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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혼술에 대하여 (MBC 다큐스페셜 中)
▲ 혼밥? 혼술? 혼술에 대하여 (MBC 다큐스페셜 中)
ⓒ 변민우, MBC 다큐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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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혼밥∙∙∙. 이젠 어느새 '혼-'이라는 말이 대한민국의 '혼(魂)'을 대변하는 느낌이다. 둘 혹은 셋, 그 이상이 아닌 혼자가 익숙해진 사회. 직장에서의 점심시간도, 주말을 보내는 저마다의 밥상에도 '혼자'가 자연스러워졌다.

사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다소 피곤한 일이다. 오롯이 나의 감정이 아닌, 상대방의 감정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피곤한' 대한민국에 사람들은 하나 둘씩 반기를 들고 있나 보다.

편의점 도시락을 필두로 한 HMR(Home Meal Replacement : 가정식 대체 편의식품) 열풍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HMR상품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내가 조리하는 수고' 혹은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집 앞 편의점까지 걸어가는 시간마저도 단축해주는 식품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밀키트(Meal Kit) 식품이다.

밀키트(Meal Kit) 식품은 이름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포함된 패키지를 의미한다. 가령 떡볶이를 만든다고 하면, 떡과 어묵, 양념장 등이 그 내용물일 것이다.

사실 일반적인 밀키트 제품의 경우,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예전부터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식사를 하기 직전에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음식들을 넘어, 유명 프랜차이즈의 음식들 또한 집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집에서도 편리하게

밀키트는 '마켓컬리'의 대표적인 아이템
▲ 푸드벤처 '마켓컬리' 밀키트는 '마켓컬리'의 대표적인 아이템
ⓒ 변민우, 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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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벤처의 마켓컬리(Market Kurly)가 그 대표적인 예로, 마켓컬리는 국내외 유수 브랜드들의 인기메뉴와 수많은 가공식품, 신선식품과 베이커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전날 밤 11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01~07시 사이)에 주문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샛별배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든든한 아침식사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켓컬리 이외에도 SK플래닛의 '헬로네이쳐', 우아한 형제들의 '배민프레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또한 음식주문/배달서비스에는 뛰어든 바가 있지만, 향후 밀키트 딜리버리 서비스에까지 진입할 지는 의문이다. 물론 메이저 업체가 참여했을 때 시장에 전해질 파급력은 굉장하겠지만 말이다.

밀키트 식품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는 두 가지 차원에 있다. 우선 밀키트 식품에 '배송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집 앞 편의점을 가는 거리마저도 줄였다는 것이다. 시간절약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수고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2016년말 닐슨 리서치가 실시한 '밀키트 상품의 구입 이유'에 대한 조사 응답 중, '식사 계획시간 단축'이 1위로 뽑혔다. 이제는 된장찌개를 만들기 위해 마트에 가서 두부와 호박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밀키트를 주문해 아침에 받아보면 된다).

남녀노소 '조리'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집밥 백선생 장면)
▲ 집밥문화 남녀노소 '조리'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집밥 백선생 장면)
ⓒ 변민우,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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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조 7천억원대의 밀키트 시장
또한 기존의 HMR 식품들은 끓이거나 렌지에 돌림으로써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아무래도 그 맛의 만족도가 높지 못했다. 특히 '혼자' 살거나, '간편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부상되는 것 중 하나는 '경험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자신이 직접 만들고, 만든 음식을 SNS에 인증하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들의 즐거움이다. 가령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등의 인기 또한, 자신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밀키트 딜리버리 시장의 규모가 1조 7천억원대에 달한다. (KOTRA 조사자료) 국내의 경우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어,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나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가하는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소용량 제품을 통해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배달의민족'의 주인공 우아한형제들도 '배민프레시'를 런칭하여 서비스 중이다.
▲ 배민 프레시 '배달의민족'의 주인공 우아한형제들도 '배민프레시'를 런칭하여 서비스 중이다.
ⓒ 변민우, 우아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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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끝이 없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처럼. '기왕이면 집에서, 기왕이면 더 맛있게' 밥을 먹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산업의 발전을 채찍질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배송 시스템과 결합된 바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시장이 확대되고 유통망이 정립되면서는 가격도 어느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게 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밀키트 상품을 이용하지 않을까?

한없이 편리해지는 식품유통의 발전 속에, 기존의 제조-유통기업들의 활로 모색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장을 보지 않고, 음식을 사는 사회.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식품연구원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태그:#혼밥, #밀키트, #MEAL KIT, #HMR , #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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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글거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삶,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립출판 저자,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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