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과 8일 1, 2부로 나뉘어 방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는 2011년 종영한 SBS <진실게임! 가짜를 찾아라>(아래 <진실게임>)을 떠오르게 한다. <진실게임>, <김무명을 찾아라> 모두 진짜 중에서 가짜를 찾아야하고, 연예인 추리단은 그 가짜를 고르기 위해 온갖 추리를 동원한다. 두 프로그램 간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면 <진실게임>은 연예인으로 구성된 패널들이 가짜를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김무명을 찾아라>는 특정 장소, 사람들(봉선사, 평양민속예술단) 속에 잠입하여 진짜처럼 연기하는 무명배우들에게 집중한다.

 지난 7일 방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 1부 봉선사 편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 1부 봉선사 편 한 장면 ⓒ CJ E&M


 지난 8일 방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 2부 평양민속예술단 편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 2부 평양민속예술단 편 한 장면 ⓒ CJ E&M


수많은 진짜들 중 프로그램에서 '김무명'으로 칭하는 배우들을 정말로 찾기 힘들었는지, 아니면 일부로 못 맞추는 척 하는건지 <김무명을 찾아라>에 등장하는 연예인 추리단의 추리 실력은 기대 이하였다. 그래도 지난 7일 방영한 1부 봉선사 편에서는 연예인 추리단 중 한 명인 정진운이 예리한 기지를 살려 스님을 연기했던 배우 지혁의 정체를 1라운드에서 밝히는데 성공을 거두었지만, 2부 평양민속예술단 편에서는 가짜인 척 어설픈 행동을 일삼는 진짜 예술단원들에게 속속 낚이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총평을 하자면, 정작 <김무명을 찾아라>에서 초점을 맞추는 김무명들보다 김무명을 찾기 못하게 혼선을 주는 X맨들이 더 눈에 띈다. 실제로 지난 1부 봉선사 편을 주름잡았던 신스틸러는 실제 봉선사에서 수행 중이신 철견스님, 수용스님이고 2부 평양민속예술단 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예술단원으로 오래 활약했던 조수빈과 김민서였다. 진짜들이 가짜처럼 보이기 위해 열심히 교란 작전을 펼치는 동안 정작 김무명들은 가짜로 의심받을 수 있는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기 위해 행동한다. 지난 7일 방영한 1부에서 초반 정체가 드러난 배우 지혁같은 경우에는 실제 봉선사에서 수행하는 스님처럼 완벽한 모습을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고기를 먹지 않는 스님들에게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도드라진 근육 때문에 탈락해야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중심에 둔 예능

비록 1부와 2부 연이어 연예인 추리단의 김무명 찾기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럼에도 <김무명을 찾아라>는 추리 실패에서 오는 웃음과 동시에 묵직한 생각거리를 안겨 준다. 김무명을 찾는 연예인들의 잠입 추리를 메인 컨셉으로 잡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사실 김무명을 찾는 결과보다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데 더 많은 주안점을 둔다.

단 방송 1회 분량이지만, 예능을 통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김무명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쉽게 발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실제 1부에서 초반 탈락한 지혁은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연예인 추리단의 실패는 곧 김무명이 자신의 정체를 완벽히 숨겼다는 성공이기도 하기에 연예인 추리단 또한 자신들의 패배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지난 7일 방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 1부 봉선사 편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 1부 봉선사 편 한 장면 ⓒ CJ E&M


잠입추리 버라이어티 형태를 통해 무명배우들을 알리는 기획 의도를 가진 <김무명을 찾아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MC 겸 연예인 추리단 리더로 나선 정형돈, 이상민의 코믹 호흡도 안정적이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웃음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안겨준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보여준 재미를 떠나 과연 <김무명을 찾아라>가 김무명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1부와 2부에 김무명들을 진짜 속에 숨기는 설계자 역할을 수행했던 최수종과 박철민은 <김무명을 찾아라>에 참여한 배우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물론 <김무명을 찾아라>의 출연이 곧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김무명을 찾아라>에 출연했다고 대규모 제작 영화, 드라마에서 그들을 바로 주연급으로 캐스팅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무명들은 <김무명을 찾아라>의 출연에 모든 것을 걸었고, 드라마도 아닌 예능, 그것도 방송 1회 분량임에도 불구 스님 분장을 위해 머리도 밀고 몇 주 가량 실제 스님, 단원들과 함께 혹독한 연습과 수행을 이어나갔다. <김무명을 찾아라>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 1회 방송 출연을 위해 그들이 맡은 역할을 성실히 재연하고자 하는 김무명들의 의지에 있었다.

<김무명을 찾아라>에 참여한 김무명들 모두 이 프로그램의 출연으로 엄청난 유명세를 얻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들이 인상적인 역할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고팠던 배우들은 드라마 아닌 예능에서의 작은 캐릭터라도 성실히 임했고 설계와 진짜 스님, 단원들 또한 김무명들의 정체가 빨리 들통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김무명을 빠른 시간 내에 찾아야하는 프로그램 특징 상 어설프고 과장된 행동으로 연예인 추리단에게 혼선을 안겨주는 X맨들의 활약이 김무명들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김무명을 찾아라>가 가진 분명한 한계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재능있는 배우들을 발굴하고 소개할 수 있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김무명을 찾아라>와 같은 예능 출연이 대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들, 대중들에게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배우들에게 <김무명을 찾아라>는 벼랑 끝 동아줄과 같은 기회다. 명절 연휴 기간 파일럿으로 선보이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무명을 찾아라>의 정규 편성을 기대해본다.

김무명을 찾아라 배우 예능 박철민 최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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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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