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첫 승리로 결과도 달라졌지만 그 과정도 탄탄하게 보였다. 이기는 축구를 만드는 팀 플레이가 돋보였다. 우리 축구팬들이 바라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 흐름을 이끌어냈다. 상대 팀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별 이유도 없이 화를 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공을 돌렸기 때문에 그들이 속수무책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축구는 바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명승부 바로 그것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10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에이스 손흥민의 2득점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첫 승리를 올렸다.

감독의 치밀한 준비, 인상적인 승리 만들다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 남자축구가 내놓은 카드는 놀라웠다. 좀처럼 국가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4-4-2 포메이션도 그렇지만 선발 멤버들의 성향상 파격적인 점이 몇 가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미드필더 고요한의 역할이었다. 콜롬비아의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활동력을 약화시키는 전담 마크맨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요한은 32분에 하메스에게 거친 파울을 범하며 크리스토퍼 히스(호주) 주심으로부터 이 경기 첫 번째 경고를 받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압박의 수위 조절을 잘 해냈다. 그 덕분에 콜롬비아의 공격 흐름은 그들 마음대로 원만하게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 다음은 손흥민의 파트너 '이근호'의 존재감이었다. 이 평가전 전부터 손흥민 활용법에 대해 여러 의견이 쏟아졌고 손흥민의 실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누구를 보조자로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이근호를 단순히 손흥민 보조 선수로 내세운 것이 아니라 이근호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듯 당당하게 투 톱의 한 축으로 내세웠다. 올해 다시 1부리그(K리그 클래식)에 도전한 강원 FC를 멋지게 상위 스플릿으로 끌어올린 이근호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무한 신뢰를 보내준 것이다.

그 덕분에 이근호는 빅 버드 그라운드 곳곳에 인상 깊은 족적을 남겼다. 경기 시작 후 11분만에 터진 손흥민의 선취골 순간에 오른쪽 옆줄 가까이에서 역습 패스를 받은 이근호가 지체없이 크로스를 보내준 덕분에 손흥민이 공을 빨리 소유하고 부드럽게 돌면서 재치있는 인사이드 슛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근호는 그 이후 40분에도 최철순의 기습적인 찔러주기를 받아 상대 수비수들이 파 놓은 오프 사이드 함정을 보기 좋게 허물며 빠져들어가 카스텔라노스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절호의 추가골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비록 그의 오른발 밀어넣기가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지만 신태용호가 전반전에 콜롬비아를 압도한 원동력은 바로 이근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팀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축구라는 팀 스포츠에서 개인 기술, 팀 플레이와 함께 반드시 준비되어야 할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직접 몸을 부딪치며 실력을 겨뤄야 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면 절대로 축구의 결정적 고비를 넘을 수가 없다.

이런 면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상위 랭커 콜롬비아를 상대한 우리 선수들은 어떻게 하면 강팀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숙지하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첫 번째가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었고 바로 다음 상황으로 이어나가는 탈압박과 공격 방향 전환이었다.

러시아 월드컵을 7개월 정도 남겨놓은 시점이기에 신태용호는 더 휘둘릴 수 없었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만 승리의 기운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더 많이 뛰면서 상대에게 공간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경기를 펼치는 것이었다.

심지어 '손흥민-이근호' 투톱마저 맨 앞에서부터 압박에 나서야 했다.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웠지만 쌀쌀해져가는 가을 저녁 날씨를 감안하면 일찍부터 승부를 던지는 것이 옳았던 것이다. 이러한 감독의 주문이 적중했다. 최근 FIFA 랭킹이 더 떨어져버린 한국을 콜롬비아 선수들이 약간 경솔하게 본 것도 이유이기는 하겠지만 지난 10월의 수모를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 선수들은 더욱 이 악물고 뛰었다.

그러니 좋은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압박 수비에 성공하여 공 소유권을 따낸 뒤 적어도 3명 이상의 선수들이 어울려 공을 더 좋은 공간으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하여 주장 완장을 단단히 찬 기성용의 유연한 드리블과 공격 방향을 선택하는 패스의 수준은 여러 차례 탄성을 이끌어낼 정도였다. '압박-탈압박-역습 선택-마무리 슛'으로 이어지는 축구가 신태용 감독이 준비한 그림처럼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구상하는 콤팩트 사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 여섯 개의 유효 슛을 만들어냈고 그 중에서 귀중한 두 골을 뽑아냈다. 그것 모두 선수 개인의 역량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팀 플레이로 펼친 것이라 더욱 인상 깊었다.

이근호의 크로스가 위력을 떨치기 시작할 때 나온 왼쪽 풀백 김진수의 왼발 발리 슛(5분)부터 최철순의 전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기습적으로 때린 오른발 슛이 콜롬비아 카스텔라노스 골키퍼 손에 맞고 굴러들어간 결승골(61분) 순간에 이르기까지 이 경기를 통해 한국 선수들은 모두 여섯 개의 유효 슛을 상대 골문에 퍼부었다.

그 여섯 개 중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어설프게 날아간 것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신태용호는 충분히 찬사를 받을 만했다. 76분에 프리킥 세트 피스 수비(골키퍼) 실수로 한 골을 내준 것이 더 아쉬울 정도였다. 우리 김승규 골키퍼가 몸을 내던져야 할 정도로 상대에게 아찔한 유효 슛을 거의 내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완승이었다.

이렇게 출범 후 5경기만에 처음 승리의 기쁨을 누린 신태용호는 오는 14일 울산으로 장소를 옮겨 유럽의 강팀 세르비아를 상대하게 된다. 콜롬비아를 이긴 것이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탄탄한 조직력읃 다시 한 번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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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남자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10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

★ 한국 2-1 콜롬비아 [득점 : 손흥민(11분,도움-이근호), 손흥민(61분,도움-최철순) / 크리스티안 사파타(76분,도움-하메스 로드리게스)]

◎ 한국 선수들
FW : 손흥민, 이근호(46분↔이정협)
MF : 이재성(82분↔염기훈), 기성용, 고요한(82분↔구자철), 권창훈(89분↔이창민)
DF : 김진수, 권경원, 장현수, 최철순
GK : 김승규
- 경고 : 고요한(32분), 아벨 아길라르(50분), 이정협(70분), 김진수(76분), 프랭크 파브라(77분), 제퍼슨 레르마(9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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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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