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 경기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가 40년이 지난 후에도 이어지는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홍수환 4전 5기의 전설은 추억을 기리는 것을 넘어 해를 거듭할수록 이야기 거리가 더 풍성해지고 있다.
▲ 4전5기 4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홍수환과 카라스키야 ⓒ 이충섭
11월 27일 오후 6시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홍수환 4전 5기 승리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복싱 관련 인물들은 물론 당시 파나마에서 중계방송을 했었던 박병학 아나운서, 한국에서 중계방송을 했던 최동철 아나운서, 당시 국세청 차장으로 홍수환 후원회장이었던 장재식 전 산자부장관, 김응용 감독, 마라토너 황영조, 가수 장미화, 최진희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축하연에 참석했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손님은 상대 선수였고 지금은 파나마의 국회의원인 헥토르 카라스키야(57세)였다.
▲ 4전5기 기념식을 찾은 김응용 전 삼성라이온스 사장 ⓒ 이충섭
1977년 신설된 WBA Jr. 페더급 초대챔피언 결정전에 나선 두 선수는 2라운드에 카라스키야가 홍수환을 무려 4번이나 다운시켰지만, 3라운드에 들어선 홍수환이 믿을 수 없는 투혼으로 기적 같은 역전 KO승을 거둔 바 있다.
홍수환은 이 승리로 인해 '4전 5기 신화'를 쓰며 국민 영웅으로 거듭났다. 카라스키야는 이후 재기를 노렸지만 만 20세가 되기도 전인 1981년 통산전적 18승(16KO) 5패로 쓸쓸히 은퇴를 했다.
카라스키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홍수환 회장
▲ 경기를 중계했던 박병학 아나운서와 최동철 아나운서가 당시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 이충섭
먼저 무대에 오른 홍수환(68세)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은 카라스키야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가 반대로 4번 다운시켰다가 역전패를 당했다면, 이런 자리에 참석했었을까를 생각하면 더더욱 감사하다. 경기는 내가 이겼지만 인생에서는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다."
▲ 이제는 파나마의 국회의원이 된 카라스키야 ⓒ 이충섭
뜨거운 환영의 박수 속에 마이크를 이어받은 카라스키야는 "홍수환이 미국서 지내던 시절 파나마 사람을 만날 때마다 카라스키야가 은퇴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염려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고 보고 싶어했다는 마음이 전해졌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졌다고 끝이 아니고 오히려 패배를 통해 더 많은 교훈을 얻고 강해질 수 있었다. 어쩌면 그 패배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홍수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내년 41주년 행사는 홍수환을 파나마로 초청해서 기념식을 열어주겠다. 이번에 같이 오려다가 건강이 안 좋아서 아쉽게 못 온 로베르토 두란도 초청하겠다."홍수환은 기꺼이 초대에 응했고, 카라스키야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 홍수환과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카라스키야 ⓒ 이충섭
카라스키야(는카라스키야는 작년 9월 파나마 국회의원 자격으로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초청으로 한국에 초청되었다가, 예정에 없던 시간을 내서 홍수환을 만나기 위해 대치동에 있는 홍수환스타복싱체육관을 방문해 재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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