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신태용호의 기본 골격이 조금씩 형태가 갖춰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월 열린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2연전에서 1승 1무의 호성적을 거두며 내년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청신호를 밝혔다. 결과도 결과지만 무엇보다 이번 2연전을 통하여 월드컵에 나설 대표팀의 주 전술과 베스트11의 윤곽을 어느 정도 가늠할수 있게 되었다는게 가장 큰 의미다.

신태용호는 부임 이후 6경기에서 4-2-3-1, 4-1-4-1, 3-4-3 등 다양한 전술을 테스트했지만 그동안은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지못했다. 하지만 이번 콜롬비아-세르비아전에서 내세운 4-4-2가 기대 이상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신태용호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점유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전방위 압박과 무한 스위칭, 빠른 역습을 내세운 4-4-2는 기존 한국축구 고유의 스타일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현재 선수구성에서도 가장 잘 부합하는 전술이라는 평가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스트 11, 사실상 윤곽 드러내기 시작

4-4-2를 기반으로 한 대표팀의 베스트11은 사실상 윤곽을 드러냈다. 일단 핵심은 공격의 손흥민-중원의 기성용-수비의 장현수로 이어지는 손·기·장 라인이 사실상 신태용호의 척추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전임 감독 시절부터 이미 대표팀의 중심이자 신태용호 출범 이후에도 빠지지 않고 소집되며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또한 각 포지션의 '센터'에 위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손흥민 활용법'을 찾았다는 것은 이번 콜롬비아-세르비아전의 최대 성과로도 평가된다. 그동안 주로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의 전술에서 힌트를 얻은 신태용 감독이 중앙으로 자리를 이동시켜 투톱의 한 축으로 기용하며 물만난 고기처럼 화려하게 부활했다. 손흥민의 장기인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대표팀의 전반적인 공격력도 덩달아 살아났다.

기성용은 후방의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장현수는 빌드업이 가능한 수비진의 리더로 신태용 감독의 꾸준한 신뢰를 받고있는 선수들이다. 신감독은 최근 잦은 부상과 기량 저하 등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이들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사실상 신감독의 구상안에서 이들이 월드컵 대표팀의 필수적인 핵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한국의 구자철이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한국의 구자철이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손·기·장은 저마다 뚜렷한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단점도 확실한 선수들이다. 이들에게 전술적으로 너무 많은 부담을 안겨주면 오히려 경기력이 하락하는 경우도 많아서 종종 활용하기가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이들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붙여주느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신 감독은 포지션별 협력 플레이가 중시되는 4-4-2에서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이근호를, 기성용의 볼란치 파트너로 고요한을 배치한 것이 대성공을 거뒀다.

이근호와 고요한은 둘다 활동량이 좋고 이타적이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손흥민과 기성용의 옆에 배치되어 폭넓은 공간활용과 수비가담으로 파트너가 안심하고 좀더 공격적인 플레이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했다. 신감독은 손흥민과 기성용을 주축으로 하여 2연전 내내 다양한 조합을 가동했는데, 이정협-구자철보다는 이근호가, 정우영-구자철보다는 고요한이 훨씬 안정적인 밸런스를 이뤘다. 이들이 손흥민-기성용과의 호흡에서 베스트 11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수 있는 대목이다.

장현수는 신태용호에서도 스리백의 포어 리베로와 수비형 미드필더, 포백의 중앙수비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포백을 사용한 콜롬비아전에서는 권경원과, 세르비아전에서는 김영권과 호흡을 맞췄는데 콜롬비아전은 대체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줬지만 김영권과 함께 뛴 세르비아전에서는 또다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신 감독은 빌드업이 능하고 커버플레이에 능한 김영권-장현수 조합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둘다 플레이스타일이 겹치는 커맨더형 수비수로서 궁합이 잘 맞지 않고 있다.

장현수는 누구와 파트너를 이루느냐에 따라 본인도 경기력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김영권은 신태용호 출범 이후 꾸준한 신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김민재가 복귀할 경우 김영권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대목이다.

좌우 측면 라인은 유럽파 권창훈을 비롯하여 전북 3인방 최철순-김진수-이재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김진수와 최철순은 좌우 풀백 경쟁에서 사실상 별다른 경쟁자가 없이 가장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김민우와 고요한이 있지만 풀백으로서의 수비력과 오버래핑 능력에서는 김진수-최철순보다 앞선다고 보기 힘들다.

신 감독의 '플랜 B', 스리백 전술 다시 등장할까

권창훈과 이재성은 전형적인 윙어는 아니지만 측면과 중앙 어디에서는 뛸수있는 선수들이다. 침투패스가 좋고 수비가담과 활동량이 좋아서 4-4-2 전술에서는 전방의 손흥민-이근호와 언제든 포지션 스위칭으로 다양한 공격루트를 창출할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반면 다소 입지가 어정쩡해진 것은 구자철이다. 본래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던 구자철은 소속팀에서는 최근 3선에 가까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간 데 이어, 최근 대표팀에서는 공격수로 깜짝 포지션 파괴를 단행하며 여러 가지 역할을 테스트받고 있다. 하지만 공격수로는 손흥민과, 미드필더로서는 기성용과의 시너지 효과가 그리 좋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전술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신감독은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포지션에서 확실한 경쟁력이 있어야 멀티플레이도 의미가 있다. 이근호나 고요한처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게 구자철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신태용호에서는 '여기가 확실히 구자철의 자리'라고 말할 만한 포지션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적인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를 두지 않는 4-4-2 전술에서는 구자철의 활용도가 자칫 '계륵'이 될 가능성도 높다.

신 감독은 아직 '플랜 B'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난 유럽 원정에서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변형 스리백 전술이 대표적이다. 월드컵에서 만나는 상대들은 저마다 스타일과 장단점이 다르며 한 가지 전술과 색깔로만 나서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수비조직력 강화와 K리거 발굴에 초점이 맞춰질 12월 동아시아대회와 1월 해외 전지훈련을 통하여 스리백 전술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높으며 대표팀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생길수있다.

지난 평가전에서 부상 등의 이유로 아직 점검하지 못했거나 새롭게 확인해야 할 선수들도 있다. 유럽파 공격수 황희찬, 전북의 신성 김민재와 장신 공격수 김신욱 등은 대표팀에 다양성을 더해줄 수 있는 카드들이다. 내년 3월까지는 유럽파를 소집하기 어려운만큼 이 기간에 새로운 K리거가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신태용 감독과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유럽파 유망주 이승우나 백승호 역시 언젠가 한번쯤은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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