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무대로 귀환했다. 고 신해철은 홀로그램으로 등장했고, 그를 그리워하는 후배 가수들도 한 자리에 모여 그를 기억하는 공연을 함께 했다. 콘서트장에 모인 1800여 명의 관객은 한 목소리로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신해철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 분위기는 희망적이며 열기에 넘쳤다. 출연 가수들과 팬들은 생전 신해철의 유쾌하고 위트 있는 성격을 기리는 듯, 엄숙함보다는 밝은 에너지로 뜻깊은 시간을 채워나갔다.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마왕의 추모콘서트 현장을 전한다.

크라잉넛부터 지현우까지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KCA


이날 많은 가수들이 무대에 섰다. 신해철이 이끌던 그룹 넥스트의 멤버 이현섭, 김세황, 지현수를 비롯해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등이 신해철의 노래와 자신의 노래로 관객과 소통했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크라잉넛은 한번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말달리자'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는데 신해철처럼 둥근 안경을 쓰기도 했다. 크라잉넛은 "마왕님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오늘 분위기가 완전 미치는 분위기가 됐겠죠"라며 "저희가 마왕님을 소환하는 노래를 준비했다"고 소개하며 '안녕'을 불렀다.

크라잉넛은 공연장을 구석구석 완벽하게 달군 후 록밴드 이브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브가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이브짱", "멋있다" 등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보컬 김세헌은 "오늘 '마왕의 귀환' 콘서트에 초대돼서 너무 영광"이라며 "오늘 저희가 아주 부담스러운 곡을 부를 거다. 너무 명곡이라 부담되지만 열심히 할 거니 같이 불러 달라"고 말하며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를 혼신을 다해 불렀다. 관객은 야광봉을 흔들며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으로 빠져들었다.

"(신해철은) 항상 재미있는 것을 좋아했다. 오늘 우리가 건드린 방식(리메이크)에 대해 칭찬을 해주실지 욕을 바가지로 하실지 궁금하다. 여기 어딘가에 계실 텐데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에 전화해서 "내가 먼저 전화해야 하냐?" 하고 욕하던 형이었다. 많이 생각난다. 이번에 해철 형님 곡 리메이크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놀랐다. 정말 곡을 잘 쓰셨구나, 노래가 가진 깊이 면에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이브 김세헌)

이브는 두 번째 곡으로 신해철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불렀는데 앞선 곡보다 더 열기 넘치는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이어 신해철에게 바치는 노래로 'MUSE'라는 자신들의 노래를 불렀다. 이 곡의 탄생배경이 특별했다. "(신해철에 대한) 팬심을 최대한 끄집어 내서, 형님께 영향 받은 음악적인 모든 것을 한 곡에 모아보고 싶어서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KCA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KCA


이어 이정이 등장해 신해철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와 '순정'을 부르며 차분하고 감미로운 무대를 꾸몄다.

다음 무대는 서문탁이었다. 그는 가창력만큼이나 화끈한 성격으로 관객과 친밀하게 소통했다. 서문탁은 "저는 오늘 홍일점으로서, 아주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왔다"며 재치 있게 말문을 열었다.

"오늘 '마왕의 귀환'에 함께 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가슴 한편이 찌릿한 경험이다.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까 고민했다. 제가 기억하는 신해철이란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재치와 위트를 잃지 않았던 분이다. 그래서 조용하기보단 힘이 나고 밝고 희망을 주는 노래가 더 좋지 않을까 해서 'HOPE'라는 곡을 선택했다. 저의 밴드를 데려올까 하다가 넥스트 멤버들과 함께 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 함께 하게 됐다." (서문탁)

서문탁은 신해철의 'HOPE'를 쭉쭉 뻗는 시원한 창법으로 열창했고 공연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어 본인의 노래 '사미인곡'을 부를 때는 스탠딩석의 관객을 모두 점프하게 만들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배우 지현우도 이날 무대를 장식했다. 밴드 더넛츠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적 있는 지현우는 넥스트의 멤버 지현수의 동생이다. 형의 제안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지현우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해철이 형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내가 중학생일 때 만화 주제가로 들었던 곡인데 지금 들어도 굉장히 눈물 나고 용기를 주는 노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러분들이 해철이 형한테 많은 위로를 받은 것처럼 해철이 형의 자녀분들도 이 자리를 통해 여러분께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듣는다면 건강하게 자랄 것 같습니다. (관객과 함께) 지유, 동원아 사랑해!" (지현우)

신해철, 홀로그램으로 무대 등장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KCA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KCA


이날 추모 콘서트의 독특한 점은 신해철의 홀로그램이었다. '재즈카페'가 흘러나올 때 무대 중앙에 흰색 수트를 입은 신해철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관객석에서 탄성과 환호성이 한꺼번에 터졌다. 최대한 실재에 가깝게 재현하려 노력했지만 홀로그램은 어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0% 완벽한 기술은 없는 만큼 다소 미흡함도 있었지만 생전 신해철의 노래하는 표정과 제스처 등을 구현한 이 기술에 팬들은 환호했다. 신해철이 마치 정말로 이 자리에 있는 듯한 상상에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신해철은 '재즈카페' 외에도 '날아라 병아리', 'HERE, I STAND FOR YOU', '그대에게' 등을 홀로그램으로 부활해 열창했다. 넥스트와 호흡하는 가상의 신해철의 모습에 객석은 찡한 표정으로 목청껏 함께 노래했다.

넥스트 멤버들도 이날 공연에서 많은 곡들을 소화하며 신해철을 추억했다. '도시인', '껍질의 파괴', '이중인격자', 'THE OCEAN' 등을 불렀다. 이날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민물장어의 꿈'이었다. 신해철 본인이 자신의 빈소에서 울려 퍼지길 바랐던 곡이며, 실제로 그의 기일 추모식마다 많은 이들의 음성으로 불린 노래다. 이날 마왕을 만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은 마지막 곡까지 마음을 한데 모으며 그와의 따뜻한 추억을 하나 더 만들었다.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신해철 추모콘서트 가수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인 <마왕의 귀환>이 2017년 11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날 크라잉넛, 이브, 이정, 서문탁, 지현우, 넥스트 등이 출연해 공연을 채웠다. ⓒ K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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