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도 세월 앞에서는 그 누구도 "노장"이라는 꼬리표를 피할 수는 없다. 2018년이 되면 1979년생 선수들이 한국 나이로 40대 불혹에 접어드는 시기로 이제 197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이 모두 불혹 이상의 노장들이 된다.

197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의 다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6년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2009년 제 2회 WBC 준우승을 일궈낸 베테랑들이다. 2015년 프리미어 12 우승에 기여한 선수들도 있지만, 이 때는 이전까지의 대회들에 비하면 비교적 젊은 선수들로 멤버가 교체된 대회였다.

위에 언급한 대회들의 주축이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야구가 세계에 위상을 떨친 황금 시대를 이끌었던 주축 세대라는 뜻이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2013년 제 3회 WBC와 2017년 제 4회 WBC에서 모두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등 부진하면서 세대 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1970년대 베테랑 선수들의 상징성은 더 빛나 보이기도 한다.

2017년 대거 은퇴한 베테랑, 이승엽 포함 8명

2017년에는 1970년대생 선수들이 무려 8명이나 은퇴했다. 가나다 순으로 김원섭, 마정길, 송신영, 조인성, 최영필 등은 시즌 중에 유니폼을 벗었다. 이승엽은 정규 시즌 마지막 날까지 풀 타임 출전하며 은퇴전에서 홈런 2개를 추가하는 등 마지막까지 자신의 기록을 추가하면서 KBO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은퇴전을 치렀다.

이호준은 이승엽과 달리 마지막 시즌을 백업 멤버로 치렀지만, 포스트 시즌까지 출전하며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세우고 은퇴했다. 시즌이 모두 끝난 뒤에는 2017년에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정대현까지 은퇴를 선언하면서 모두 8명이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이 멤버들의 주요 이력들을 들여다보면, 한국 야구계에 굵직한 흔적들을 남겨 놓은 선수들이다. 대표적으로 베테랑 포수 조인성은 2006년 WBC에서 주로 박찬호와 호흡을 맞추며 4강 진출에 기여했다. 특히 2라운드 3번째 경기였던 일본 전에서 외야 송구를 받아낸 뒤 홈으로 쇄도하는 일본 주자를 혼신의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이호준은 무려 23시즌을 뛰며 역대 KBO리그 최장 시즌 기록을 세웠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는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선수 생활 후반부에는 NC 다이노스 초대 주장을 맡으며 신생 팀이 리그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젊은 선수들을 이끌기도 했다.

이승엽은 다른 말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였다. 해외리그 기록을 포함하여 한국인 최초로 600홈런을 넘겼으며(626홈런), 이 부문 2위 양준혁(351홈런)은 물론 현역 1위 김태균(315홈런)과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 기록은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이 될 수도 있다.

내년에 모두 한국 나이 40대, 1970년대생 현역 5명 남아

그리고 이렇게 야구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선수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리고 이제 KBO리그에 현역으로 등록되어 있는 1970년대생 선수들은 5명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최고령 현역 선수로는 구원투수 박정진(FA)과 임창용(KIA 타이거즈) 2명이 1976년생으로 나이가 가장 많다.

한국 나이 43세가 되는 박정진과 임창용 이외에 나머지 3명의 선수들은 내년에 한국 나이 40세가 되는 1979년생 선수들이다. 외야수 박한이(삼성 라이온즈)와 구원투수 이정민(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외야수 박용택(LG 트윈스)이 그들이다.

