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메이저리그의 각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흥미로운 4팀이 격돌하게 됐다. 미국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4개 도시의 연고 팀들이 모두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연고 팀인 만큼 특정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구 팬들을 보유한 팀들이기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의 포스트 시즌에 비해 그 관심이 뜨겁다.

이번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팀들은 뉴욕 양키스(인구 860만, 정규 시즌 91승 71패)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인구 400만, 정규 시즌 104승 58패), 시카고 컵스(인구 270만, 정규 시즌 92승 70패) 그리고 휴스턴 애스트로스(인구 240만, 정규 시즌 101승 61패) 4팀이다. 모두 동부, 서부, 북부, 남부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들을 연고로 하는 팀들이다.

뉴욕은 미국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도시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의 서부 개척으로 인하여 개발된 도시로 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시카고는 미국 북부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휴스턴은 미국의 항공우주국 존슨 우주 센터가 있는 도시로 남부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다.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구단들인 만큼 팀들의 역사도 깊다. 양키스와 다저스 그리고 컵스는 1800년대부터 팀의 역사가 시작되어 메이저리그 초창기부터 역사를 함께한 팀들이다. 애스트로스는 1961년에 창단하여 아직 월드 챔피언 이력이 없다.

애스트로스의 체력적 여유 VS 양키스의 분위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디비전 시리즈를 4차전 만에 끝내면서 애스트로스는 4개의 디비전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시리즈를 끝냈다. 다저스가 3차전 만에 시리즈를 끝냈지만,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보다 포스트 시즌 일정을 하루 늦게 시작했고, 애스트로스의 4차전 경기가 같은 날 낮 경기로 진행된 뒤에 다저스의 3차전 경기가 밤에 끝났다.

시리즈를 가장 먼저 끝낸 덕분에 애스트로스는 5차전까지 혈투를 치렀던 양키스에 비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게다가 1차전 선발투수 저스틴 벌랜더가 3일 휴식 후 4차전에 구원 등판한 것을 제외하고는 투수진에서 큰 무리를 한 선수도 적었다. 덕분에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은 2차전에 등판한 뒤 무려 6일을 쉰 뒤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반면 포스트 시즌을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느라 월드 챔피언까지 12승이 필요한 양키스는 디비전 시리즈부터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처음 2경기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내리 패한 뒤 3차전부터 5차전까지 기적 같은 3연승을 거뒀다(디비전 시리즈 리버스 스윕 확률 16%).

이 때문에 양키스는 비록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지만, 분위기에 있어서는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았다. 특히 1차전 선발투수로는 3차전에서 아시아 선발투수 역대 3번째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양키스의 리버스 스윕을 주도하기 시작했던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였다.

애스트로스의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은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양키스를 상대로 정규 시즌 통산 6경기 44.2이닝 4승 2패 평균 자책점 1.41을 기록했으며, 2015년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도 양키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한 적이 있었다.

반면 양키스에서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설 다나카는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지난 5월 1.2이닝 8실점으로 평균 자책점 43.20을 기록했다. 통산 기록에서도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5이닝 6실점, 5.2이닝 2실점, 5이닝 4실점, 1.2이닝 8실점)로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선 제압 성공한 애스트로스, 순간 집중력에서 앞섰다

이렇게 서로 극과 극의 상대 전적을 보였던 두 투수의 대결이었지만, 기선 제압에 중요한 1차전이었던 만큼 10월 14일(이하 한국 시각) 경기에서 두 투수 모두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다나카는 그 동안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부진했던 기억들을 지우고 6이닝 2실점의 호투를 했다. 정규 시즌 통산 전적에서 퀄리티 스타트가 한 번도 없었는데, 포스트 시즌에서 이를 해낸 것이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양키스의 리버스 스윕을 이끌었던 다나카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상대가 인디언스가 아니라 애스트로스였다는 사실이다.

애스트로스 타선을 이끄는 호세 알튜베는 4회말 타석에서 1사 후 내야안타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 다나카의 견제를 뚫고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후 카를로스 코레아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발 빠른 알튜베는 2루에서 홈까지 순식간에 달려 결승점까지 뽑았다. 뒤이어 애스트로스는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뽑았다(구리엘 이번 포스트 시즌 19타수 10안타).

