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월드 챔피언 경력(27회)을 가진 뉴욕 양키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그 저력이 빛났다. 양키스는 10월 12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렸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2연패 뒤 3연승에 성공했다.

올 시즌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 1위 자격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를 꺾고 디비전 시리즈에 올랐는데, 상대는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랐으나 월드 시리즈 7차전에서 아쉽게 패했던 인디언스였다. 인디언스는 홈 구장에서 시카고 컵스가 무려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고 챔피언이 되는 데 희생양이 됐다.

양키스의 상대였던 인디언스는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면서 현재까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탈환하지 못한 팀이 됐다. 인디언스는 1920년과 1948년 단 2번 월드 챔피언에 올랐으며 이후 69년 동안 한 번도 월드 챔피언에 오르지 못하는 "와후 추장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월드 챔피언 등극에 있어서 30팀 중에서 가장 많은 27회의 우승 횟수를 가지고 있는 양키스는 그 만큼 포스트 시즌 진출도 53회를 기록하고 있다. 포스트 시즌에서 잔뼈가 굵은 양키스였지만,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3연승 뒤 4연패, 여태까지 한 번 밖에 없었던 7전 4선승제 리버스 스윕을 당하기도 했다.

2연패 뒤 3연승, 14.3% 확률에 도전했던 양키스

포스트 시즌에서 리버스 스윕을 당하면서 한 차례 경험이 있었기에, 양키스는 이번에는 스스로 리버스 스윕을 만들어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적지에서 1차전과 2차전을 내리 패했을 때만 해도 양키스의 분위기는 침체 그 자체였다. 1차전에서는 후반기 페이스가 좋았던 인디언스의 선발투수 트레버 바우어에게 일격을 당했다.

2차전에서는 인디언스의 에이스였던 코리 클루버를 2.2이닝 7피안타 6실점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고, 베테랑 투수 CC 사바시아도 5.1이닝 4실점으로 나름 잘 버텼다. 그런데 5회까지 8-3으로 앞섰던 양키스는 6회말 그랜드 슬램을 맞았으며, 8회말에는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 승부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연장 13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하면서 임팩트가 컸다.

하지만 3차전에서 일본인 선발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의 투혼이 돋보였다. 다나카의 7이닝 무실점 역투와 마무리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의 1.2이닝 무실점 세이브까지 곁들여 명품 투수전 끝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특히 인디언스 불펜의 핵 앤드류 밀러(2016 ALCS MVP)를 상대로 결승 홈런을 날렸던 것이 분위기 전환에 큰 힘이 됐다.

4차전에서는 2차전 때 나름 분전했던 타선이 다시 한 번 터졌다. 1차전 때 바우어를 상대로 침묵했던 타선이 3일 휴식 후 등판했던 바우어 공략에 성공했다. 4차전에서 7-3으로 승리하여 홈에서의 2경기를 모두 잡은 양키스는 기적의 리버스 스윕에 도전했다.

1995년부터 도입되었던 5전 3선승제 디비전 시리즈에서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던 사례는 49번 중 7번 밖에 없었다. 14.3%에 불과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기 그만큼 힘들었다는 증거다.

7전 4선승제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 시리즈에서는 그 성공 사례가 더 희박하여 2004년 레드삭스 밖에 없었다. 당시 양키스를 상대로 3연패를 당했던 레드삭스는 연장전 대혈투와 커트 실링의 핏빛 투혼에 힘입어 기적같은 4연승을 거뒀다. 그리고 레드삭스는 여세를 몰아 당시 86년 동안이나 이어지던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승부는 9회부터, 양키스 리버스 스윕 성공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다시 열린 5차전은 2차전에 등판했던 투수들이 4일 휴식 후 다시 등판하게 됐다. 인디언스는 2014년 사이 영 상 수상에 빛났던 에이스 클루버가 등판했으며, 양키스는 베테랑 사바시아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사바시아는 양키스에 이적했던 첫 해인 2009년 A.J. 버넷, 앤디 페티트 등과 함께 양키스 선발진을 이끌며 월드 챔피언을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

2차전에서 클루버 공략을 성공했던 양키스 타선은 5차전에서도 또 클루버 공략에 성공했다. 양키스 전설의 유격수 데릭 지터의 후계자로 알려진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1회초 클루버를 상대로 선제 결승 홈런을 날리면서 초반부터 분위기를 휘어잡았다(1-0).

그레고리우스는 3회초 공격에서도 또 클루버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면서 사실상 이 날 초반의 점수를 혼자서 책임졌다(3-0). 이리하여 그레고리우스는 요기 베라(1956 월드 시리즈 7차전)와 제이슨 지암비(2003 ALCS 7차전)에 이어 시리즈 최종전에서 멀티 홈런을 날린 양키스 3번째 선수가 됐다.