우선 박정진은 생애 2번째 FA를 취득한 상태다. 2014년에 2년 8억원 규모로 한화 이글스와 재계약한 뒤 선수 생활을 지속하다 다시 FA 자격을 얻은 것이다. 박정진은 1999년 한화에 1차 지명을 받은 이래 현재까지 한 팀에서만 쭉 뛰었던 선수였고, 지금도 한화와의 재계약 의지가 강하다. 다른 팀이 데려가려면 2017년 연봉의 2배 금액과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기 때문에 현역 연장을 택할 경우 한화와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박한이는 올해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다. 무릎 수술의 여파로 출전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고, 결국 16년 연속 100안타 기록이 중단됐다.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68경기 출전에 그쳤는데, 이는 2001년 데뷔 이후 최소 경기 기록이었다. 타율도 0.263에 그쳤던 박한이는 몸에 이상이 없다면서 마무리 훈련 참가를 자청할 정도로 내년 시즌 재기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정민의 경우 올 시즌 24경기 출전에 3승 1패 2홀드 평균 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시즌 개막부터 로스터에 있었으나 1군 등록 일수는 73일에 불과했다. 마무리투수 자리에 손승락이 FA로 영입되었고, 김유영과 박진형 등 젊은 선수 자원들이 성장하고 있어 향후 그의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임창용은 여전히 KIA에서 빠지면 안 되는 구원투수 자원이다. 중간계투와 마무리투수를 오가며 올 시즌 51경기에 출전한 임창용은 8승 6패 9홀드 7세이브 평균 자책점 3.78을 기록했는데, 놀랍게도 이 성적은 올 시즌 KIA의 구원투수들 중 가장 좋은 평균 자책점이었다. 고질적으로 불펜이 불안한 KIA에서 임창용은 승부처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였고, 결국 KIA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 등극에 큰 공헌을 했다.

박용택은 임창용보다도 팀에서의 존재감이 더 컸다. 올 시즌 138경기에 출전한 박용택은 올 시즌 LG 타선에서 유일하게 500타석 이상을 출전한 타자였다(596타석). 타석만 많이 출전한 것이 아니라 타율 0.344(리그 5위)에 출루율 0.425(리그 5위)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녹슬지 않는 기량을 뽐내고 있다.

40대 4명은 보류선수 생존, 앞으로의 생존 여부는?

11월 25일은 각 팀에서 보류선수 20명 명단을 제출한 날이다. 여기에는 올 겨울 FA 자격을 신청한 선수들은 빠지며, 신인 드래프트 지명 선수도 별도 보호된다. 그런 가운데 팀들이 보류선수 명단을 작성하면서 일부 충격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두산의 경우 고원준, 김진형, 안규영, 이용호, 이정호, 조승수, 홍영현까지 모두 7명의 선수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선수단 대거 정리에 들어갔다. 고원준과 안규영은 2016년만 해도 팀에서 5선발 경쟁을 벌일 정도로 기회를 얻었던 선수들이었지만, 2017년에는 둘 다 5경기 출전에 그치며 평균 자책점도 10.00을 넘겼다.

조승수와 이용호, 홍영현의 경우도 지난 해에 김태형 감독에 의해 기회를 얻었던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조승수와 이용호가 각각 1군 1경기 등판에 그쳤고, 홍영현의 경우는 아예 1군에 한 경기도 나오지 못했다.

LG는 이미 2차 드래프트 시점부터 백창수, 손주인, 유원상, 7번 이병규 등이 팀을 떠났으며, 정성훈 역시 방출됐다. 롯데 역시 베테랑 투수 강영식을 포함하여 김민하, 김웅, 김재열, 김주현, 박종윤, 이재곤 등을 대거 정리했다.

이러한 가운데 내년 40대 선수 5명 중 4명은 일단 보류선수 명단 생존에 성공했다. 박정진은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에 보류선수와는 별개로 팀과 계약 협상을 진행할 수 있으며,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은 일단 내년에도 전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FA 협상을 진행하는 박정진은 지난 FA 협상 때도 4년이 아닌 2년 계약 후 매년 협상을 통해 선수 생활을 이어왔고, 이번에도 1년 혹은 2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한용덕 감독 체제로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고 있는 한화는 젊은 선수들의 멘토 역할로 박정진의 존재감이 꼭 필요하다.

박한이의 경우 부상 회복 후 일단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며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이고, 이정민 역시 아직은 롯데 구원투수 자원으로 기회가 남았다. 임창용과 박용택 역시 팀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며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다만 박용택의 경우 최근 동료들이 대거 팀을 떠난 상황에 마음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 시스템이 좋아지면서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베테랑들의 활약도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40대에 접어들기 전에 은퇴를 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더 많은 현실이다. 베테랑들이 로스터 안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는 점은 젊은 후배들에게는 또 하나의 자극 요소가 되어 팀 전체의 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5명의 40대 선수들이 내년에 어떠한 모습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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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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