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창원 LG를 우승 후보라 생각하지 않았다. '매직 히포' 현주엽 감독에게 가혹할지 모르지만, LG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지도자 경력이 전무한 현주엽의 LG는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막전에서 고양 오리온을 손쉽게 따돌리더니 지난 시즌 준우승팀 서울 삼성을 상대로도 승리를 챙겼다.

LG가 17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삼성과 맞대결에서 87-74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삼성전 연승 행진을 '5'로 늘렸고, 지난 2011·2012시즌 이후 무려 2193일 만에 개막 2연승에 성공했다. 초보 감독 현주엽이 시즌 초반부터 KBL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시작부터 LG의 흐름이었다. LG는 김종규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김시래의 깔끔한 3점슛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고, 기승호의 3점슛까지 터지면서 8-0으로 앞서나갔다. 홈팀 삼성이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화끈한 슬램덩크와 교체 투입된 이관희의 3점슛을 통해 따라붙자, 김종규가 폭발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골밑을 파고들어 손쉬운 득점을 만들어냈고, 중거리 슛과 패스를 통해 팀 화력을 끌어올렸다.

개막전에서 6득점 6리바운드에 그친 NBA 출신 조쉬 파월도 힘을 냈다. 파월은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를 상대로 힘에서는 밀렸지만, 노련함을 앞세웠다. 남다른 스탭을 뽐내며 손쉬운 득점을 만들어냈고, 정확한 중거리 슛으로 점수를 챙겼다.

이관희를 앞세운 삼성에게 2쿼터 리드를 빼앗기기도 했지만, LG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시래와 김종규, 파월의 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식스맨' 정창영이 돋보였다. 정창영은 47-49로 뒤진 3쿼터 종료 7분 1초 전, 파월의 패스를 컷인으로 마무리했고, 스피드를 앞세운 골밑 돌파로 득점력을 뽐냈다. 3쿼터 종료 직전, 이호현의 반칙을 이끌어내고 자유투 3개를 모두 성공시킨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정창영의 극적인 3점 플레이로 점수 차를 6점으로 벌린 LG는 4쿼터 일찍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삼성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준 이관희가 놀라운 스피드를 앞세운 속공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삼성은 4쿼터 시작 5분 동안 이관희의 속공을 제외한 득점에 실패했고, LG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동력을 앞세운 김종규가 화끈한 덩크슛을 터뜨렸고, 파월의 슛이 백발백중 림을 가르면서 점수 차를 두 자리로 벌렸다. 삼성이 라틀리프를 앞세워 추격에 시동을 걸자, 김시래가 3점슛을 터뜨리면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LG는 2193일 만의 2연승도 기쁘지만, 파월이 NBA 출신에 알맞은 맹활약을 보여준 것이 가장 반갑다.

파월은 경력만 놓고 보면, 역대급 선수가 분명했다. 그는 2005·2006시즌 NBA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데뷔해 2013·2014시즌까지 9년 동안 NBA 생활을 이어갔다. 특히, 2008·2009시즌과 2009·2010시즌에는 LA 레이커스에서 코비 브라이언트와 한솥밥을 먹으며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파월의 NBA 통산 기록은 316경기 출전 평균 3.9득점 2.9리바운드. 이후에는 아르헨티나와 중국, 베네수엘라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문제는 나이와 악동 기질(?)이었다. 파월은 한국 나이로 35세다. 정규리그 54경기, 성적에 따라 그 이상을 치러야 하는 KBL은 만만치가 않다. 리그 초반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다.

NBA를 벗어난 이후 해외 리그에서의 평가에도 우려가 있었다. 파월은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 간의 마찰이 잦았다. 심지어 선수 폭행으로 인한 벌금과 징계를 받은 경험도 있다. 경력은 최상이지만, 다른 구단이 파월을 외면한 이유는 분명했다.

파월은 올여름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현주엽 감독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우려는 개막전까지 이어졌다. 현주엽 감독과 선수들의 신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NBA는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파월은 KBL 최고의 선수 라틀리프를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나이 탓에 스피드나 힘 싸움에서는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확한 중거리 슛과 NBA 출신에 걸맞은 스탭을 잇달아 선보였다. 풀타임이나 다름없는 39분 27초를 뛰며 18득점 12리바운드. 라틀리프가 30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승리는 파월을 앞세운 LG의 몫이었다.

현주엽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김종규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고, 김시래의 몸 상태도 최상이다. 이날 승리의 주역으로 손꼽히는 정창영과 기승호, 최승욱 등 다른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특히, 투지 넘치는 수비와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은 LG 상승세의 보이지 않는 요인이다. 우려를 지울 수 없었던 파월도 본격적인 KBL 정복에 나섰고,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인 조나단 블락도 나쁘지 않다. 

초반부터 KBL 판도를 흔들고 있는 초보 감독 현주엽. 오는 19일 공동 선두 서울 SK를 넘어서고, 21일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까. LG의 신바람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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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VS서울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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