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4년 연속 홈런왕 기록을 세웠던 박병호가 KBO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넥센 히어로즈는 11월 27일 공식 발표를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잔여 계약이 해지된 박병호와의 연봉 계약을 체결했음을 발표했다. 박병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이적했기 때문에 이전 소속 팀이었던 넥센과의 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사실 박병호는 2년 전 포스팅 시스템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1285만 달러에 응찰을 받았다. 이후 4+1년 계약으로 옵션을 포함하면 총액 1850만 달러에 트윈스와 계약했다. 기본 계약만 해도 아직 2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트윈스와의 계약 해지 절차를 거쳐 넥센과 계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병호와 '영 좋지 않은 인연'으로 끝난 두 트윈스

박병호는 원래 KBO리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서 데뷔했던 선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면서 야구 팀의 두 트윈스와 인연을 맺게 됐다. 하지만 박병호는 두 트윈스와의 관계에서 모두 그다지 좋은 인연으로 남지 못하게 됐다.

LG 트윈스에 있는 동안 박병호는 4시즌을 조금 넘게 뛰었는데(군 복무 기간 제외), 이 기간 도합 657타수 125안타(2루타 및 홈런 각 25개) 84타점 68볼넷 85득점에 그쳤다. 한 시즌을 풀 타임으로 뛰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성적을 4시즌 이상 출전하면서 냈을 정도로 출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박병호, 미네소타에서 다시 넥센으로 박병호(31)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내년 시즌부터 KBO리그에서 다시 뛴다. 넥센 구단은 27일 "한국에 돌아오는 박병호와 연봉 15억 원에 2018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왼쪽은 넥센 시절, 오른쪽은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모습.

▲ 박병호, 미네소타에서 다시 넥센으로 박병호(31)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내년 시즌부터 KBO리그에서 다시 뛴다. 넥센 구단은 27일 "한국에 돌아오는 박병호와 연봉 15억 원에 2018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왼쪽은 넥센 시절, 오른쪽은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모습. ⓒ 연합뉴스


이후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비로소 주전 출전의 기회를 얻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4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가 되었다.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 등 매년 홈런이 증가하며 향후 이승엽의 각종 홈런 기록을 깰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타자로 평가 받았다.

그리고 박병호는 선수 기량이 가장 절정에 오른 만 29세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포수 출신의 교타자 1루수 조 마우어와 함께 1루와 지명타자를 나눠 맡으며 어느 정도 기회를 받았지만 박병호는 여름에 접어들자 서서히 약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첫 30경기 만에 9홈런을 날렸던 박병호는 이후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가장 낮은 타율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2016년 7월 2일(한국 시각) 마이너리그 옵션이 적용된 박병호는 이후 다시는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손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일찍 마감한 박병호는 이후 팀의 구조 조정으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됐다. 팀 성적도 30팀 중에 꼴찌가 되면서 박병호 영입에 기여하며 그에게 우호적이었던 단장이 경질되고, 이후 박병호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2017년 2월 박병호는 지명 양도 공시(Designed for Assignment)되면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후 마이너리그로 계약이 이관된 뒤 초청선수 신분으로 다시 스프링 캠프에서 로스터 진입에 도전했지만, 박병호는 안타깝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리고 2017년은 시즌 내내 트리플A에서만 머무르며 타율 0.253 14홈런에 머물렀다.

고심 끝에 KBO리그 복귀 결정, 넥센과 연봉 15억원 계약

9월에 시즌을 마친 박병호는 귀국하지 않고 미니애폴리스에 남아 메이저리그 재진입에 대비한 훈련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KBO리그에서 박병호에 대한 보류권을 갖고 있었던 넥센은 꾸준히 박병호와의 대화를 시도했고, 넥센의 손길은 결국 박병호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에 박병호는 2019년까지 기본 보장되어 있었던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남아있던 2년 동안의 각종 보장된 연봉 지급 등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계약 해지 신청을 한 박병호는 트윈스의 협조로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넥센과의 연봉 협상을 진행했다.

