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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8일 오후 1시 34분]

아침일찍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기사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아침일찍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기사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하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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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아들은 8년 전인 초등학교 시절에 축구를 시작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다. 하지만 현재 거의 축구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빠졌다. 대학 입시 등 진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대한축구협회 주최 축구 경기에 6개월 동안 출전할 수 없어서다.

그 이유는, 선수가 타 시도로 이적할 경우 6개월이 지나야 선수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대한축구협회 규정 때문이다. A씨의 아들은 지난 10월에 경기 파주에 있는 A고등학교에서 서울에 있는 B고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고 3을 코앞에 둔 중요한 시기에 A씨는 어째서 '전학'이라는 무리한 결정을 한 것일까?

"감독은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지 않았고, 코치라고 있는 두 분은 학교에서 정식 채용하지 않은, 당연히 임금도 받지 못하는 분들이었어요. 이 분들이 아이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지도를 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지도가 이루어질 리가 없지요. 도저히 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부모 A씨가 27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런 처지에 놓인 학부모(학생)는 현재 4명이다. 이들과 함께 A고를 그만두고 다른 학교로 전학한 학생이 6명 정도 더 있지만,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는 게 A씨 추측이다.

A씨처럼 아들을 서울로 전학시킨 학부모 B씨는 27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사실상 (아들이) 축구 선수의 꿈을 접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를 못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긴 줄은 몰랐다. 이제 곧 고 3이 되니까 사실상 축구로 대학을 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채용하지 않은 코치가 선수를 지도한 것은 엄연한 규정 위반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파주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27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정식 채용하지 않은 코치는 운동부를 지도하거나 기숙사에서 숙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A고에서 정식 채용하지 않은 코치가 선수들과 숙식하며 축구 지도를 한 것은 사실이다. 12월 초쯤 조사를 마치고 규정 위반에 따른 조처(주의나 경고 등)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 B씨의 아들, 그리고 A고에서 다른 곳으로 전학한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려면 A고 축구부가 해체돼야 한다. 하지만, 이 축구부에는 아직 9명이 남아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아 있는 아이들 역시 9명으론 축구 경기에 나갈 수 없다.

현재 9명으로 유지되는 A고 축구부가 해단되면 A씨와 B씨의 아들은 조만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기존 팀이 해단되면 출전 정지 기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축구부 감독과 다른 학부모 등이 '축구부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학부모는 28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그래도) 9명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 축구부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타 시로 옮기면 6개월 출전정지라는 규정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A고 축구 감독은 2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축구부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선수를 모으고 있다"라고 밝혔다. 학교에서 채용하지 않은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한 것에 대해서는 "그냥 와서 도와준 것, 자원봉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태그:#축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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