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눈에 띄는 요소는 리그에서 내로라 하는 에이스들이 정규 시즌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경기 흐름들이 심상치 않아 불펜이 조기 가동되는 등 에이스들이 자신의 진가를 많이 드러낼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이전에 비해 선발투수들의 역할보다 구원투수들의 역할이 좀 더 많아지는 것이 현대 야구의 흐름이라지만, 그래도 한 경기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하물며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인 포스트 시즌에서는 더 그렇다.

지난 14일(아래 한국 시각)에 시작되었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그러한 모습들이 보인다. 특히 15일 경기에 각각 선발로 등판했던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경우 같은 날에 경기를 치렀기에 더 비교가 됐다.

커쇼와 벌랜더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2011년에 각 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커쇼는 2011년 33경기 5완투 21승 5패 평균 자책점 2.28에 탈삼진 248개를 기록하며 생애 첫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통산 3회 수상). 벌랜더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이던 2011년 34경기 4완투 24승 5패 평균 자책점 2.40에 탈삼진 250개를 기록, 아메리칸리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사이 영 상(1위표 만장일치)과 MVP를 동시 수상했다.

그 이후 커쇼는 2014년까지 4년 연속 리그 평균 자책점 타이틀 1위를 수성하면서 그 동안 사이 영 상을 총 3번이나 수상했고, 2014년에는 MVP 영예까지 안았다(2014 사이 영 상은 1위표 만장일치). 반면 벌랜더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교롭게 그 시기에 교제를 시작했던 약혼녀 케이트 업튼과 함께 타이거즈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부진 극복한 벌랜더, 포스트 시즌에서는 강심장

그러나 벌랜더는 2016년 다시 34경기 등판에 16승 9패 3.04로 부활했다. 2017년에도 정규 시즌에 어느 정도 역할을 다하던 벌랜더는 타이거즈가 시즌을 포기함에 따라 웨이버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 리그 2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 후 벌랜더는 5경기 전승에 평균 자책점 1.06을 기록하며 그 어떤 에이스들보다 완벽한 가을야구 준비를 끝냈다.

벌랜더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포스트 시즌 경험이 풍부한 에이스들 중 한 명이다. 신인상을 수상했던 2006년 월드 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경험까지 있으며, 사이 영 상을 수상한 2011년까지 포스트 시즌 8경기를 포스트 시즌에서의 적응기를 거쳤다.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 이유로는 소속 팀 타이거즈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하위권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012년 벌랜더는 디비전 시리즈 5차전 완봉승을 포함하여 4경기 3승 1패 2.22로 포스트 시즌 특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2013년에도 3경기 1승 1패를 거뒀지만 평균 자책점은 0.39로 완벽했다. 당시 1패도 구원투수들이 책임 주자들을 막지 못해 떠안은 패배였기 때문이다. 당시 타이거즈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불펜 때문에 맥스 슈어저(현 워싱턴 내셔널스)와 벌랜더를 냈던 4경기만 모두 패하는 불운을 겪었을 정도였다.

2014년 포스트 시즌에서 벌랜더는 1경기 5이닝 3실점 노 디시전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벌랜더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벌랜더의 포스트 시즌 임팩트가 떨어졌다고 보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

애스트로스로 이적한 뒤 벌랜더는 포스트 시즌 3경기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4차전에 구원 등판한 벌랜더는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15일에 열렸던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 탈삼진을 13개나 잡아내며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카를로스 코레아 끝내기 안타).

벌랜더가 현재까지 포스트 시즌에서 기록한 성적은 19경기 등판(18선발 2완투) 10승 5패 평균 자책점 3.18이다. 특히 116이닝 동안 탈삼진을 128개나 잡아내는 등 그의 구위는 위력적이었다. 벌랜더의 가장 큰 장점은 긴 이닝을 던지면서도 9회에도 시속 158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질 정도의 체력이었다.

현존 최고의 투수 커쇼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 이유

커쇼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직 만 29세(1988년 3월 생)에 불과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이 영 상을 벌써 3번이나 수상했으며, 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최소 정규 시즌에서만큼 커쇼는 팀에서 그에게 한 시즌 162경기 중 33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에이스다.

그러나 커쇼는 2가지 측면에서 완벽한 투수라고 보기에 2%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그의 허리이고, 다른 하나는 포스트 시즌이다. 커쇼는 2014년과 2016년 그리고 2017년에 각각 부상자 명단에 들어갔는데, 하마터면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을 뻔한 정도로 큰 우려를 낳기도 했다.

커쇼도 벌랜더와 마찬가지로 신인 시즌부터 포스트 시즌을 경험했다. 다만 벌랜더는 선수 생활 초기부터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였기에 신인 시즌부터 포스트 시즌에서도 선발로 등판한 반면, 커쇼는 선수 생활 초기 2년의 포스트 시즌은 구원 등판이 3경기 있을 정도로 아직 경험에서는 미숙했다.

