재식 전 산자부장관, 김응용 감독, 마라토너 황영조, 가수 장미화, 최진희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축하연에 참석했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손님은 상대 선수였고 지금은 파나마의 국회의원인 헥토르 카라스키야(57세)였다.

 4전5기 기념식을 찾은 김응용 전 삼성라이온스 사장

4전5기 기념식을 찾은 김응용 전 삼성라이온스 사장 ⓒ 이충섭


1977년 신설된 WBA Jr. 페더급 초대챔피언 결정전에 나선 두 선수는 2라운드에 카라스키야가 홍수환을 무려 4번이나 다운시켰지만, 3라운드에 들어선 홍수환이 믿을 수 없는 투혼으로 기적 같은 역전 KO승을 거둔 바 있다.

홍수환은 이 승리로 인해 '4전 5기 신화'를 쓰며 국민 영웅으로 거듭났다. 카라스키야는 이후 재기를 노렸지만 만 20세가 되기도 전인 1981년 통산전적 18승(16KO) 5패로 쓸쓸히 은퇴를 했다.

카라스키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홍수환 회장
 경기를 중계했던 박병학 아나운서와 최동철 아나운서가 당시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경기를 중계했던 박병학 아나운서와 최동철 아나운서가 당시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 이충섭


먼저 무대에 오른 홍수환(68세)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은 카라스키야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가 반대로 4번 다운시켰다가 역전패를 당했다면, 이런 자리에 참석했었을까를 생각하면 더더욱 감사하다. 경기는 내가 이겼지만 인생에서는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다."

 이제는 파나마의 국회의원이 된 카라스키야

이제는 파나마의 국회의원이 된 카라스키야 ⓒ 이충섭


뜨거운 환영의 박수 속에 마이크를 이어받은 카라스키야는 "홍수환이 미국서 지내던 시절 파나마 사람을 만날 때마다 카라스키야가 은퇴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염려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고 보고 싶어했다는 마음이 전해졌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졌다고 끝이 아니고 오히려 패배를 통해 더 많은 교훈을 얻고 강해질 수 있었다. 어쩌면 그 패배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홍수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년 41주년 행사는 홍수환을 파나마로 초청해서 기념식을 열어주겠다. 이번에 같이 오려다가 건강이 안 좋아서 아쉽게 못 온 로베르토 두란도 초청하겠다."

홍수환은 기꺼이 초대에 응했고, 카라스키야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홍수환과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카라스키야

홍수환과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카라스키야 ⓒ 이충섭


카라스키야(는카라스키야는 작년 9월 파나마 국회의원 자격으로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초청으로 한국에 초청되었다가, 예정에 없던 시간을 내서 홍수환을 만나기 위해 대치동에 있는 홍수환스타복싱체육관을 방문해 재회했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홍수환 카라스키야 4전5기 홍수환스타복싱체육관 파나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