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KIA가 한국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두산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김기태 감독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인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KIA가 한국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두산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김기태 감독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7 한국 시리즈가 끝난 뒤 어느 덧 1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각 팀들은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과의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이미 다른 팀으로 선수를 보낸 팀은 보상선수 지명을 위한 옥석 고르기에 집중하고 있다.

대다수의 팀들은 다른 팀 출신 선수를 최대 2명까지 데려올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리빌딩이나 자체 육성을 선언하며 외부 영입에 소극적인 팀도 있으며, 이미 어느 정도 외부 영입에서 성과가 있어서 철수한 팀도 있다.

2017 통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이번 겨울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김주찬(외야수) 1명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김주찬과의 재계약 협상을 시도함과 동시에 구원투수 자원을 보강하기 위한 외부 영입 물색을 추진하는 선에서 KIA는 FA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KIA는 올 겨울 외부 영입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으며 FA 시장에서 "큰 손"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KIA는 FA 자격을 얻지 않은 다른 주축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이라는 과제가 쌓여있다. 당장 올 겨울 FA 자격이 있었던 임창용이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서 KIA는 임창용과 단독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지난 겨울 FA였지만 1년 계약을 체결했던 양현종과도 앞으로 서비스 타임 3시즌 동안 단독 협상을 해야 한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3인방 헥터 노에시, 팻 딘(이상 선발투수) 그리고 로저 버나디나(외야수)와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KBO리그 규정상 외국인 선수들은 매년 겨울마다 연봉 협상을 진행해야 하며 다년 계약이 불가능하다. 일단 KIA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보류선수 명단에 넣었다.

MVP 양현종과의 재계약 협상, 대우가 관건

지난 겨울 FA 권리를 행사했던 양현종은 KIA와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외야수 최형우 영입에 무려 100억원을 쏟아 부었던 KIA는 투수 최대어였던 양현종과의 협상에서 그의 가치만큼 4년 계약을 한꺼번에 체결하기에 다소 무리가 따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KIA와 양현종은 22억 5천만원(계약금 7억 5천만원, 연봉 15억원) 금액으로 단기 계약을 맺었다. 1년이 지난 뒤 양현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양현종이 KIA에 계속 잔류하는 두 가지 방법을 남겨놓는 계약이었다.

그리고 양현종은 2017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KBO리그 토종 선발 20승은 이상훈(현 LG 트윈스 피칭 아카데미 원장) 이후 22년 만의 일이었으며, 역대 다승왕 중 최초로 몸 맞는 공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다승왕을 이뤄냈다. 한국 시리즈에서는 2경기에서 완봉승과 세이브를 달성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정규 시즌 MVP, 한국 시리즈 MVP 그리고 투수 최고의 영예인 최동원 상까지 모두 양현종의 몫이었다. 현재 상황이라면 양현종은 12월에 시상이 진행될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까지 싹쓸이할 것이 확실시된다.

양현종이 2017년에 받았던 계약금과 연봉은 3년 전 윤석민이 KBO리그로 복귀하며 맺었던 계약 규모의 1년치 금액과 비슷했다(4년 90억원, 연 평균 22억 5천만원). 하지만 윤석민이 부상으로 1년을 날렸고, 양현종의 가치가 더욱 상승하게 되면서 지난 겨울에 받았던 22억 5천만원보다 더 큰 규모의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양현종은 향후 서비스 타임 3년을 더 채울 때까지 계약금 없이 연봉만 받게 된다. 몸값이 상승할대로 상승하고 있는 양현종이기 때문에 단기 연봉 기준으로 상상하는 그 이상의 연봉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FA 재계약 협상 대상자 김주찬, 규정 특성상 재계약 가능성 높아

김주찬은 올 겨울 KIA 출신 중에서는 모든 팀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FA 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도 김주찬에게 계약을 제안할 수 있는 자격은 있다. 다만 다른 팀에서 김주찬을 데려가려면 2017년 김주찬 연봉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과 보상선수를 넘겨주어야 한다.

