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정희씨, '가을이 끝나기 전에 꼭 만나요!', 아 그래야죠. 가을이 끝나기 전에 꼭... (중략) 다시 만나도 좋은 방송, MBC 문화방송... 디스크자키 배철수입니다. 다시 만날 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 9월 4일 배철수의 음악캠프, 총파업 첫 날 마지막 방송에서

배철수 DJ가 약속했듯, MBC 라디오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낙엽이 다 떨어지기 직전의 늦가을에 돌아왔다. 가을이 끝나기 전에 꼭 돌아오리라고 다짐했던 배철수 DJ의 약속이 꼭 맞아 떨어진 셈이다. DJ들은 매일 앉던 부조에 앉지 못했고, 청취자 역시 두 달 가까운 시간을 FM4U 대신 다른 라디오에 귀를 대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간 <이주연의 영화음악>, <비포 선라이즈 허일후입니다> 등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8월 18일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이어 <굿모닝FM 노홍철입니다>, <정유미의 FM데이트> 등 인기 프로그램들 역시 8월 28일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 <오후의 발견 김현철입니다>는 9월 5일부터 방송이 중단되었다.

11월 14일 기준으로 아나운서 진행 프로그램은 88일, <미쓰라의 야간개장> 등 일부 프로그램이 78일,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간판 프로그램까지 70일간 중단되었던 이번 파업은 방송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장기간의 결방 사례로 남았다. 그럼에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더 나은 방송으로 돌아오니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FM4U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표준FM에서 총파업과 함께 전파를 타지 못했던 <김태원의 원더풀라디오>,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 등 프로그램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돌아오는 FM4U가 이전보다 더 많은 청취자들과 호흡하고, 더욱 즐겁고 따뜻한 방송이 되기 위해 바라는 점을 몇 가지 기술할까 한다.

라디오 송출이 중단된 현재 MBC 라디오 어플 '미니'의 모습.
 라디오 송출이 중단된 현재 MBC 라디오 어플 '미니'의 모습.
ⓒ IMBC

관련사진보기


지금 이 멤버 그대로, 청취자들은 '리멤버' 해요

두 달 동안 청취자들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잊고 있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방송이 중단된 프로그램의 청취자 게시판과 미니 게시판에서는 연일 청취자들이 '언제 돌아올 수 있느냐',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립다' 등의 메시지나 사연을 남기고 있다. 청취자들은 빨리 파업이 종결되어 예전처럼 라디오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만큼 파업을 종료하면서 출연을 종료하는 DJ나 게스트가 있다면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아침을 깨우던 '홍디'(<굿모닝FM>에서의 노홍철 별명)가 더 이상 '시사왕자' 김성완 평론가와 이야기할 수 없고, 저녁 분위기를 따뜻하게 채웠던 '윰디'(<FM데이트>에서의 정유미 별명)가 강판된다면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안타깝게 다음 DJ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2012년 파업 종료 이후 이주연 아나운서가 <FM 영화음악>에서 강판되어 많은 논란을 낳았던 적이 있다. 물론 '마지막 인사'를 명목으로 하루 정도 인사를 남길 시간을 주었지만, 프로그램 제목을 <영화는 영화다> 등으로 바꾸는 등 보복성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파업은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이런 '보복성 인사가 우려되지 않는 점만은 다행이다.

그래도 두 달간 기다린 청취자들을 위해 다시 콘솔 앞에 서는 것만큼 파업으로 멘붕에 빠졌던 청취자를 달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그것도 모든 DJ와 게스트가 그대로 다시 돌아와서 도란도란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청취자들과는 더욱 빠르게 예전처럼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상암동 MBC의 라디오 부스.
 상암동 MBC의 라디오 부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좌천된 제작진들, 쫓겨난 사람들... 돌아와야 해요

이번 파업을 주도했던 라디오국과 아나운서들은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큰 보복성 인사를 당했던 전례가 있다. 실제로 <나가수> 등에 출연했던 인기 PD였인 안혜란 PD가 유배성 인사로 전혀 다른 부서에 배치되는가 하면, 당시 인기를 끌었던 <두 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 역시 갑작스럽게 종영되면서 외압 논란을 빚었던 선례가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연일 언론을 타면서 MBC 라디오는 자주자주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DJ가 바뀌게 되었다. 1년에 한 번씩 DJ가 바뀔 정도로 심한 개편을 오가며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다시 생겨날 동안 SBS 파워FM, tbs 교통방송 등 다양한 방송국이 청취율 1위, 2위를 다툰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이다.

