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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김영춘 해수부장관님께 쓴 공개편지( 어선 내쫓고 관광미항 만들기, 해수부가 할 일인가?)에 대한 해수부의 공개답변에 감사드립니다. 통영항 강구안 개발 담당자인 해수부 항만개발과장님의 답변 형식이었지만 그것이 바로 해수부장관님의 의견이라 생각합니다(관련 기사 : 어선 내쫓고 관광미항? 오해입니다).

그런데 해수부의 답변을 접하고 필자는 참으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적폐청산을 위한 혁신 TF까지 발족시킨 해수부가 잘못된 정책에 대한 시민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이전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조차 없이 별 문제 없음으로 그대로 강행하겠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해수부는 강구안 개발 사업이 21차례나 주민 회의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지역민과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통영시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고 주민과 지자체의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통영시민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해수부의 해명과는 달리 최근 통영시민사회단체연대의 시민과 관광객 상대 설문조사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강구안 개발 반대 의견 74.8%로 압도적

강구안 전경
 강구안 전경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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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부터 10월 9일까지 통영시민 및 전국 시민들 총 12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구글 설문지)과 오프라인(거리 설문조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강구안 개발 반대 의견이 74.8%로 압도적이었습니다(관련 기사 : '통영 강구안 친수시설 정비사업' 반대 비율 높아).

설문 참가자 1,212명중 통영주민 745명(61.5%), 그 외 지역은 455명(37.5%), 기타(미기재) 12명(1%)이 조사에 응답했는데 이중 통영 시민의 71%가 강구안 사업에 반대했습니다.

해수부는 21차례나 주민 회의를 했고 주민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어째서 통영시민의 3분의2가 반대 하는 걸까요. 이는 주민 설득도 의견 수렴도 제대로 안 됐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시민들의 반대가 이토록 큰데도 해수부는 시민 동의와 시민 주도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시겠습니까? 해수부는 해명해야 마땅합니다.

대다수의 통영시민들은 최근까지도 강구안 개발 관련 회의가 있었다는 것도 강구안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중앙시장 상인이나 강구안에 정박한 어선 선장들도 모르는 분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몇몇 선주들이나 강구안 주변 건물주들만이 의견 수렴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구안은 건물주나 선주 몇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통영을 넘어 이 나라의 소중한 역사 문화 자산입니다. 21번의 회의 중 통영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잠시 공사를 중단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해수부의 답변처럼 "강구안 친수공간 사업은 지역발전을 갈망하는 지역민과 혼연일체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영 시민의 3분의 2가 강구안 사업을 "갈망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 반대하는데도 그대로 강행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환한 일입니다.

또 통영시민 외의 설문 응답자는 통영을 다녀간 관광객이거나 잠재적 관광객들입니다. 이 관광객들의 80%가 강구안 사업 반대 의견을 내놨다는 것은 무엇보다 해수부의 강구안  사업 추진 명분을 무력화 시키는 결과입니다.

해수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미항을 만든다는 명분 하에 강구안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관광객들의 80%가 이 사업을 반대합니다. 그렇다면 분명 잘못된 사업입니다. 시민도 관광객도 반대하는 사업, 시민을 위해서도 관광객을 위해서도 아니라면 대체 강구안 개발 사업은 누구를 위한 사업이란 말입니까? 장관님께 묻고 싶습니다.

장관님, 시민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강구안은 문화재청 지정 <역사문화환경보전지구>입니다. 그래서 미리 현상 변경 허가를 받은 뒤에 설계에 들어가야 됨에도 해수부는 절차를 어기고 추진하다 뒤늦게 문화재청의 불허로 강구안 개발 사업의 일부인 매립 사업이 무산됐습니다.

그런데 해수부의 답변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나 반성도 없습니다. 해수부의 계획대로 "거북선 모양의 바닥 포장, 천자총통, 전통군사 깃발, 전통누각, 각종 역사안내 해설판 등을 설치" 한다 해서 강구안의 역사성이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통영의 이순신 공원이나 거북선에도 이미 있고 전국 각지에 흘러넘칩니다.

무엇보다 강구안이라는 유서 깊은 항구의 원형을 제대로 보존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역사성 지키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해수부는 강구안의 원형을 훼손하려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몰역사적입니다.

해수부는 또  강구안이 계류지나 대피항으로서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각종 시설이 들어서고 수변을 둘러서 데크 길을 설치하면 피항을 오더라도 어선들이 정박할 곳이 없어지는데 대체 어떻게 대피항 기능을 유지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또 부유형 계류장 달랑 하나 남긴다고 어항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계류지와 정박지가 분리 되면 어민들이 잘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되면 어선의 입출항은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고 결국 계류장도 기능을 상실하고 말겠지요.

어선들이 사라진 텅 빈 바다, 활력 없는 바다가 과연 관광 미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선들이 드나들지도 정박하지도 게다가 대피항의 기능도 잃은 어항을 관연 어항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지금 해수부는 천혜의 대피항이자 정주항인 강구안 어항 기능을 없애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혈세 5백억원을 탕진해 가면서 말이지요.

강구안 개발 사업으로 중앙시장 앞의 주차장을 없애려는 계획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입니다. 시장 앞에 주차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입니다. 중앙시장 주차장을 없애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나마 협소한 주차장이라도 있어서 관광객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서 차에 싣고 갑니다.

그런데 주차장이 없어지면 시장에 오는 관광객들도 줄어들 것이고 온 사람들도 차량까지 이동거리가 멀어 많은 물건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주차장을 완비한 대형마트들과 달리 재래시장이 외면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주차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수부는 대체 주차장 설치 계획도 없이 무작정 강구안 주차장을 없애고 수변 공원을 만들어 시장 상권을 죽이려 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닙니까.  

주민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진행되고 있다는 해수부의 주장과는 달리 17일에도 통영에서는 <통영시민단체연대>의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강구안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지속가능한 통영 문화를 고민하는 시민모임>은 "강구안 친수시설사업으로 인해 통영의 대표 항구가 훼손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나무 데크 산책로와 분수광장이 통영의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강구안의 원형이 지켜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부디 이런 시민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계획은 세워졌으나 공사는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검토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부디 서두르지 말고 잠시 공사 추진을 중단한 뒤 시민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주십시오. 시민 다수가 동의 한다면 그 때 가서 다시 공사를 시작해도 됩니다. 이번에는 부디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 최종 정책 결정권자인 해수부 장관님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2017년 10월 19일 (사)섬연구소 소장 강제윤 합장


태그:#통영, #강구안, #친수시설, #해양수산부, #해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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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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