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스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스틸. ⓒ 부산국제영화제


세계적인 테마파크 디즈니월드 인근에 있는 모텔 '매직 캐슬'에서 엄마와 단둘이서 살아가는 무니(브루클린 프린스)는 같은 모텔에 사는 친구 스쿠티와 단짝이다. 꼬마 악동인 이들은 여느 때처럼 장난을 치다 근처 모텔에 사는 젠시와 친해지게 되고, 플로리다의 햇살 아래 주변을 쏘다니며 하루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무니의 엄마 핼리(브리아 비네이트)는 점점 경제적으로 쪼들리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션 베이커 감독의 최신작이다. 그는 국내에 정식 개봉한 <스타렛(Strlet)>(2012), 선댄스 화제작이자 2015년 부산영화제 초청작인 <탠저린(Tangerine)>(2015)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스케치하듯 나열된 등장인물들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이 처음에는 별 관련 없어 보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하나의 플롯으로 정리되는 구성이 좋다. 아역 연기자들의 솔직하고 창의적인 연기가 마음을 움직인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감은, 등장인물들의 비극적인 상황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처연함을 더한다.

13일 낮 12시 영화의전당 하늘연 극장에서 상영 후 열린 GV(관객과의 대화)에는, 공동 제작자이면서 감독과 함께 각본을 쓴 크리스 버고크(Chris Bergoch)가 참여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각본가 크리스 버고크와의 관객과의 대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각본가 크리스 버고크와의 관객과의 대화. ⓒ 권오윤


- 이 영화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스탈렛>, <탠저린>에 이어 감독 션 베이커와 각본을 같이 쓴 세 번째 장편이다. 5년 전쯤 플로리다에 사시는 어머니를 방문했는데 그 주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착상했다."

- 독립 영화로서 제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스탈렛> 이후 집필을 시작했지만,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탠저린>에서 그랬던 것처럼 적은 예산을 들여 아이폰으로 영화를 촬영하게 됐다."

- 시나리오 전공하는 학생이다. 사실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작품 소개에 '디즈니'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디즈니월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는 유명한 테마파크로서 꿈의 장소다. 하지만 그 주변에는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히든 홈리스(hidden homeless)'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실에 마음이 아팠고 감독 션 베이커에게 곧바로 전화해서 영화화를 제안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즐거움을 찾아낸다. 그런 아이들의 시점으로 이 이야기를 한다면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했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란 제목은 어떻게 지어진 것인가?
"맨처음부터 이 제목이었다. 하지만, 같이 작업했던 스태프들조차도 이게 가제(working title)인 줄 아는 경우가 많았다. (웃음) 제목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디즈니월드가 1967년쯤에 처음 지어질 때 '플로리다 프로젝트'라고 불렸으며, 지금은 집 없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 그렇게 불린다."

- 중심 무대인 모텔의 색깔이 보라색이다. 특별한 의미를 두고 설정한 것인가? 또한 아이들의 행동과 대사가 매우 창의적인데 여기에 비결이 있다면?
"(통역의 옷 역시 보라색임을 눈여겨보며) 우선 모텔 건물의 색깔은 원래 그 색이었다. 영화 컨셉에 맞는 모텔을 찾기 위해 오래 돌아다녔고 마침내 그런 곳을 찾았다. 천재적인 우리 촬영감독이 감독과 상의하여 후반 작업에서 채도를 높여 도드라지게 했다. 어린 시절엔 실제보다 화려하게 느낀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역 배우들은 올랜도 지역의 아이들을 캐스팅했다. 대부분 기본적인 설정과 대사를 주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다 허물어진 콘도 장면 같은 경우는 주인공 무니 역을 맡은 브루클린에게 진짜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며 놀아 보라고 하는 식이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스틸.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스틸. ⓒ 부산국제영화제


- 극 중에서 바비 역을 맡은 윌렘 데포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먼저 주인공 무니의 어머니 핼리 같은 경우 유명한 젊은 여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감독은 팝스타가 출연한 뮤직비디오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신선한 얼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윌렘 데포는 <탠저린>을 보고 우리와 함께 다음 작업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다. 잘 알려진 배우이기 때문에 기존의 이미지가 배역에 몰입하는 데 지장을 줄까 걱정했으나, 너무 잘해 줬다. 이 영화에서 그는 윌렘 데포가 아니라 바비 그 자체였다."

- 이 영화는 <아메리칸 허니> 같은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도대체 왜 사람들이 이런 빈곤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것인가?
"미국에서 집을 얻으려면 최소 두 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이 필요하다. 신용도도 떨어지고 일자리도 없는 사람들은 그 돈을 낼 수가 없다. 일다운 일을 하기 전까지 이렇게 모텔을 전전하며 살게 된다. 사실 모텔에서 사는 비용이 일주일에 250달러(우리 돈으로 25만 원) 정도로 보통 월세보다 더 비싼 편인데도 말이다. 플로리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보다 상황을 정확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서 2년 동안 조사를 했다. 주인공 모녀와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상황을 겪게 되는지 알게 됐다. 디즈니월드가 있어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어야 하는 지역 특성상, 싱글맘이고 체포된 경력이 있으며 문신까지 있는 여성이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다. 그러다 보면 결국 무니의 엄마처럼 곤경에 처하게 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지난주에 북미에서 개봉했고,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영화제에서는 19일 오후 5시 상영이 한 번 더 남아 있으며, 국내에도 일반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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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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