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포토뉴스

세월호 '쌍둥이 선박' 둘러보는 이석태 위원장 이석태 변호사는 2015년 3월 세월호 특조위원장으로 임명장을 받은 후부터 특조위가 강제해산될 때까지 전 과정을 최일선에서 목격했다. 이 변호사가 특조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5년 3월 26일 오후 세월호의 '쌍둥이 선박'인 오하마나호를 둘러보고 있다. ⓒ 권우성
"여전하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이석태 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아래 특조위원장)은 22일 깊은 탄식을 토해냈다. 해양수산부가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내에서 지난 17일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목뼈 1점을 발견하고도 이를 닷새 간 은폐했다는 <오마이뉴스> 첫 보도를 접하고서다.

그는 소식을 듣자마자 1기 특조위에서 연을 맺었던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나섰다. 답은 오지 않았다. 급박히 상황이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권이 바뀐 지금에서도 해수부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던 이 전 위원장은 "보고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해수부가 바로 선체조사위원회에 알리고 선체조사위는 미수습자 유가족에게 알려야 했다. 밝힐 때까지 장례를 늦췄어야 했다. 아주 중대한 은폐다. 미수습자들의 열망과 염원을 배반하고 무시한 것이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해 제대로 의식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존엄함을 무시한 것이 아쉽고 그 태도가 실망스럽다."
참사 현장에 헌화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조위원장이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인 2015년 3월 6일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 소중한
"문건 유출한 공무원, 내부 징계조차 없었다"

사실 이 위원장이야말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부의 방해를 누구보다 많이 겪은 장본인이다. 2015년 3월 세월호 특조위원장으로 임명장을 받은 후부터 특조위가 강제해산될 때까지 전 과정을 최일선에서 목격했다. 그에게 1기 특조위 당시 해수부에서 진상규명을 어떻게 방해했는지 물었다.

"해수부는 특조위 공식 설립 전부터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설립준비단 파견 해수부 공무원이 무단 철수하면서 해당 서류를 들고 가버린 일도 있었다. 특조위가 출범하고 나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 있는 공무원인 조사대상자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게 했다. 일단 누구인지 파악해야 조사 할 수 있을 것 아니냐. 그런데 이마저도 도와주지 않더라. 당연히 세월호 참사 관련 정보 수집도 어려웠다. 특조위 내부 문건을 유출한 것도 파견 공무원이었다. 이 부분은 국회나 해수부에서 결국 밝혀내지 못했고 내부 징계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 전 위원장은 1기 특조위 활동 당시 가장 큰 어려움이 뭐였냐는 질문에도 "정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해수부가 특조위의 손발을 완전히 묶었다"라며 "정부가 특조위 설치를 원하지 않았다, 특조위 활동에 지장을 주면서 활동을 종료시키고 싶어한다는 느꼈다"고 답했다.

"일단 출발부터 그랬다. 내가 위원장에 임명된 게 12월 초인데, 임명장을 받은 게 3월이다. 임명장 주는 건 어렵지 않다. 나를 불러 임명장만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지지부진하게 끌다가 결국 대통령도 아니고 국무총리가 줬다. 세월호 특조위원장을 청와대에 불러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는 그림을 부담스러워 한 거 같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도 정부의 입맛대로 바꾸고 예산 편성도 늦게 했다."

그는 "지휘관을 안 뽑아놓고선 일을 하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나 '전원 구조' 등의 당시 언론 오보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할 1기 특조위 내 진상규명위원회를 두고 한 지적이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특조위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이유 없이 국장을 임명하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경우는 처음 본다. 지휘관을 안 뽑아놓고 일을 하라는 격이었다. (국장 대신) 소위원장이 일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면담 거부당한 이석태 위원장 이석태 세월호특조위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비상임위원들이 2015년 4월 30일 오후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 철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해수부가 발표한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입법취지를 호도하는 문제는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결단만이 희생자와 유가족의 한을 풀고 국민의 진상규명 염원에 부응하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지난 2016년 8월 세월호 특조위 정상화를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중인 이석태 위원장. ⓒ 이희훈
정부가 특조위 구성과 예산 등으로 손발을 묶었다면 당시 여당(새누리당) 추천 특조위원들은 안에서 특조위를 흔들었다. 이 전 위원장은 "(여당과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은) 같이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특조위를 적으로 규정한 것처럼 보였다,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당 추천 위원 5명이 뭉쳐서 회의 때 협조를 안 했다, 위원장을 공격하기도 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7시간 의혹 조사 결정 때가 특히 심했다, 배 침몰과 관계가 없는데 왜 하냐는 얘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조위가 세금만 쓴다면서 의결과정에는 참여하지도 않고, 그 직전엔 국회에서 5명 이름으로 성명서까지 발표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공고한 자유한국당 "2기, 시작부터 만만치 않을 것"

이 전 위원장은 세월호 2기 특조위의 법적 근거가 될 사회적 참사법이 통과되더라도 상황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정부는 끝났지만 2기 특조위 위원을 추천할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공고한 세력으로 남아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거기(자유한국당)서 뽑힌 위원들이 과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나. 극단적으로 1기 특조위에서 활동한 위원들이 다시 (2기 특조위에) 돌아온다고 생각해봐라. 2기 특조위가 잘 굴러갈 수 있겠나."

이 전 위원장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참사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안전사회 ▲피해•희생자 지원 등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할텐데, 어떻게 되든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위원회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세금 낭비', '그만하면 됐다'고 여론몰이를 하는 야당에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맡길 수 있겠나? 안전사회 소위원회 상임위원직을 맡길 수 있겠나. 가습기 피해자들도 여당 의원이 맡아주길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적어도 야당에서 부위원장 자리를 달라고 할 텐데, 한국당에서 추천한 부위원장이 (특조위 활동에) 협의를 할 마음이 있을지. 시작부터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피해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유가족이 2기 특조위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자문위원이나 특조위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역할로 말이다"라며 "그들은 피해자이자 국민의 대표인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하듯 문재인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그는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1기 특조위는 끝없이 방해했던 정부 때문에 무용지물이 됐지만, 2기 특조위는 정부와 국회에서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협조하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진다. 1기 때는 자료를 달라고 해도 (공무원들이) 묵묵부답이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조사를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공무원들이 장•차관 눈치를 봐서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공무원 자신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지금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하듯이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한다."

국회를 향해서는 "내가 위원장 하면서 하소연하러 국회에 많이 갔다"면서 2기 특조위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2기 특조위가 구성되면,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는지 감시하는 것이 국회의 몫"이라며 "위원들 간에 갈등이 있으면 여야 협의도 필요하다, 긴밀하게 특조위와 국회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특조위 응원하는 유가족들 지난 2016년 7월 1일 세월호특조위 강제해산에 반대하는 유가족들이 출근하는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응원하고 있다. ⓒ 권우성
이 전 위원장은 현재 1기 특조위 활동에 대한 강연도 간간히 다니고 있다. 그는 "(정부·여당의) 방해든 뭐든 일을 제대로 못한 게 아쉽다, 사실 (1기 특조위 활동의) 절반 이상은 정부·여당과 다투다가 일방적으로 끝난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도 작년으로 3년이나 지난 일인데 이제 떠나보내자는 댓글이 있더라. 그런데 넌센스다. 3년상은 고인의 생전 관계나 문제들을 그 기간동안 어떻게든 잘 해결하고 떠나보낸다는 의미 아니냐.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아직 그 3년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태그:#세월호, #특조위, #이석태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