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꾼

ⓒ (주)쇼박스


이준익 감독 밑에서 연출부 생활을 했던 장창원 감독의 입봉작, 영화 <꾼>이 지난 22일 개봉했다. 영화에는 배우 현빈을 비롯해 유지태 박성웅 배성우 나나 안세하가 캐스팅 됐다. 특히 배우 안세하는 영화 <원라인>에서 사기꾼 쫒는 경찰로 나왔지만 이번 영화에선 사기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장창원 감독이 직접 쓴 영화의 스토리는 이미 앞서 영화 <마스터>에서 써먹었던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는 개봉 5일간 관객 121만 명을 동원하며 영화 <저스티스리그>를 밀어내고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조희팔 사건' 모티브, 수많은 케이퍼 무비가 떠오르는 이유

 <꾼>스틸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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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8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사기극이 벌어진다. 사기 피해액만 4조 원에 달하는 이 사건의 범인 장두칠(허성태)은 유유히 국내를 빠져나간다. 위조전문가 아버지(정진영)가 그의 도주를 돕다가 살해당하자 황지성(현빈)은 장두칠 추격에 나서지만 끝내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뉴스 보도만 접할뿐이다. 그리고 2016년, 사망 뉴스에도 불구하고 장두칠이 아직 살아있음은 물론 그를 비호했던 권력자들이 의도적으로 풀어준 거라는 추측과 장두칠의 뇌물리스트가 실존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당시 장두칠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유지태) 검사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루머의 뿌리를 없애려 한다. 박희수는 자신의 비공식 수사 루트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장(안세하)과 함께  장두칠의 뇌물리스트를 쫒는다. 그리고 그들보다 한발 앞서 뇌물리스트를 입수한 황지성과 조우하게 되고, 장두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는 끊임없이 데자뷰를 불러 일으킨다. 우선 <꾼>은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탓에 소재적 측면에서 지난해 12월 개봉해 최종 714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마스터>(2016)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초반 배우 배성우의 "내가 저 놈한테 수술 당해서 검사님한테 잡힌거잖아요"라는 대사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 속 백윤식의 명대사 "나 수술당했다. 거의 뇌수술 수준이야"란 대사와 오버랩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이 모여 한탕을 계획하는 영화 장르-편집자 주)의 새 장을 열었던 <범죄의 재구성>을 상기시킨다. 특히 사기꾼 때문에 목숨을 잃은 가족의 복수 사기극이라는 점, 주인공이 이미 짜여진 팀에 새로이 합류한다는 설정 그리고 주인공이 1인 다역을 소화한다는 것 등 <꾼>은 13년 전 <범죄의 재구성>과 유사한 면들이 많다.

오락 영화로서 소임은 다하고 있지만...

 <꾼>스틸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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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구성도 그다지 색다르지 않다. 팀을 이끌며 판을 짜는 설계자,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사기꾼, 온갖 기기를 잘 다루는 기술자, 남자 홀리는 섹시한 미녀 캐릭터 등의 조합은 기존 '케이퍼 무비'에서 고스란히 따온 느낌이 강하다. 멤버 구성이야 어쩔수 없다지만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기술마저도 앞선 케이퍼 무비에서 '복사 붙이기'한 것들로 채워져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더욱 아쉬운 점은 기능적으로 채워진 캐릭터들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사기극 특유의 두뇌 싸움과 반전의 반전을 거듭 보여주지만 이 또한 케이퍼 무비를 즐겨본 사람들에겐 그다지 효과적이질 못하다. 앞서 너무 많은 힌트를 흘린 탓에 반전에 소위 말하는 '한 방'이 없어져 버렸다. 맥이 빠지다보니 당연히 관객 입장에서도 속아주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그나마 헛점투성이의 스토리를 커버하는 리듬감 있는 전개와 배우 배성우와 나나의 활약이 돋보이는 코믹 요소만이 오락 영화로서 소임은 다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 속에서 감독이 현빈의 대사를 통해 '두 번 속으면 속는 사람이 바보'라고 말해주던데, 아마도 감독에게 두 번 속지는 않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빈 나나 배성우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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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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