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사상 최고의 타자 이승엽이 떠났다. 일본에서는 선구안과 컨택트 능력의 부족을 보이며 고전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여전히 '라이언킹'이었다. 복귀 후 기록한 6년 성적은 타율 0.298와 24홈런 92타점 등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타자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 그의 은퇴는 삼성에 있어 꽤 크게 다가온다. 삼성의 현 위치는 리그 9위이다. 작년 역시 9위였지만 사정이 다르다. 먼저 승률이 6푼 가까이 떨어졌고, 고작 5게임 차였던 5위와의 승차 역시 무려 18게임 차이로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엽이 빠진 자리를 방치한다면 내년 역시 순위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당장 내년 지명타자 자원을 보면, 1군 야수 중 박한이를 제외하면 지명타자로 적당한 선수가 없다. 그 박한이조차 풀타임 지명타자를 소화하기에는 장타력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2군에는 나성용, 최원제, 문선엽, 이현동 등이 있지만 이 네 선수의 1군 타석 수를 다 합쳐봐야 200타석이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퓨처스 성적만 믿고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올해 스토브리그는 좋은 야수 자원들이 우르르 시장에 나온다. 민병헌, 김주찬, 정의윤, 강민호, 손아섭, 최준석, 채태인은 물론 컴백을 선언한 황재균에 잠재적 후보로 꼽을 수 있는 김현수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닌 타자들이 그 주인공이다.이들 중 소속팀 잔류가 유력한 선수는 총 3명. 강민호와 손아섭은 롯데 측에서 절대 내줘선 안 되는 핵심 선수들인 만큼 롯데 역시 잔류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고, KIA 역시 김주찬 외 특별히 눈에 띄는 FA 선수가 없어 김주찬 잔류를 노리고 있다.

나머지 잔류가 불투명한 선수들 중, 가장 삼성에 필요한 선수는 김현수이다. 중장거리형 좌타자로 1루수 겸업 가능, 가장 뛰어난 경력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부족한 삼성 좌타 라인에 힘을 불어넣을 최적의 카드이다. 하지만 문제는 금액이다. 이전 소속팀인 두산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타 구단 역시 손 놓고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투수 FA가 흉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형우에 필적하는 거액 계약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 외 민병헌과 황재균 역시 복수의 구단들이 군침을 흘릴 카드로 적지 않은 지출이 예상된다.

그러나 최준석, 정의윤은 사정이 다르다. 먼저 언급한 선수들보다는 커리어가 떨어지고 수비력 역시 우수하지 않아 계약 규모는 작겠지만, 비교적 저가 구매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두 선수의 소속구단인 롯데와 SK는 내야와 불펜에 약점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어 보호선수 명단 작성에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 마침 삼성의 20인 명단은 그리 빡빡하지 않은편이다.

물론 누가 오더라도 이승엽이라는 거목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긴 쉽지 않을 것이다. 무게감은 채울 수 있을지언정 삼성의 이승엽이라는 상징성까지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빈 자리를 쳐다보고만 있기에는 삼성이 가야할 길이 너무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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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5기 박윤규
이승엽 삼성라이온즈 정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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