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웰메이드 뮤지컬의 귀환 21일 오후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연습실 공개행사에서 출연배우들이 시연을 하고 있다. <서편제>는 이청준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해 2010년 초연된 창작뮤지컬로, 현대적이고 새로운 감성으로 재조명되어 30일부터 재공연된다.

▲ 서편제, 웰메이드 뮤지컬의 귀환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연습실 공개행사에서 출연배우들이 시연을 하고 있다. <서편제>는 이청준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해 2010년 초연된 창작뮤지컬로, 현대적이고 새로운 감성으로 재조명되어 지난 8월 30일부터 재공연 중이다. ⓒ 이정민


"<서편제>를 큰 기둥처럼 이끌어온 서범석씨가 있는데, 범석씨가 워낙 좋은 그림을 만들어주셔서 그걸 따라만해도, 흉내만 낼 수 있어도 큰 성공이라 생각하며 매일매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멀었어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9월 5일, 뮤지컬 <서편제>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유봉' 역에 더블캐스팅된 배우 이정열은, 같은 역의 배우 서범석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서범석은 그런 배우다. 반백을 눈앞에 둔 이 남배우는 한국 뮤지컬계의 큰 기둥 중 하나이자, 많은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선배이며, 거침없이 본인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사람이다. 같은 배역의 다른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쿨'한 '곤조'를 가졌고, 동시에 본인이 출연했던 작품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 탓에 콘서트 도중 눈물 흘리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한 몸에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는 이 배우는 그래서 참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같은 타이틀 롤이든,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롤로 같은 조연이든, 가리지 않고 그는 맡은 바 최선을 다해왔다. 어느 자리에 있든, 그는 눈에 띌 정도로 빛났고 동시에 극을 해칠 정도로 과하지도 않았다.

뭘 입든 잘 어울리는 배우이지만 그런 그에게 유독 잘 어울리는 옷이 있으니, 바로 '한복'이다. 뮤지컬 <아리랑>에서 곧은 절개를 지닌 선비 송수익을 연기하며 도포자락을 휘날리더니, 이제는 <서편제>에서 딸 송화를 큰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눈을 멀게 하는 유봉 역을 맡아 소리 한자락을 읊고 있다.

'범수익'의 열연, 서범석의 힘 지난 7월 27일, 뮤지컬 <아리랑> 프레스콜 현장에서 송수익 역의 배우 서범석이 열연하고 있다. 지조 있는 양반 송수익은, 일제 침탈에도 불구하고 독립군을 이끌며 끝까지 투쟁하는 인물이다. 꼿꼿한 선비이자 조선에 대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그는, 노비 문서를 불태우는 깨어 있는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머슴 출신 양치성과 대립하는 캐릭터이다.

▲ '범수익'의 열연, 서범석의 힘 지난 7월 27일, 뮤지컬 <아리랑> 프레스콜 현장에서 송수익 역의 배우 서범석이 열연하고 있다. 지조 있는 양반 송수익은, 일제 침탈에도 불구하고 독립군을 이끌며 끝까지 투쟁하는 인물이다. 꼿꼿한 선비이자 조선에 대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그는, 노비 문서를 불태우는 깨어 있는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머슴 출신 양치성과 대립하는 캐릭터이다. ⓒ 곽우신


"(웃음) 한복이 잘 어울리는 건 좋은 거죠. 관객들이 한국적인 작품을 계속 보게 하고, 그런 작품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지난 8월 2일, 뮤지컬 <아리랑>을 위해 예술의전당 내 카페에서 '범수익'을 만나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다른 일들이 겹치면서 미처 그 말들을 지면으로 풀지 못했다. 배우와 작품에 죄송한 마음을 담아, 그가 당시했던 말 중 여전히 유의미하고 울림 있는 몇 가지를 뒤늦게 끄적여본다.

창작 뮤지컬 그리고 서범석

'범수익'의 열연, 서범석의 힘 지난 7월 27일, 뮤지컬 <아리랑> 프레스콜 현장에서 송수익 역의 배우 서범석이 열연하고 있다. 지조 있는 양반 송수익은, 일제 침탈에도 불구하고 독립군을 이끌며 끝까지 투쟁하는 인물이다. 꼿꼿한 선비이자 조선에 대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그는, 노비 문서를 불태우는 깨어 있는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머슴 출신 양치성과 대립하는 캐릭터이다.

