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워크>의 스틸. 매일 아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재소자들은 한 줄로 들어온다.

영화 <더 워크>의 스틸. 매일 아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재소자들은 한 줄로 들어온다. ⓒ 부산국제영화제


각자의 문제를 지닌 세 명의 일반인이 폴섬 교도소에서 열리는 4일간의 재소자 집단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치유의 경험을 하는 재소자들을 보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이 치료 프로그램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더 워크>는 실제 폴섬 교도소에서 열린 집단 치료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여기에는 수십 년 형을 받고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하는 수감자들이 여럿 참여한다. 또한 일반인과 재소자, 오랫동안 참여해 온 경험 많은 사람과 새로운 참가자가 혼재한다. 이들은 서로를 독려하고 연대함으로써 각자의 아픔과 한계를 넘어서는 체험을 하기에 이른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온 덩치 큰 흉악범들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자기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게 되는 과정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들이 내면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드러낼수록, 관객도 자신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내면의 아픔을 다독이는 기회를 얻는다.

13일 오후 5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에서 있었던 첫 상영 직후의 GV(관객과의 대화)에는, 공동 감독 중 한 명인 제이러스 맥리어리(Jairus McLeary)와 제작자로 참여한 그의 동생이 나섰다. 이들은 '부산영화제에서 초청해 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특히 이렇게 많은 관객과 경험을 나누게 된 것이 감명깊다'는 소감을 밝혔다.

 13일 롯데시네마 5관에서 열린 <더 워크> 관객과의 대화

13일 롯데시네마 5관에서 열린 <더 워크> 관객과의 대화 ⓒ 권오윤


- 시놉시스만 보고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였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찍게 됐나?
"영화 초반에 프로그램을 이끌며 '심바웨'를 외치신 분이 우리 아버지다. (장내 탄성) 여기 오지 않은 큰 형을 포함한 우리 삼형제와 아버지는 이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왔다. 출연한 재소자들과는 이미 가족 같은 관계를 맺어 왔다."

- 영화 속 재소자들을 보면 자신의 개인적인 상처를 드러낸다. 그런 것들을 직접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대부분 평생 교도소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감정적 해소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짐을 내려놓지만, 우리는 그럴수록 큰 짐을 지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는 교도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겪은 진실한 경험을 관객들과 생생하게 나누고 싶었다."

- 집단 상담을 전공하는 학생이라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이렇게 많이 울 줄 알았으면 손수건을 챙겨 올걸 그랬다. 영화에서 유독 아버지-아들의 관계가 강조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프로그램은 20년째 계속되고 있다. 매번 사람들이 고백하는 주제가 달라진다. 누군가가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와 유사한 경험을 말하게 되는 식이다. 이 영화를 찍을 때 우연히 아버지-아들 관계에 대한 고백이 많았을 뿐, 그런 주제를 일부러 강조한 것은 아니다."

 영화 <더 워크>의 스틸. 이렇게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서로를 돕기 위해 기꺼이 나선다.

영화 <더 워크>의 스틸. 이렇게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서로를 돕기 위해 기꺼이 나선다. ⓒ 부산국제영화제


- 범죄자로서 피해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진정한 참회라고 보는데, 이들은 그저 자기 상처를 치유하는 데 그치는 것 같다.
"여기에 오래 참여하다 보면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 상황을 묘사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 피해자에 대해 얘기하게 된다. 범죄를 저지르던 자신의 모습을 거울 보듯 바라보고 후회도 한다. 그런 과정도 회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40명의 죄수가 출소하게 됐다. 덧붙이면, 이 프로그램은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일반인이든 재소자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부족했던 공감 능력을 점차 키워가게 된다."


- 자원활동가로 참여했다고 했는데, 정말 영화에 나온 것과 같은 체험을 하게 되나?

"오, 정말 그렇다. (장내 웃음) 누구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되며 점진적으로 자신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경력이 오래되면 다른 사람을 이끌어 줄 수도 있다. 우리도 오랫동안 여기에 참여하면서 경험한 일이다. 심지어 우리는 가족끼리 있을 때도 이런 식의 모임을 하며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 교도소 말고 다른 곳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나?
"물론이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16세 때부터 이 프로그램을 해왔고 나는 그때부터 아버지를 도왔다. 이 프로그램은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적도 있고, 아일랜드나 남아공 같은 분쟁 지역에서도 했었다."

<더 워크>는 올해 열린 SXSW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작품이다. 부산영화제에서는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14일 오후 4시 30분, 17일 오후 2시 상영이 더 남아 있다.

더 워크 BIFF 제이러스 맥리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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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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