4회초 양키스는 2사 후 자코비 엘스버리가 클루버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면서 끝내 상대 팀 에이스 클루버를 조기에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인디언스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4회초 2사에서 불펜의 핵 밀러를 조기에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리고 5회말 인디언스는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사바시아를 공략하면서 1점 차까지 바짝 추격했다(3-2). 그러자 양키스의 조 지라디 감독도 승리투수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던 사바시아를 과감하게 교체하고 중간 필승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데이비드 로벗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프랑코나 감독과 지라디 감독의 퀵 후크 작전은 경기 중후반까지 나름 성공했다. 이후 8회까지 인디언스의 필승조와 양키스의 필승조는 서로를 상대하면서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둘 다 내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다.

인디언스는 6회 2사부터는 브라이언 쇼를 투입하여 8회 2사까지 버텼고, 8회 2사에서 마무리투수 코디 앨런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양키스도 로벗슨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구원승)하자 8회부터 마무리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을 투입하여 뒷문을 닫아 걸었다.

승부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1점 차의 접전이었던 이 경기는 9회에 들어서야 승부가 갈렸다. 양키스는 9회초 인디언스의 마무리투수 앨런을 상대로 애런 힉스가 좌익수 수비 실책으로 인한 출루에 성공했다. 토드 프레이저가 볼넷을 얻어낸 양키스는 승부를 확실히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 브렛 가드너가 타석에 들어섰다.

가드너는 앨런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결정짓는 데 성공했다. 이 때 인디언스의 우익수 제이 브루스의 송구를 인디언스 내야진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2루에 있던 힉스 뿐만 아니라 1루에 있었던 프레이저까지 홈을 밟았다(5-2).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양키스는 평균 구속 160km/h 이상을 던지는 채프먼이 큰 무리 없이 경기를 끝냈다.

사실 인디언스는 올 시즌 후반기 22연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신기록(종전 기록 2002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20연승)을 만들 정도로 기세가 강했다. 그러나 2002년 에이스도 디비전 시리즈에서 2승 3패로 탈락했고, 인디언스도 디비전 시리즈에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인디언스는 194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와후 추장의 저주를 69년에서 70년으로 늘리게 됐다.

4개의 시리즈 중 5차전 시리즈 2개, 명승부 이어지는 디비전 시리즈

이리하여 양키스는 희박한 확률을 뚫고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양키스의 승리로 14.3%의 디비전 시리즈 리버스 스윕 확률은 16%로 조정되었다. 양키스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하여 올 시즌 리그 2위를 기록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만나게 됐다.

양키스가 포스트 시즌에서 애스트로스를 상대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첫 번째는 2015년 와일드 카드 결정전). 애스트로스는 2012년까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있다가 2013년부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디비전을 옮겼기 때문이다. 애스트로스는 2005년 단 한 번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 시리즈 무대를 밟은 경험이 있었다.

양키스와 인디언스의 경기가 있기 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4차전도 1승 2패로 몰려 있던 워싱턴 내셔널스가 반격에 성공했다. 비로 하루가 밀린 덕분에 1차전에 등판했던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당겨쓰지 않겠다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4차전에 등판했다.

1차전에서 7이닝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자책의 괴력투를 펼쳤든 스트라스버그는 4차전에서도 7이닝 3피안타 2볼넷 12탈삼진 무실점의 괴력투를 펼쳤다. 스트라스버그의 활약에 힘입어 내셔널스는 5-0으로 승리, 디비전 시리즈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가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 컵스는 디비전 시리즈부터 5차전까지 가는 총력전을 펼치게 됐다. 시리즈를 4차전에서 끝내기 위해 2015년 사이 영 상 수상자인 제이크 아리에타에 이어 2차전에 등판했던 에이스 존 레스터까지 마운드에 올리는 1+1 작전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셔널스 역시 1차전 선발이었던 스트라스버그가 4차전에 등판한 데 이어, 5차전에서는 2차전 선발투수 지오 곤잘레스와 3차전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가 동시 대기하는 총력전을 펼치게 됐다.

이미 승률 1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디비전 시리즈를 3-0으로 끝내 버렸기 때문에 다저스는 홈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여유있게 상대를 기다리게 됐다(물론 다저스도 3경기가 모두 싱거운 경기는 아니었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디비전 시리즈부터 총력전을 펼친 상대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를 갖게 됐다.

특히 내셔널스는 5차전에서 슈어저가 구원 등판할 경우 디비전 시리즈에서 썼던 3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 등판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적 불리함을 안고 가야 한다. 내셔널스는 아직까지 4번 진출했던 디비전 시리즈를 넘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13일 경기에서 그 확률을 깨뜨리는 데 도전한다. 원래 4차전과 5차전 사이에는 이동일이 하루 있는데, 4차전이 비 때문에 하루 밀려서 사라졌다.

양키스의 전설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 있어서 스포츠 정신에 걸맞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12일에 있었던 디비전 시리즈 2경기는 그 말에 걸맞는 명승부를 보여줬다. 또 하나의 역사를 쓰게 될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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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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