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음악팬들 사이에선 '고막남친', '고막여친'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곤 했다. 감미로운 목소리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귀를 살살 녹여주듯 노래하는 이들에겐 으레 이런 호칭이 영광처럼 뒤따라 오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소개하는 5명의 주요 걸그룹 멤버들은 '차세대 고막여친'의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로 손꼽을 만하다. 

물론 이들은 소속팀의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거나 핵심 동료 멤버들에게 가려있다든지 나름의 이유로 대중에겐 그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안정된 실력을 토대로 아는 이들에겐 숨은 실력자들로 조금씩 좋은 평가를 얻고 있기에 그녀들의 가능성에 주목해본다.

[하나] 소울 충만 보이스... 채원(에이프릴)

 채원(에이프릴)

채원(에이프릴) ⓒ DSP미디어


'소울 충만 보이스'라는 자기 소개 문구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을 만큼 '봄의 나라 이야기', '손을 잡아줘' 등 에이프릴 대표곡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핵심 멤버가 채원이다.

주로 고음역대의 이른바 '지르는' 역할을 팀의 막내 멤버 진솔이 맡는다면 채원은 중음역대 위주의 목소리를 토대로 곡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편이다. 엄청난 성량의 파워 보컬은 아니지만 안정감 있게 TV, 라디오, 행사 등 어느 무대건 상관없이 기복없는 소리를 들려 준다는 점은 채원의 장점으로 손꼽을 만하다.

팀 특성상 깜찍발랄한 곡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팀 공식 SNS 계정에서 공개한 커버 영상 등을 통해 감정선을 중요시하는 발라드 등에도 강점이 있음을 은연 중 내비친다. 지난해 5월 발표한, 지금은 같은 팀 동료가 된 <프로듀스101> 출신 채경과의 듀엣곡 '시계'는 그것의 좋은 예이기도 하다.

얼마전 종영한 KBS 드라마 <최강배달꾼>에 삽입된 '니가 필요해'(래퍼 키썸과의 합작) 정도 외엔 이렇다할 솔로곡 녹음이 없는 게 아쉽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내포한 유망주 보컬 중 한 명이다. 


[둘] 드라마 OST 유망주... 해빈(구구단)

 해빈(구구단)

해빈(구구단)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팀 동료이자 아이오아이 출신 세정-미나 등의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아직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진 않은 편이나 지난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 깜짝 캐스팅되는 등 점차 실력을 인정받은 멤버다. 구구단 내에선 세정, 소이 등과 더불어 보컬 축을 맡고 있다.

선 굵은 톤의 소리를 내줄것 같은 외모와 달리, 마치 산들 바람이 느껴질만큼 부드러움을 겸비하면서도 고음역대를 잘 소화해내는 편이다. 특히 20대 초반 나이답지 않게 여유롭게 이뤄지는 가성 활용은 해빈의 특징으로 내세울 만하다.

솔로곡 녹음은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수록된 발라드 'Forever Love'가 처음이다. 음원 순위 등에선 그 이름을 볼 수 없었지만 유튜브 조회수 100만 뷰 이상을 기록할 만큼 입소문으로 제법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실용음악 학원 보컬 지망생들 사이에선 연습-오디션 곡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후문.

지난해 구구단의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진행된 <커버 프로젝트> 네 번째 주자로 나선 그녀는 마크툽 프로젝트의 '품'을 애잔한 감성으로 멋지게 소화했다. 이밖에 얼마전엔 tvN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지> 사운드트랙 중 경쾌한 기타 팝 'Everyday' 녹음에 참여, 앞선 곡들과는 차별되는 통통튀는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셋] 꿀 떨어지는 목소리... 설아 (우주소녀)

 설아(우주소녀)

설아(우주소녀)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13인조 한중합작 그룹 우주소녀의 맏 언니. 최근 활동곡 'Happy'에서 센터에 자리잡을 만큼 이른바 '비주얼 멤버'처럼 알려져 있지만 연정(아이오아이 출신), 다원, 수빈 등과 더불어 주요 보컬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대규모 인원 특성상 자기 분량 챙기기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설아는 살짝 비음 섞인 특유의 음색으로 조금씩 목소리의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소속사 스타쉽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설아는 지난 5월엔 같은 회사 소속 듀엣 마인드유(구 어쿠루브)와 함께 '몰라 너 싫어' 커버곡을 공개했는데 원곡의 R&B 느낌의 보컬과는 대비되는 달달한 느낌의 톤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지난 9월 케이팝 콘서트 < KCON 2017 오스트레일리아 > 무대에선 원곡 가수 펀치를 대신해 tvN드라마 <도깨비>의 'Stay With Me'를 무리없이 잘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목소리의 힘을 조금 더 키워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을 거치면서 기본기를 잘 갖췄음을 감안하면 향후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법하다.


[넷] 요즘 보기 드문 록 음악 성향... 시연(드림캐쳐)

 시연(드림캐쳐)

시연(드림캐쳐) ⓒ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앞서 소개한 채원, 해빈, 설아와 달리 드림캐쳐 시연은 요즘 보기 드문 록 보컬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기존 그룹 밍스를 확대-재편한 드림캐쳐는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 폭발력 있는 드럼 연주가 가미된 '스피드 메탈'을 접목시킨 음악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팀이다.

그런 취지에서 시연은 가장 적합한 보컬 멤버로 언급할 만하다. 실제로 'Chase Me', 'Good Night', '날아올라(Fly High)' 등 연이은 활동곡에서 가장 부각되는 게 시연의 보컬 부분이다. 동료 유현과 더불어 수록곡 대부분의 코러스도 도맡아 녹음할 만큼 드림캐쳐 내에선 비중이 높은 편인데 특히 시연은 유독 튄다는 표현을 쓸 만큼 독특한 음색을 지녔고 힘 있는 고음을 큰 무리없이 들려준다.

드림캐쳐 활동 외엔 아직 솔로곡 발표는 없었지만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선 마룬5, 브루노 마스 등 쉽게 커버하기 힘든 그루브 넘치는 곡들도 여유있게 소화해냄을 보여준 바 있다. 소속팀의 인지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숨은 보석 같은 멤버로 언급할 만하다.


[다섯] 숨은 코러스 귀재... 금조(나인뮤지스)

 금조(나인뮤지스)

금조(나인뮤지스) ⓒ 스타제국


금조는 지난 2015년 나인뮤지스에 합류한 늦깎이 멤버지만 데뷔 전부터 다양한 음반의 코러스 녹음을 통해 입소문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기 작곡팀 e.one(정호현+ V.O.S 최현준)의 작업물에는 대부분 금조가 코러스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몇몇 곡들의 데모 버전 녹음 역시 금조의 목소리로 진행된 경우도 많았다.

덕분에 카라('Cupid'), 우주소녀('비밀이야'), 여자친구('바람에 실려'), 에이프릴('팅커벨') 등 주요 인기 걸그룹 음반에는 'Background Vocal by 금조'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적혀있는 편이다. 역시 비음이 강하게 포함된, 제법 도드라지는 음색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장르의 곡에 그녀의  목소리는 잘 녹아들어간다.

지난해 이후 4인조 활동으로 팀의 규모가 축소된 후론 간판스타 경리 등과 함께 보컬의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 지난 여름 활동곡 '기억해'의 후반부 고음 애드립 등은 금조의 몫이다. 다만 섹시한 콘셉트를 내세우는 소속팀 나인뮤지스의 특성 때문에 오히려 실력이 가려지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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