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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야 산다

음료시장의 성장이 독보적이다.
▲ 외식산업 성장률 음료시장의 성장이 독보적이다.
ⓒ 변민우, 한국식품연구원,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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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른바 '음료 전성시대'에 접어들었다.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는 전문점(스타벅스, 이디야, 파리바게트 카페 등)의 수가 10만 개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이라고 했을 때, 인구 500명 당 하나의 음료전문점이 위치하는 셈이다. 또한 하루 평균 3곳 이상의 음료전문점이 문을 연다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 음료시장은 포화상태다.

음료시장의 성장에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한 몫을 했다. 몇 년 전부터 '내 삶'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개인적인 휴식'과 '소소한 사치'가 젊은 층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카페라는 공간을 여가와 공부, 만남의 장소로 변모시켰고 자연스레 '1일 1음료'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CU의 '델라페' 시리즈가 있다.
▲ 인스턴트 커피 대표적으로 CU의 '델라페' 시리즈가 있다.
ⓒ 변민우, BGF 리테일, 한국식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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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 다양해진 음료시장

최근에는 음료의 맛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카페나 음료전문점뿐 아니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 커피(Ex. CU의 '델라페 컵')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례로 재작년 CU와 GS25의 '1등 인기상품'은 다름 아닌 얼음 컵 제품이었다. 1천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시원함과 맛, 대기시간까지 세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으니 그 인기는 예측가능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음료에 대한 높은 수요는 자연스레 음료의 다각화를 이끌었는데, 과거 탄산음료와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인기는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높은 설탕함량이 가져다 주는 건강문제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든 프랜차이즈 업계와 높은 가격대가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풍 속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한 카테고리가 있는데, 바로 '지역특산 음료(Local Beverage)'다.

후라노 라벤더, 이세차 등. 일본시장에서도 지역특산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 일본의 지역특산음료 후라노 라벤더, 이세차 등. 일본시장에서도 지역특산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 변민우, KOTRA, 한국식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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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산 음료는 전국 각지에서 주로 생산되는 특산물을 음료로 가공하여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2016년 음료업계의 트렌드로 '지역 특산물 음료'를 손꼽았다. 유통업계의 PB상품이나, RTD(Ready to drink : 시중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음료로 스타벅스의 더블샷 에스프레소, 빽다방의 빽커피 등이 그 예) 상품, 거기에 코카콜라 등의 전통적 제조기업에 이르기까지 음료시장의 포화 속에서 색다른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훗카이도의 라벤더를 활용한 '후라노 라벤더티'(포카 삿포로 F&B)와 순도 100%의 미에현산 가부세차 '이세차'(이토엔)가 그 예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지역특산 음료의 생산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농가의 6차산업화(1차산업 : 생산  + 2차산업 : 가공 + 3차산업 : 고객 서비스의 결합)에 따라, 지 자체 브랜딩의 일환으로 본격적인 가공품 생산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전국 양파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전북 무안군은 무안 양파로 만든 건강음료 '순'을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전국 마 생산량의 79%를 차지하는 경북도는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을 필두로 올 상반기 마 농축액을 활용한 숙취/피로개선 음료 개발을 시작한다. 

(좌) 엔제리너스의 2016 가을 한정 상품, (우) 스타벅스 문경오미자 피지오
▲ 프랜차이즈 업계의 지역특산 음료 (좌) 엔제리너스의 2016 가을 한정 상품, (우) 스타벅스 문경오미자 피지오
ⓒ 변민우,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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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레이션, 소비자 만족도 높아

단순히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RTD 상품'뿐 아니라, 국내 프랜차이즈 전문점과도 제휴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 코리아와 제휴를 맺어 개발된 여름한정 메뉴 '문경오미자피지오'는 무려 50만잔(28억원) 이상이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는데, 농가와의 상생협력 사례로서 좋은 평가를 받아 '2016 대한민국 베스트 신상품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엔제리너스커피는 작년 가을 신제품으로 'Real 우도 피넛라떼'와 'Carrot Holic'을 선보였다. 제주 우도에서 생산되는 땅콩을 활용한 피넛라떼, 그리고 청정자연을 간직한 제주 당근을 활용한 당근 케이크다.

이렇게 지역특산 음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세 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첫째는 농가의 특산물을 장려한다는 차원(농가와의 상생)에서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불러 일으키고, 두 번째로는 평범하지 않은 특산물을 활용함으로써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지자체 및 농업협동조합의 입장에서는 특산물의 판로를 개척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농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원활한 자재수급 활로를 개척한다.

프랜차이즈업계 농가와의 상생이 하나의 무기가 된다.
▲ 협력 프랜차이즈업계 농가와의 상생이 하나의 무기가 된다.
ⓒ 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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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제조/유통기업 – 소비자 – 농가·지자체 모두의 이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이른바 '윈윈(Win-Win)'을 넘어선 '트리플윈(Win-Win-Win)'이 성립된다. 포화된 시장 속, 아이디어 전쟁에 빠진 제조기업들에게 지역특산 음료는 큰 시사점을 던진다. 고객들은 더 이상 비단 '저렴하거나 특이한 것'을 구입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가격과 맛, 나아가 자신의 구매로부터 비롯되는 사회적인 기여의 차원까지도 고려하는 것이다.

'구입할 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의 음료시장에 필요한 관점이 아닐까? 지난 해 일본에서 시작된 이 열풍이 6차산업화를 모색하는 대한민국의 농가와, 음료업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식품연구원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태그:#지역특산음료, #변민우, #음료, #음료 트렌드, #편의점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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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글거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삶,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립출판 저자,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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