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눈호강 제대로 했다. 미리 보는 월드컵 결승전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축구 기술의 향연이 열렸다.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등 그리운 이름과 함께 '아트 사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였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끌고 있는 프랑스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전 4시 45분 독일 쾰른에 있는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대비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2-2로 명승부 한편을 만들어냈다.

월드컵 공인구로 더 빛난 '아트 사커'

30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덴마크로 확인된 날 독일 쾰른에서 흥미로운 평가전이 벌어졌다. 월드컵 챔피언 독일과 유망주들을 과감하게 내세워 아트 사커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프랑스가 만난 것이다.

이들은 나흘 전 베일을 벗은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로 실력을 겨뤘다.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새 공이었기에 섬세한 컨트롤에 이은 드리블과 패스, 킥 기술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33분에 어웨이 팀 프랑스 선수들이 아트 사커의 재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프랑스의 블라시에 마투이디가 왼발 크로스로 반대쪽을 노렸다. 이 공을 루카스 디뉴가 잡지도 않고 낮게 깔리는 발리 크로스로 이어줬다. 골문 앞에서 공을 잡은 주역은 프랑스의 희망 앙토니 마샬이었다. 그는 독일 수비수 니클라스 슐레의 슬라이딩 태클을 예상했다는 듯 기막힌 양발 드리블로 따돌렸다. 이 장면만으로도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이 순간 더 기막힌 마샬의 아웃사이드 패스가 알렉산드레 라카제트의 왼발 선취골을 빛낸 것이다.

독일의 엠레 찬은 팔을 번쩍 치켜들며 라카제트의 오프 사이드 반칙을 주장했지만 절묘하게도 마샬의 패스 순간 라카제트는 엠레 찬보다 뒤에 있었던 것이다. 두 차례의 크로스 패스 과정부터 마샬의 곡예 드리블, 아웃 사이드 어시스트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눈을 뗄 수조차 없는 축구 예술 바로 그것이었다.

챔피언의 자존심, 독일의 극장골

디펜딩 챔피언 독일의 요하임 뢰브 감독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18살밖에 안 된 프랑스의 희망 킬리앙 음바페의 역습 속도와 드리블 유연성은 독일 수비수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고 21살 공격수 앙토니 마샬은 이미 프랑스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월드컵 챔피언 독일 선수들이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았다. 56분에 날카로운 역습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노련한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절묘한 전진 패스를 밀어주었고 이 공을 21살 공격수 티모 베르너가 받아서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켰다.

월드컵 트로피를 노리고 있는 양팀이 묘하게도 잠재 능력이 무궁무진한 어린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71분에 프랑스가 다시 1골 달아났다. 역시 그 주역은 가장 어린 킬리앙 음바페였다. 역습 기회에서 자신의 스피드를 직접 자랑하기보다는 더 좋은 위치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알렉산드레 라카제트를 빛낸 것이다.

이처럼 독일은 프랑스의 어린 공격수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경기 양상을 보다 못한 관중 1명이 갑자기 뛰어들어와 그라운드를 누비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요하임 뢰브 감독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잡아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3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독일의 베테랑 두 선수가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하며 극장 골을 합작했다.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공을 몰면서 방향을 바꾸는 특유의 유연함을 자랑하는 순간 기습적인 왼발 아웃사이드 전진 패스가 뻗어나갔다.

외질의 이 동작도 섬세한 예술 축구라 칭할 수 있지만 이 공을 받아 잡지도 않고 방향을 바꿔 준 마리오 괴체의 오른발 인사이드 패스는 너무나 놀라웠다. 마치 당구의 고수가 기막힌 강약 조절을 통해 마지막 점수를 내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다. 괴체의 아름다운 어시스트를 받은 라르스 슈틴들이 종료 직전에 오른발 인사이드 극장 골을 완성시킨 것이다.

경기 전반에 걸쳐 프랑스의 어린 선수들이 만드는 아트 사커에 독일 대표팀이 고전을 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섬세함으로 기막힌 극장 골(2-2 동점 골)을 기어코 만들어낸 것이다.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기술과 안목은 계속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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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남자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15일 오전 4시 45분, 쾰른)

★ 독일 2-2 프랑스 [득점 : 티모 베르너(56분,도움-메수트 외질), 라르스 슈틴들(90+3분,도움-마리오 괴체) / 알렉산드레 라카제트(33분,도움-앙토니 마샬), 알렉산드레 라카제트(71분,도움-킬리앙 음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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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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