지난 시절 MBC 라디오국에서 좌천되거나 쫓겨난 라디오 PD들, 작가들과 DJ, 게스트가 돌아오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현재 DJ들의 자리를 뺏고 돌아오는 것이 무리가 있으니만큼 MBC 라디오에서의 빈자리가 발생했을 때 돌아와야 한다. 나아가, 어떠한 이유에서도 좌우 양측에서의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청취자들을 기만하게 되는 강제 종영, 외압으로 인한 편성 변경 등이 없어야만 한다. 다시 신뢰도가 회복될 MBC가 되기 위해 말이다.

두 달이나 기다렸어요, 아무렇지 않은 듯 마이크로 오세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조합원,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로비에서 열린 총파업 마지막 집회에 참석해 총파업 승리를 자축하며 기뻐하고 있다.
▲ 총파업 승리 자축하는 MBC 조합원들 "모두 힘 모아 MBC 다시 세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조합원,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로비에서 열린 총파업 마지막 집회에 참석해 총파업 승리를 자축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씬디(<정오의 희망곡> 김신영 DJ의 별명)는 '저 없는 동안 (다른 방송에서) 눈팅, 귀팅만 하시지 활발히 (애청자로 활동)하면 배아프다'라고 하며 서로를 믿고 기다릴 것을 약속했다. 또 <오후의 발견>의 김현철 DJ는 '좋은 방송으로 다시 돌아오겠다, 오늘 못 한 이야기는 꾹 참았다 그 날 다시 쏟아내도록 하자고' 약속했다.

두 달동안 DJ들은 방송에서, 그리고 SNS를 통해 부조 앞에 서지 못함을 그리워했다. 배철수는 인스타그램에서 "스튜디오의 달력이 9월에 멈춰있다"는 글을 올렸고, <골든디스크>의 이루마 DJ도 "여러분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글을 업로드했을 정도이다. 청취자들도 방송이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그립다는 말로 채웠을만큼, 서로의 그리움이 크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와서 두 달 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잔잔히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두 달간의 공백은 꽤나 아팠던 일들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을 지었으면 좋겠다. '두 달 동안 채널 고정 안 해도 되니 좋았죠?' 등 농담을 던지며 잔잔하게, 방송을 중단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다시 일상과 함께 했으면 한다.

돌아오는 91.9, 어떤 때에도 친구로 남아주길

사상 최초로 모든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아 방송의 정파까지 불러낸 이번 파업은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김장겸 MBC '전 사장'을 해임하는 등 실과를 내었다. 그런 만큼 돌아오는 MBC 라디오가 다시는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방송이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현디' 김현철 DJ의 노래 <원더풀 라디오>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원더풀 라디오 김태원입니다>에서도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는 이 음악의 그 구절 말이다. 마침 '현디'도 총파업 첫 날 마지막 방송을 하며 마지막 노래로 이 노래를 선곡했을 정도로 말이다.

"지금도 많이 좋아하는 노래들 /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 설레는 얘기와 그리운 시간들 / 그 모든걸 Wonderful Radio"

그가 라디오를 진행하지 않았던 때에 만들었다던 이 노래의 구절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본다. 다시 돌아오는 91.9 MBC FM4U와 95.9 표준FM의 저녁시간대 라디오가 이 노래가사에 따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들을 수 있는, 설레는 이야기를 아무런 제약 없이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공간으로 새로 이어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노래만 나와서 좋았다는 분들은'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미니 어플리케이션이나 DMB의 'Channel M'으로 노래만이 이어지는 방송을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노래 나오는 것이 좋았는데, 파업 중단하면 시끄러운 멘트가 나와 싫다'는 댓글이 보여 특별히 남깁니다. 이러한 댓글이 포털, SNS 댓글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태그:#MBC 라디오, #MBC 총파업, #MBC, #라디오, #김장겸 해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