커쇼가 포스트 시즌과 관련하여 우려를 사게 된 시점은 201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이었다. 사이 영 상을 수상한 이후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된 시점에서 커쇼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포스트 시즌을 경험하기 시작했고, NLCS 2차전까지 3경기에서 도합 19이닝 1자책으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때까진 완벽했던 커쇼가 NLCS 6차전에서 4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2014년 디비전 시리즈는 커쇼에게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NLDS 1차전에서 4점 이상의 넉넉한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7회에만 집중 실점하면서 6.2이닝 8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4차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피칭은 했지만 7회에 아웃 카운트 없이 2실점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커쇼는 2015년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1차전 6.2이닝 3실점, 4차전 7이닝 1실점으로 2경기 모두 호투하긴 했다. 그러나 팀이 5차전 혈투 끝에 뉴욕 메츠에게 패하면서 커쇼가 포스트 시즌 악몽을 완벽히 극복했다고 보기엔 다소 부족한 시간이었다.

커쇼의 2016년 포스트 시즌도 그의 성적을 보면 물음표가 붙는다. 디비전 1차전 승리투수가 되었지만 5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고, 4차전에서 6.2이닝 5실점 부진을 한 원인이 또 7회에 발생했기 때문이었다(4차전에서 팀은 이기기는 했다). 그런 와중에 커쇼는 5차전에 또 등판해서 세이브를 챙겼다.

2016년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커쇼는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만 보면 커쇼는 포스트 시즌 울렁증, 특히 7회의 악몽을 극복한 것으로 보였지만 완벽한 극복은 아니었다. 커쇼는 6차전에서 다시 5이닝 4자책으로 무너지며 유독 일리미네이션 게임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커쇼는 2017년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홈 경기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도 7회에 홈런 2개를 맞는 등 여전히 7회의 악몽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 날 경기에서 커쇼의 4실점은 모두 솔로 홈런 4개 때문이었다.

그리고 커쇼는 컵스와의 NLCS 1차전에서 5이닝 2실점 노 디시전을 기록했다. 그렇게까지 나쁜 성적은 아닌데, 5회말 다저스가 공격 중 2득점하며 추격에 성공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투구수가 87개 정도로 많지 않았던 커쇼 타석에서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대타를 냈고,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커쇼는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5회말 야시엘 푸이그의 적시타와 찰리 컬버슨의 희생 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든 다저스는 이후 6회말 크리스 테일러의 솔로 홈런(3-2)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7회말 푸이그의 솔로 홈런(4-2) 그리고 저스틴 터너의 적시타(5-2) 등에 힘입어 점수를 벌린 다저스는 커쇼가 그렇게 위력적이진 않았지만 팀 타선이 골고루 활약한 덕분에 중요한 1차전을 잡았다(마에다 겐타 구원승).

커쇼와 벌랜더 모두 WS 등판 가능성, 우승 숙원 이룰 선수는?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2013년 이래 5년 동안 내리 도전했던 포스트 시즌에서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첫 승리였다. 그러나 커쇼의 관점에서는 포스트 시즌에서 아주 부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잘 던지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입장이 됐다. 이 때문에 챔피언십 시리즈가 5차전 이상으로 갈 경우 5차전에 등판하게 될 커쇼의 경기 내용이 더 중요하게 됐다.

다저스와 애스트로스가 각각 월드 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커쇼와 벌랜더 모두 월드 시리즈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랜더의 경우 2006년 이후 11년 만의 월드 시리즈 진출(통산 WS 2경기)을 이루게 되며, 커쇼는 이번에 올라갈 경우 월드 시리즈 첫 경험이다.

두 선수 모두 월드 챔피언 반지를 손에 넣은 적은 없다. 2006년 월드 시리즈에서 당시 벌랜더는 소속 팀 타이거즈가 1승 4패로 시리즈를 패하면서 챔피언 반지 획득 기회를 놓쳤다. 커쇼가 속한 다저스는 커쇼가 태어난 1988년을 마지막으로 월드 시리즈 무대에 올라간 적이 없는 팀이다.

15일에 같은 날 서로 선발로 등판했기 때문에 서로의 시리즈 일정에 따라 월드 시리즈에서 같은 경기 선발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 애스트로스에 댈러스 카이클이라는 에이스가 있기 때문에 맞대결 일정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커쇼와 벌랜더는 첫 월드 챔피언 등극에 도전함에 있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여야 한다. 특히 커쇼에게는 포스트 시즌에서 약한 투수라는 꼬리표를 어떻게든 떼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월드 시리즈 진출이 필요하다. 과연 두 선수가 숙원을 이루기 위해 월드 시리즈에서 서로 맞붙는 날이 오게 될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리그챔피언십시리즈 클레이튼커쇼 저스틴벌랜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