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시험 시작 임박한 수능고사장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지는 12일 오전 서울 청운동 경복고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시험 시작 임박한 수능고사장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지는 12일 오전 서울 청운동 경복고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대학 진학의 당락을 결정하는 수학능력시험이 11월, 코앞으로 다가왔다. 요즘엔 수시모집 활성화 등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그 비중이 높지 않다곤 하나 여전히 고3 및 재수생 등 수험생에겐 여전히 부담감을 안겨주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국내 여러 대학교에 대중음악을 가르치는, 이른바 '실용음악과'가 등장한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1989년 국악과에서 학과 분리한 서울예술대학교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생겨난 실용음악과는 2~3년제 전문대, 4년제 대학, 사이버대, 각종 학력 인정학교 등 다양한 교육기관의 경쟁률 높은 인기 학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가수, 연주인, 작곡가 등 음악계 인재 중 실용음악과 출신자의 비중도 제법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런데 입시 철을 맞아 음악계 일부에선 이런 의견을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과연 실용음악과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이게 과연 무슨 소리일까?

대중 음악계 인재 양성의 산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학교에서의 음악 교육은 클래식(음대), 국악이 전부였다. 대중음악을 가르치는 곳은 없었던 탓에 체계적인 수업을 받고자 김광민, 정원영, 한상원 같은 연주인들은 미국 버클리 등의 유학을 통해 배움의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전국 주요 대학교에 대중음악 교육을 전담한 실용음악과가 등장하면서 이런 부분은 많이 해소되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미국, 유럽 등으로 음악 유학을 떠나는 음악인들은 여전히 있지만 이젠 어느 정도 국내에서의 수업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다.

대학 교육을 통한 음악인 양성은 이전까지 그저 '딴따라'라는 비하, 비속어로 대표되던 음악인들에 대한 왜곡된 시각도 상당 부분 개선하는데 한몫을 했다. 또한 현업에서 실력을 쌓은 전업 음악인들이 교수, 강사 등으로 나서면서 그들의 지닌 지식, 경험들은 하나둘씩 후배 음악인들에게 전수하는 공적인 장이 되었다.

그런데 치열해진 입시 경쟁률만큼 실용음악과의 인기가 높아지고 여러 학교 등에 우후죽순식으로 학과가 개설되면서 몇 가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일부 학교 실기 난이도+개성 사라지는 수업 논란

학교, 정시 및 수시 전형 등 학생 선발 과정이 각기 다르지만, 일반적으론 이런 과정을 거쳐 입학생을 뽑는다.

30~40명 안팎의 학과 입학 정원 내에는 보컬 전공 00명, 악기 전공 00명, 작곡 전공 0명 식으로 좀 더 세분화가 이뤄진다. 여기에 맞춰서 해당 지원 분야별 실기 전형이 이뤄지게 된다. 예체능계열이다보니 특히 정시에선 수능 점수보단 당연히 실기 및 면접 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워낙 지원자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한편에선 실기 고사의 난이도가 불필요할 만큼 높아진다는 견해도 흘러나온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가령 "작곡 실기" 전공에서 자작곡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 등 남이 써준 곡을 들고 오는 일도 종종 있다 보니 이를 걸러내기 위해 일부 학교에선 "코드 초견"(코드를 보고 한 번에 연주를 하는 것)을 한다는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문제는 일부의 경우, 피아노 전공자 또는 재학생도 쉽게 해석하기 힘든 예제 등을 제시하고선 연주하라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학생이 지닌 창의력이나 예술적 소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단순히 연주력 등 기교가 먼저 평가되는 식의 모순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일부 나오고 있다. 자칫 연주력=작곡 능력으로 동일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해당 학과 입장에선 입학 전형의 변별력 마련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마치 제도권 공교육의 범위를 벗어난, 학원에서의 선행 학습이 우선시되는 일반 대학 입시의 흐름을 실용음악과에서조차 닮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업 과정에 대해서도 일부 아쉬움을 드러내는 재학생, 졸업생들의 목소리도 있다.

학과 교수진의 성향에 따라 교과목 강의가 이뤄지고 지도교수 취향에 맞춘 스타일로 곡이 만들어지고 연주가 이뤄지다 보니 정작 학생 개인의 음악적 개성은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수의 성향이 특정 OO 장르라면 학생의 연주, 작곡 역시 그 틀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일련의 과정에서 좌절하고 회의를 느껴 수백만 원대의 등록금을 날리면서까지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젊은이들도 제법 존재하고 있다.

물론 일반 대학 다른 학과들도 지도 교수 구성에 따라 나름의 특성이 주목받는 게 비일비재하지만, 창의력이 크게 발휘되어야 할 음악 학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수의 기준에만 맞춰 탄생한 작업물(노래, 작곡 등)들만 나오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매력+개성 없는 지원자... 실전에서 고전하는 전공자들

 올해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 K팝스타 >의 한 장면. 일부 실용음악 전공 참가자들은 때론 박진영, 유희열 심사위원의 독설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 K팝스타 >의 한 장면. 일부 실용음악 전공 참가자들은 때론 박진영, 유희열 심사위원의 독설을 피해가지 못했다. ⓒ SBS


올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 SBS < K팝스타 >를 비롯해서 < 슈퍼스타 K > 등 수많은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순수 아마추어 학생부터 실용음악과 출신자, 기획사 소속 연습생 등 다양한 여건에서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도전에 나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독 고전을 하는 부류가 있었으니 실용음악과 출신 참가자들이다.  < K팝스타 >에선 특히 프로듀서 겸 작곡가 박진영, 클래식 음악 전공자인 유희열 등의 혹평을 피하기 어려웠던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실용음악과 편곡 숙제 해온 것 같은 느낌이다", "노래도 잘하고 감성도 좋지만 화성전개, 멜로디, 음색 모두 새로울 게 없다", "보컬이 완성돼 온 참가자들이 많지만 신기하게도 초반에 탈락한다. 우리가 손을 댈 여지가 없어 매력을 못 느낀다" 등의 지적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체계적인 교육에는 성공했지만 획일화된 틀에만 갖히다보니 이처럼 음악인으로서 자기 개성이 사라져 버린 지원자들의 모습을 이들 오디션 현장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음악을 하고자 하는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실용음악과 진학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필자의 주변만 하더라도 군대 제대 후 뒤늦게나마 진학을 위해 낮에는 학원, 연습실에서 음악 공부에 매진하고 심야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 및 학원비를 충당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꿈과 희망의 공간,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의 터전이 되어줄 실용음악과도 이젠 외부 흐름에 발 맞출 필요가 있다.  머지 않은 미래의 대중음악을 이끌 "예비 음악인"들의 개성을 살려주기 위한 학교, 학과 및 교수진들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팝쪼개듣기 실용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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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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