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개인 기량과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 한국 축구 역사상 이토록 기대가 적었던 때가 또 있었을까.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됐다면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은 내년 6월 러시아로 향해 10번째 도전에 나선다.

단기간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경쟁국들과 별반 다른 바 없는 준비 과정으론 정해진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전북현대,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꼽혀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는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손꼽힌다. 

지난 시즌에는 대표팀보다 '강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보경과 이재성이 구성한 중원, 탈아시아급 기량을 자랑한 로페즈와 레오나르도, 고공 폭격기 김신욱, 투지 넘치는 최철순과 박원재 등 전북은 K리그 클래식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38경기에서 단 2번밖에 패하지 않은 성적이 증명하듯, 승리에 익숙했고, 패배와는 거리가 멀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은 더 놀라웠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헐크가 이끄는 상하이 상강(8강)을 홈에서 5-0으로 무너뜨렸고, 준결승에서 만난 FC 서울도 손쉽게 따돌렸다. 아시아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히는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버틴 알 아인을 상대로도 승리를 따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북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과 중동팀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자랑하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치켜세웠다. 

올 시즌에도 막강하다. AFC 챔피언스리그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K리그 클래식에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의 압도적인 느낌은 사라졌지만, 후방부터 전방까지 약점을 찾기 어렵다. 특히, 김민재와 이재성, 김진수 등 새 얼굴의 합류는 '닥공' 이미지 못지않은 탄탄한 수비력을 갖추게 했다.

신태용 감독은 전북 중심 대표팀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충분하다면, 본인이 원하는 선수를 찾고 전술을 갖추는 데 힘을 쏟을 수 있겠지만, 여유가 없다. 최소한 아시아에서만큼은 검증된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 조직력을 갖추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특히, 대표팀 수비를 전북 선수들로 채우는 방안은 꼭 고민해봐야 한다. 2012 런던 올림픽 세대가 중심이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은 아쉬움이 많았다. 제한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갔지만, 실망스러웠다. 아시아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은 높은 몸값과 풍부한 경험을 갖췄지만, 대표팀의 추락을 막아서지 못했다.

전북 포백 수비진은 K리그 최고다. 김민재는 '경험'보다 '실력'이 우선임을 K리그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증명했다. 이재성(수비수)은 노련한 수비 조율과 경기 운영 능력을 자랑하고, 때때로 과한 투지를 보이는 김민재를 안정시키는 데도 능하다. 대표팀에서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돌아온 김진수와 최철순은 K리그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손색없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갈 수 있는 신형민도 대표팀에 필요한 자원이다. 악바리 근성을 앞세운 몸싸움과 예리한 태클 능력을 갖췄고, 패싱력도 준수하다. 때론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노리기도 한다. 기성용을 제외하면 공수 능력을 겸비한 미드필더가 부족한 만큼,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본래 포지션은 우측 풀백이지만, 최철순의 수비형 미드필더 활용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철순은 지난 시즌 K리그와 아시아 무대를 휩쓴 아드리아노를 여러 차례 무득점으로 틀어막았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압둘라흐만을 꽁꽁 묶으며 우승에 앞장섰다. 공격 전개 능력이 아쉽지만, 악착같은 수비력이 필요하다면 최철순 카드는 최적일 수 있다. 

전북에는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들도 많다. 이재성은 권창훈과 함께 한국 축구를 이끌어나갈 재능으로 손꼽히고, 이승기와 한교원 등도 대표팀 합류가 가능하다. 김신욱도 대표팀 활약은 저조한 편이었지만, '조커'가 아닌 '주전'으로 활용해볼 법한 선수다.

물론, 경쟁은 필요하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김원일과 오반석, 권한진, FC 서울 수비의 핵으로 떠오른 황현수 등도 전북 수비진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는 선수들이다. 제주 윙백 정운과 안현범은 아직까지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것이 아이러니할 정도다. 우여곡절 끝에 전남 드래곤즈에 잔류한 김영욱과 한찬희, 울산 현대에서 부활에 성공한 이종호 등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본적인 틀이다. 전북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기대 이상의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경쟁국들과 똑같이 월드컵을 준비해서는 가능성이 없다. 최종예선 내내 드러난 문제들이 여전한 데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축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허송세월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전북 중심 대표팀에 손흥민과 기성용,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조금씩 추가해 나아가는 것. 암담한 현 대표팀 상황을 볼 때, 전북을 중심으로 나아가는 것은 '승부수'이자 '묘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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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 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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