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 팀 성남 FC가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경기 관련 규정을 잘못 이해한 것 아니었을까? 아니면 올해 상대 전적 3승 1무의 압도적 우위에 자만한 것일까? 이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을 듯 싶을 정도로 성남 FC의 공격은 무기력했다. 정규리그 4위 팀의 선택은 '승리' 말고는 다른 것이 없었는데 말이다.

송선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경찰청)이 15일 오후 7시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성남 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에 터진 골잡이 정성민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리그 2위 부산 아이파크와의 플레이오프(11월 18일 오후 3시, 부산 구덕운동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아산의 특별한 각오, 시작부터 달랐다

챌린지 시즌 중 성남 FC를 만나서 단 1경기도 못 이기고 1무 3패(1득점 5실점)의 초라한 결과를 받아든 아산 무궁화는 정규리그 최종 순위표에서 3위에 올라 4위 성남 FC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이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했다. 규정상 비긴 채로 끝나면 상위 순위의 팀이 다음 라운드(플레이오프, vs 부산 아이파크)에 진출하기 때문이었다.

이 조건에 따르면 경기 시작 직후부터 성남 FC의 맹공이 시작됐어야 옳다. 그런데 실제 경기 양상은 반대로 흘러갔다. 홈 팀 아산 무궁화는 '진짜 승부는 바로 이 경기다'라는 각오로 성남을 구석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후 8분만에 아산 미드필더 서용덕은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성남 수비수들을 여럿 쓰러뜨리고 결정적인 왼발 슛으로 선취골을 노렸지만 김동준이 지키고 있는 성남 FC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아산의 승리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3분에도 왼쪽 코너킥을 짧게 이어받은 이재안이 머리로 방향을 슬쩍 바꿔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갔다. 성남 FC의 골문이 얼마나 흔들릴 것인가를 예고하는 듯 보였다.

정성민의 결승골, 아산은 부산으로 간다

이재안과 나란히 아산의 투 톱을 형성한 정성민은 누구보다 득점 의지가 강했다. 48분과 54분에 그가 시도한 오른발 슛은 모두 결정적인 유효 슛이었다. 성남 FC 김동준 골키퍼가 침착하게 각도를 잡아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부산으로 향하는 그들의 결승골이 훨씬 일찍 나올 분위기였다. 그만큼 성남 FC는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국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성민은 정말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66분, 동료 미드필더 서용덕이 왼쪽 코너킥을 감아올리자 뒤에서 빠져들어간 정성민이 정확하게 이마로 꽂아넣은 것이다. 슈퍼 세이브로 성남의 골문을 지키던 김동준이 팔을 내뻗으며 펀칭하려고 했지만 다른 선수들과 엇갈리기만 했다.

상황이 바뀌자 성남 FC의 벤치는 그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바쁘게 움직였다. 곧바로 남준재를 빼고 이창훈을 들여보내 미드필드에 힘을 보탰다. 며칠 전까지 아산 무궁화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성남으로 돌아온 남준재가 아산의 약점을 파고들지 못하고 벤치로 물러난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으리라.

성남 FC의 박경훈 감독은 82분에 흘로홉스키를 빼고 베테랑 미드필더 김두현을 들여보내 마지막 안간힘을 썼다. 부산으로 가기 위해 2골이나 필요한 성남 FC로서는 너무 늦은 결정이었다.

85분에 이지민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교체 선수 조재철이 머리로 방향을 바꿔 동점골을 노렸지만 아산 골키퍼 박형순이 왼쪽으로 침착하게 몸을 내던지며 그 공을 쳐냈다. 역시 더 간절한 팀이 목표를 이룬다는 축구장의 진리가 다시 한 번 입증되는 경기였던 것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준플레이오프는 묘한 인연을 만들어왔다. 지난 해까지 3년 모두 준플레이오프 승리 팀(2014년 광주 FC, 2015년 수원 FC, 2016년 강원 FC)이 바로 다음 플레이오프(K리그 챌린지 2위 팀과의 단판 승부), 그리고 K리그 클래식 11위 팀과 홈&어웨이 방식으로 겨루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모두 승리하여 다음 시즌에 K리그 클래식(1부리그)까지 승격한 것이다.

이제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은 오는 18일(토) 오후 3시 부산 구덕운동장으로 들어가서 K리그 챌린지 2위 팀 부산 아이파크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들의 승격 간절함에 대해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를 남기고 있는 K리그 클래식의 '인천 유나이티드(9위), 전남 드래곤즈(10위), 상주 상무(11위)'도 긴장해야 한다. 최종 승강 플레이오프가 사상 처음 군인 더비 매치로 열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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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결과(15일 오후 7시,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 아산 무궁화 1-0 성남 FC [득점 : 정성민(66분,도움-서용덕)]

◎ 아산 무궁화 선수들(감독 : 송선호)
FW : 정성민(78분↔김현), 이재안
MF : 김민균(83분↔김부관), 김종국, 김영남, 서용덕(90분↔김동철)
DF : 이주용, 이창용, 민상기, 구대영
GK : 박형순

◎ 성남 FC 선수들(감독 : 박경훈)
FW : 박성호(60분↔조재철)
AMF : 흘로홉스키(82분↔김두현), 김동찬, 남준재(66분↔이창훈)
DMF : 안상현, 배승진
DF : 이지민, 연제운, 문지환, 이태희
GK : 김동준

◇ 2017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일정(11월 18일 토요일 오후 3시, 부산 구덕운동장)
☆ 부산 아이파크 - 아산 무궁화

◇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이전 기록(2014년부터 준플레이오프 제도 도입)
2014년 준플레이오프 광주 FC 1-0 강원 FC → 플레이오프, 승강 플레이오프 승리 후 2015년 K리그 클래식 승격
2015년 준플레이오프 수원 FC 3-3 서울 이랜드 FC → 플레이오프, 승강 플레이오프 승리 후 2016년 K리그 클래식 승격
2016년 준플레이오프 강원 FC 1-0 부산 아이파크 → 플레이오프, 승강 플레이오프 승리 후 2017년 K리그 클래식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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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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