이 FA 보상선수 규정으로 인하여 김주찬은 현실적으로 KIA와 재계약 협상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주찬의 타격 기량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김주찬은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8세를 맞이한다(1981년생). 부상 이력도 있는 김주찬이 불혹을 앞두고 어떠한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2012년이 끝난 뒤 김주찬은 KIA와 4년 50억원(계약금 26억, 연봉 5억씩, 옵션 4억)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2013년과 2015년 부상으로 출전 경기수가 적어 서비스 타임이 모자랐기 때문에 다시 FA 자격을 얻는 데에는 5년이 걸렸다.

큰 부상 이력이 있는 30대 후반의 선수를 다른 팀에서 보상선수까지 각오하면서 영입할 가능성은 낮다. 현실적으로 김주찬은 KIA와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여 계약할 것이 유력하지만, 지난 번의 4년 50억에 버금가는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적다.

이렇게 될 경우 김주찬은 40대에 접어든 이후 은퇴 시기까지 고려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의 경우 마지막 FA 자격을 얻었을 때 2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은퇴 시점을 정했다. 때문에 김주찬이 KIA와 재계약하는 기간을 통하여 그의 향후 선수 생활이 어떻게 이어질지 예상할 수 있다. 물론, 2년이나 3년 정도 계약한 뒤 현역 생활 연장의 의지가 강할 경우 매년 연봉 협상을 진행할 수는 있다.

놓쳐서는 안되는 외국인 3인방, 모두 잡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

KIA는 올 시즌 외국인 3인방의 활약이 없었다면 엄청난 전력 공백을 감수해야 했을 정도로 3명의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버나디나는 공수주 모든 부문에 걸쳐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헥터는 뛰어난 이닝 소화력을 토대로 양현종과 함께 공동 다승왕(20승)을 차지했다. 팻 딘 역시 양현종과 헥터의 뒤를 이어 팀의 3선발 역할을 든든히 해냈다.

버나디나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 복귀 관련 설이 있었으나 KIA는 이와 관계 없이 버나디나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버나디나 같은 만능 플레이어를 새롭게 구한다는 것도 쉽지 않으며, 1984년생의 버나디나(2018년 만 34세)가 메이저리그 복귀를 시도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나이 탓에 현실적으로 스프링 캠프 초청 조건이 붙는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헥터는 2년 연속 170만 달러를 받았으며, 팻 딘이 2017년 90만 달러 그리고 버나디나가 85만 달러를 받았다. 2017년의 활약을 감안하면 팻 딘과 버나디나도 2018년에 1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헥터의 경우 올해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 210만 달러)가 기록한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에 버금가는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 당장 210만 달러까지 수직 상승할 가능성은 적지만, 올 시즌 니퍼트가 부진하며 연봉 삭감 가능성이 있기에 적어도 내년에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 투수가 될 것은 확실시된다.

팀내 구원투수 ERA 1위, '큰형님' 임창용의 존재감

1976년생(만 41세)의 임창용은 이제 KBO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가 됐다. FA 재취득 조건을 채웠지만 나이 문제 등으로 FA 권리 행사를 하지 않았다. 일단 보류선수 명단에도 포함되면서 임창용은 내년 시즌에도 KIA의 구원투수 자원으로 남게 됐다.

임창용이 예전의 전성기처럼 풀 타임 마무리투수를 맡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적다. 하지만 그의 관록은 무시할 수 없으며, 공의 무브먼트도 여전히 활용 가치가 있다. 당장 2017년 시즌만 봐도 임창용은 중간이든 마무리든 경기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시점에 필승조로 투입되어 KIA의 구원투수들 중 가장 좋은 평균 자책점(3.78)을 기록했다.

임창용은 지난 시즌의 이호준(은퇴)이 그랬듯이 단년 계약을 통해 자신의 힘이 닿는데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는 않지만, 젊은 투수들 사이에서 어디선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로서의 역할이 그에게 필요한 것이다. 2017년에는 최영필이 그 역할을 해냈으나 그가 시즌 중 은퇴하면서 임창용에게 그 역할이 넘어왔다.

KIA는 올 겨울 외부 영입에서는 손을 떼었다. 대신 그 만큼 팀내 주축 자원들에 대한 대우는 확실하게 챙겨줘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한국 시리즈가 끝난 이후 꾸준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 중에서 계약을 완료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KIA가 이들과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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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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