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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페미니즘 이슈가 부상하면서 영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아는 페미'는 현재 페미니즘 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페미니스트를 조명하고, 그들의 참신한 활동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무언갈 아는' 페미, '내가 아는' 페미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 GAZE 에디터는 '다양한 시선'을 아는 페미
  • GAZE 에디터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메르스 갤러리 사태와 강남역 사건'
  • GAZE 에디터의 다음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사람들이 GAZE를 볼 때'
각자의 이유로 페미니스트가 된 사람들은 한번쯤 이런 고민에 부딪힌다.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잖아?"

일상적으로 접하는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노래 가사까지. 대중문화 전반에 '불편한'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유독 소녀 같은 옷차림만 하는 여자 아이돌이나 남자주인공에게 짐만 되는 드라마 속 '민폐' 여자주인공을 예전처럼 웃으면서 볼 수 없다.

불편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페미니즘 대중문화 평론잡지 'GAZE'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대중문화를 향한 불편과 분노를 모아 왔다. 6명의 에디터 중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도 있었지만, 꾸준히 만나며 세미나를 진행했다.

문제의식에 공감한 많은 이들 덕분에 GAZE의 창간호 제작을 위한 소셜 펀딩은 목표금액을 훌쩍 넘겨 마무리됐다. 지난달 23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남역 사건 때 느꼈어요, 사회적 문제구나"

시작은 이갱생 에디터(활동명)가 올린 페이스북 홍보글이었다. 이불, 뽀포, 정찬란 에디터(활동명)가 홍보글을 보고 합류했다.

"엄청 고민하다가 마감시간이 지난 거예요. 10분 정도 늦게 연락했는데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찬란)

이갱생 에디터와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리다, 모찌개 에디터(활동명)가 합류해 6명의 기획팀이 꾸려졌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소수의 시선을 다루겠다는 의미에서 시선을 뜻하는 'GAZE'로 잡지명을 정했다.

 GAZE 팀의 회의 모습
 GAZE 팀의 회의 모습
ⓒ G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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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대부분은 메르스갤러리 사태와 강남역 살인사건을 자신의 결정적인 '페미니스트 모먼트'로 꼽았다.

"메르스갤러리 이전에도 짜증난다고 생각한 부분은 있었어요. 전 여고를 나왔는데, 학교 이름도 여고는 OO여고라고 하면서 남고는 OO고라고 하잖아요. 그런 문제의식만 있다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 거죠." (이불)

"강남역 사건 때 SNS에 터져 나오는 글들을 보고 깨달았어요.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구나." (리다)

그 이전까지 에디터 대부분은 문제의식을 '말하기'를 두려워했다. 말하기를 억압당해온 이들에게 GAZE는 용기를 내 말할 수 있게 된 곳이기도 하다.

"공고를 나왔는데 남자애들이 친구를 심하게 성희롱하는 걸 들은 뒤로는 직접 나서서 말하기를 무서워하게 됐어요. 여기처럼 말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어요." (뽀포)

"페미니즘이 학문적으로는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둔 것도 있었어요." (리다)

물론 페미니스트 정체화 이후에도 주변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 '어떤 페미니즘?' '메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꼭 받아요." (모찌개)

페미니즘 대중문화 평론잡지를 만든다고 하자 '네가 하는 건 너무 센 페미니즘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에디터도 있었다.

순진하고 무지한, 그런 소녀는 없다

기획팀이 현재 대중문화에 느끼는 가장 큰 문제의식은 콘텐츠 속에서 여성은 사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주체와 인간은 언제나 남성의 모습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달라요. 여성이나 아동처럼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은 타자화되죠." (이갱생)

이렇게 남성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다시 여성을 옭아맨다.

"동생이 여자 아이돌 사진을 보여주면서 '언니, 얘가 나랑 동갑인데 진짜 예뻐. 나도 살 빼야겠어'라고 하더라고요." (정찬란)

 창간호에 실리는 글 <가공소녀>의 일부
 창간호에 실리는 글 <가공소녀>의 일부
ⓒ G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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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커버스토리로 '소녀'를 다룬다. 대중문화 전반에서 소녀와 관련된 이미지가 넘쳐난다. 작고 여리여리하며 성적으로는 무지할 것이라는 인상이 소녀 이미지를 지배한다. 문제는 이 많은 이미지들은 실제와 괴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소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상의 특성'이잖아요." (리다)

GAZE 창간호는 여성 청소년으로 살아가고 있는 필자들로부터 받은 칼럼도 함께 싣는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페미니즘을 내세운 콘텐츠가 생겨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페미니즘을 트렌드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시스템을 바꿔나가자'가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에 페미니즘이라는 트렌드를 얹어서 그게 인기가 없으면 그대로 끝나버리고." (모찌개)
 
대중이 읽기 편한 대중문화 평론잡지

사실 GAZE 기획팀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비평하고 있다. 이들 틈에서 GAZE는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 일단은 모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쉬운 잡지'를 지향한다.

"대중문화 비평인 만큼 대중적인 잡지가 되고 싶어요." (이불)

창간호 커버스토리가 '소녀'인 만큼 여성 청소년이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제일 어려운 단어가 '재현'인데 어려운 용어는 기사마다 설명을 달았어요." (뽀보)

하루에도 수차례 새로운 이슈가 터져 나오는 것이 대중문화 분야이기도 하다. GAZE는 1년에 한 차례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행주기가 긴 만큼 무리하게 이슈를 쫓으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가려다 보면 글의 깊이를 챙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중문화 이슈는 정말 빨리 흐르잖아요. 그 흐름을 같이 뛰기보단 특정 순간을 잡아서 설명하려고 해요." (이갱생)

창간호 이후엔 어떤 주제를 다룰 수 있을까. 에디터별로 다양한 관심사를 내놓았다.

"미디어가 말하는 '상식'이 대체 뭔지 궁금해요. '상식적으로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지' 같은 이상한 상식이요."(뽀포)

"저는 '장르'를 다뤄보고 싶어요. <청년경찰>이나 <브이아이피>가 논란이 됐잖아요. '장르'의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여성혐오가 행해진다고 생각해요."(이갱생)

"맘충 논란을 보며 아줌마로 불리는 중년의 여성을 다루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리다)

 GAZE팀은 6명의 에디터와 1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돼 있다.
 GAZE팀은 6명의 에디터와 1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돼 있다.
ⓒ G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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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대상에서 시선의 주체로

GAZE는 창간호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메르스갤러리와 강남역을 계기로 '말하는' 페미니스트가 된 이들에게 다음 페미니스트 모먼트를 물었다.

"저희가 누군가가 쓴 글을 통해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됐듯이, 저희 잡지를 보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게 새로운 페미니스트 모먼트가 될 거라 생각해요."

기획팀은 스스로를 '다양한 시선'을 아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했다. GAZE라는 잡지 이름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답이다.

"애초에 대중문화가 다양한 시선을 보여줬다면 저희가 잡지를 만들 일도 없었겠죠. 시선을 받는 것을 넘어서 시선을 제시하는 주체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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