박병호는 KBO리그 고교 졸업 자격으로 지명을 받았고, 서비스 풀 타임 6시즌을 채웠던 상태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해외 구단으로 이적하면 FA 권한을 한 차례 행사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박병호는 앞으로 서비스 풀 타임 4시즌을 더 뛰어야 생애 첫 FA 권한을 획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박병호는 계약금이 포함되지 않은 연봉으로만 15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박병호가 향후 넥센에서 50홈런 시즌 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진 않더라도 30~40홈런 수준의 활약을 한다면 앞으로 연봉이 크게 상승할 여지는 있다. 다른 FA 선수들에 비해 연봉 규모가 작아보이는 이유에는 바로 이러한 사연이 반영된 것이다.

집 옮긴 넥센, 고척 스카이돔 적응해야 하는 박병호

박병호가 없는 동안 넥센은 홈 구장을 서울 양천구 목동운동장에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으로 옮겼다. 박병호의 입장에서는 '2년 동안 집을 비웠는데, 돌아오니 집이 이사를 간 상황'과 비슷하게 된 것이다.

넥센은 박병호, 강정호(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이 주축으로 활약하는 동안 꾸준히 팀 홈런 부문에서 리그 상위권을 차지했을 정도로 홈런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목동운동장의 영향도 있었다지만 KBO리그 경기장들의 홈런 격차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 박병호는 KBO리그 최초의 돔 구장에 적응해야 한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우 예전에 메트로돔이라 불리던 돔 구장을 홈으로 사용한 적은 있었지만 오래 전의 일이었다. 현재 도쿄 돔의 지붕을 덮은 방식은 메트로돔에서 벤치마킹한 것으로 더운 공기를 통해 지붕 형태를 유지했다.

그래도 박병호는 메트로돔이나 도쿄 돔 스타일의 돔 구장은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을 때 조금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척 스카이돔의 지붕 형태는 이들과 또 다르다. 더운 공기를 통해 지붕 형태를 유지하면 그 여파로 홈런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고척 스카이돔은 타구가 공기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2016년 시즌부터 넥센은 고척 스카이돔을 홈으로 사용했다. 결국 박병호는 재회한 옛 동료들보다 2년 늦게 새 집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당장 2018년 시즌부터 박병호에게 2014년, 2015년 수준의 임팩트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외부 영입 없었던 넥센, 박병호 계약으로 전력 보강

사실 이번 겨울 넥센은 굵직한 외부 선수 영입이 없었다. FA 시장에 나온 다른 팀 출신 선수들과의 협상도 없었으며, 2차 드래프트에서도 10팀 중 유일하게 지명권을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았다. 1군에 올라와야 하는 유망주 자원들이 많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 때문에 넥센은 올 겨울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채태인에 대해서도 붙잡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상태다. 오랫동안 한 팀에서 꾸준히 활약해줬던 베테랑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도 재계약 없이 놓아줬다. 그러한 상황에서 박병호의 계약은 올 겨울 넥센의 전력 보강 가운데 결정적인 '신의 한 수'가 됐다.

앞으로 이번 겨울 넥센의 추가 보강은 FA로 이적할 채태인에 대한 보상선수 지명이나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진 다른 선수들에 대한 계약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넥센의 타선이 나름 짜임새가 좋았던 만큼 박병호의 복귀는 넥센 공격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넥센은 이정후(2017 신인상)와 서건창(2014 MVP)으로 대표되는 국가대표급 테이블 세터를 보유하고 있다. 2년 동안 1군에서 12홈런 추가에 그쳤던 박병호에게 당장 내년에 50홈런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이정후와 서건창의 꾸준한 출루 속에서 박병호가 타점을 쓸어담을 기회는 충분히 주어질 전망이다.

넥센과의 계약을 마친 박병호는 일단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서의 생활을 모두 정리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귀국을 포함한 향후 일정은 추후 확정되어 발표할 예정이며, KBO리그 선수로서의 공식 일정은 내년 2월 스프링 캠프부터 시작하게 된다.

또한 박병호의 복귀는 지난 겨울에 복귀한 이대호 등과 함께 리그 홈런왕 경쟁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역대 홈런 1위 타자 이승엽이 은퇴한 가운데 홈런 타자의 빈 자리 하나를 박병호가 메워준 것이다. 고척 스카이돔에서의 첫 타석을 기다리고 있는 박병호가 어떠한 모습으로 팬들과 다시 인사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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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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