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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인턴을 하는 게 맞는지 싶다가도 공기관의 끈을 놓지 말라는 계시라고 생각되어 열심히 다녀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누군가는 떨어져서 속상할 인턴 자리니까요. 저는 2012년에 공공기관 청년 인턴을 했습니다. 또 청년 인턴을 하게 됐네요. 둘 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입니다."

청년 인턴을 대하는 복잡한 심정이 그대로 읽히는 이 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년 인턴' 최종 합격 소식을 전하면서 한 블로거가 남긴 후기다. "대기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또는 "상사가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할 것이냐"는 등의 질문이 나오는 면접을 통과한 결과였다.

청년 694명 뽑아놓고 단 한 명도 정규직 채용하지 않은 심평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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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체험형 인턴'이었다면 이 청년은 몇 개월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아래 심평원)을 떠났을 가능성이 100%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렇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심평원은 체험형 인턴으로 694명을 선발했지만, 이중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의원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체험형 인턴을 운영하는 19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등 채용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관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선발한 6330명 중 실제 고용으로 이어진 인원은 804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체험형 인턴을 100명 이상 선발한 공공기관 중 정규직 채용 비율이 낮은 곳은 심평원(0%)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복지인력개발원이 4%로 역시 낮았는데, 216명을 체험형 인턴으로 선발해 그 중 9명을 채용(계약직 6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험형 인턴의 정규직 채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 106명을 선발해 그 중 82명을 채용했으며, 체험형 인턴을 가장 많이 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490명 중 469명을 정규직으로 계약했다. 국민연금공단 경우는 1181명 중 146명을, 대한적십자사는 268명 중 65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체험형 인턴 고용 기간은 평균 6개월 정도였다. 윤소하 의원은 "고용 기간이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다양하지만 평균 6.3개월로 나타났으며, 급여 역시 최저 임금에서 많게는 평균 190만원 가량이었다"고 밝혔다.

"체험형과 채용형 구분 없이 공평한 기회 줘야"

청년 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청년 인턴 제도는 체험형 인턴과 채용형 인턴으로 나뉜다. 만 34세 이하 청년이 대상이며 채용형 인턴과 달리 체험형 인턴은 말 그대로 직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주로 사무 행정 업무 보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윤소하 의원은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윤 의원은 "문제는 체험형 인턴의 경우 직장 체험의 기회가 주어진다고는 하나 짧은 고용 기간으로 인하여 단순 심부름 이상 업무를 체험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실제 체험형 인턴을 경험한 청년들 후기에는 단순 심부름, 커피 타기, 과일 깎기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의원은 "체험형 인턴의 경우 짧은 근무 기간으로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험형 인턴은 추후 공공기관 채용시 가산점을 부여받기 때문에 청년들이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 의원은 "지금 상태로는 공공 기관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것 이상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면서 "체험형 인턴이라는 제도 자체가 취업 시장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고통을 배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에 대한 내실 있는 제도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의원은 "청년 일자리 창출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면서 "체험형과 채용형 인턴의 구분을 두지 말고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며, 인턴 훈련 프로그램을 매뉴얼화하여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윤소하, #청년 인턴, #심평원, #체험형 인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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