애스트로스는 공격에서만 집중력이 앞선 것이 아니었다. 5회초 양키스가 그렉 버드의 안타에 이어 맷 할러데이가 외야로 타구를 날렸는데, 여기서 2루수 알튜베가 할러데이의 타구를 놓쳤다. 알튜베는 선행 주자였던 버드를 2루에서 태그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바람에 그 이전에 더 중요했던 타구 처리에서 실수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5회초 알튜베의 실수는 팀 동료들이 만회했다. 이후 애런 저지의 적시타가 터졌는데, 좌익수 마윈 곤잘레스는 2루주자 버드의 득점을 막기 위해 홈을 향해 혼신의 송구를 날렸다. 이 송구를 애스트로스의 포수 브라이언 맥캔이 착실하게 잡아 태그에 성공하면서 실점을 면했다. 양키스에서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수비로 인하여 경기 분위기는 애스트로스가 잡게 됐다. 에이스 카이클은 6회와 7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고, 7이닝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투구를 마무리했다(109구). 카이클의 포스트 시즌 통산 성적은 5경기(4선발) 4승 무패 1.69가 되었으며, 양키스를 상대로 포스트 시즌에서 7이닝 이상 무실점에다 10탈삼진을 기록한 역대 4번째 투수가 됐다.

양키스는 다나카가 내려간 뒤 채드 그린이 7회와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추격의 발판을 놓으려 했다. 그러나 양키스의 타선은 자신들에게 공포를 안겨 준 카이클이 내려간 뒤에도 도무지 점수를 내지 못했다. 8회초 1사 후 브렛 가드너가 볼넷으로 나가며 득점 기회가 생기는 듯 했지만, 애스트로스는 마무리투수 켄 자일스를 조기 투입하며 양키스의 추격 의지를 꺾어 버렸다.

그러나 자일스는 다저스의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보다는 임팩트가 약했다. 9회말 2사에서 자일스는 버드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한 점 추격을 허용한 뒤에 경기를 끝냈다. 애스트로스가 결정적인 한 순간에 득점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양키스는 주자가 모였을 때 득점을 연결하지 못했다.

기선 제압 성공, 사상 첫 챔피언 도전하는 애스트로스

이리하여 7전 4선승제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 애스트로스가 먼저 1승을 거뒀다. 양키스를 상대로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에이스 카이클이 제 역할을 해 주면서 애스트로스는 양키스를 상대로 심리적인 면에서도 우위를 잡게 됐다.

게다가 애스트로스는 2차전 선발도 포스트 시즌에서 관록이 뛰어난 저스틴 벌랜더(통산 18경기 9승 5패 평균 자책점 3.36)가 나선다. 벌랜더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도 선발과 구원 각각 1경기씩 등판하여 2전 전승 평균 자책점 3.12로 호투하고 있다.

양키스는 2차전 선발투수로 루이스 세베리노가 나선다. 메이저리그 3년차인 세베리노는 올해가 첫 포스트 시즌이다. 그러나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 선발로 등판했다가 아웃 카운트 하나만 간신히 잡은 채 0.1이닝 4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부진했다.

다만 세베리노도 점차 포스트 시즌에는 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인디언스를 상대로 4차전에 등판하여 7이닝 4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좋은 모습이 이어질 경우 양키스가 반격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1차전에서 애스트로스가 기선 제압에 성공했고, 전체적인 선수 구성에 있어서 임팩트가 강한 애스트로스가 시리즈를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이 크다. 선발진만 봐도 애스트로스에는 사이 영 상 수상 경력자만 2명(2011 벌랜더, 2015 카이클)이 있다. 다른 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원투 펀치가 나오는 1,2,5,6차전 4경기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애스트로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그렇게 경험이 많지는 않은 팀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첫 라운드를 통과했던 것도 2004년이 처음이었으며, 2005년에야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 무대를 밟았다(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상대로 4전 전패).

당시에는 로이 오스왈트, 로저 클레멘스, 앤디 페티트 등 리그 최정상급 선발진이 있었으며, 타선은 크레이그 비지오, 제프 배그웰, 랜스 버크먼 등이 이끌었으며, 마무리투수 브래드 릿지가 버티고 있던 시대였다. 아메리칸리그로 무대를 옮긴 이후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 시리즈 진출을 경험했던 애스트로스는 이후 기나긴 암흑기에 빠지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00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빌딩에 성공하며 2014년 100패를 탈출했고, 2015년에는 리그를 옮긴 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도 진출했다.

애스트로스는 사상 첫 월드 챔피언에 도전하는 팀이고, 양키스는 역대 최다 우승 팀(월드 챔피언 27회)이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려는 팀과 기록을 지키려는 팀의 자존심 시리즈가 어떠한 향방을 보이게 될지 앞으로의 대결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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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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