▲ 송수익과 차옥비의 인연 "초연 때는 '찬바람'이 좋은지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어찌나 목이 메이는지…. 초연 때는 안 그랬는데 재연 때는 옥비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 곽우신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돌아온 <아리랑>. 초연에서 봤던 얼굴 중 꼭 재연에도 돌아오기를 바라는 얼굴들이 몇 있었다. 서범석도 그 중 하나였고, 그가 돌아왔을 때 많은 팬이 박수를 쳤다. '절정' 장인이라 불릴 정도로, 그가 노래하는 송수익에는 남다른 기백과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 재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찬바람' '풀이 눕는다' '절정' 등 송수익의 넘버에서 서범석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재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게 느껴졌다.

"무조건 해야죠. 영광스러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대형 창작 뮤지컬'이 올라오기 얼마나 힘든데요. 외국적인 소재로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야만 흥행이 된다는 풍토가 있어요. 이게 보이지 않는 흐름이거든요? 그렇다면 계속해서 외국적인 소재로만 뮤지컬을 만들어야 할까요? <조선왕조실록>만 봐도 얼마나 많은 소재가 있나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창작 뮤지컬이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이고, 이 중심에 제가 있다는 게 영광입니다. <아리랑>은 정말 한국적인 뮤지컬이잖아요. 제가 여기에 없다면 뮤지컬을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슬플 것 같았어요.

작품 자체가 뮤지컬 사(史)에 의미가 있어요. 초연 대극장 창작이 몇 개나 있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올해도 대형 창작이 뭐가 있었나요. <영웅>과 <아리랑> 두 편 정도…? 이건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이 의식을 가지고 살려야 한다고 봐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응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적인 소재로 창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박수치고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만 하는 사람은 너무 얄미워요. (웃음) <명성황후>나 <영웅>처럼 <아리랑>도 롱런하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적인 소재'가 반드시 외국적인 소재보다 나은 건 아닐 테다. 하지만 반대로, 외국적인 소재 일변도의 창작 풍토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대극장 창작 뮤지컬', 그 중에서도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한 대극장 창작 뮤지컬은 갈수록 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객은 외국적인 소재를 더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이 일부 창작진 사이에 퍼져 있고, 투자도 그런 작품 쪽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간신히 올라온 작품 중에서 '완성도' 있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은 더더욱 찾기 어렵다.

'범수익'의 열연, 서범석의 힘 지난 7월 27일, 뮤지컬 <아리랑> 프레스콜 현장에서 송수익 역의 배우 서범석이 열연하고 있다. 지조 있는 양반 송수익은, 일제 침탈에도 불구하고 독립군을 이끌며 끝까지 투쟁하는 인물이다. 꼿꼿한 선비이자 조선에 대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그는, 노비 문서를 불태우는 깨어 있는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머슴 출신 양치성과 대립하는 캐릭터이다.

▲ 송수익과 서범석의 교집합 "넓은 평야와 바닷가를 보면서 자란 점. 모자람 없이 살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아주 모범생 스타일로 자랐어요. 옳다고 생각하고 믿음을 가지면, 그걸 그대로 믿고 가는 우직함이 있는 게 닮았어요." ⓒ 곽우신


그리고 그런 몇 안 되는 작품을 지탱하는 자리에 이 배우가 있었다. 만듦새와 서사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어쨌든 2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생존한 <명성황후>에도 그가 있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범세종'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컸다. 그리고 <아리랑>의 초연과 재연에 모두 참여했고, 지금 현재 <서편제>까지 왔다. 여기에는 '한국적인' 창작 뮤지컬을 향한 배우 서범석의 열정과 의기가 한몫했다.

"앞으로 배우 생활 하면서도 한국적인 대형 뮤지컬이 올라온다면 무조건 시켜달라고 할 거예요. 저라는 배우의 메리트는 창작 쪽에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좋아합니다. (웃음)한국적인 창작 초연 작품이 올라오는데 그 자리에 제가 없으면 엄청 서운할 것 같아요.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누구보다 큽니다. 그런 작품이 제 마음 속 0순위입니다! 많이 불러주세요.

아, 그렇다고 창작만 하겠다는 건 아니고…. (웃음) <헤드윅>을 했었어야 하는데 이걸 아직 못한 건 너무 아쉽네요. 하고 싶다, 헤드윅! 남들이 다 안 될 것 같다고 하니 언젠가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습니다!"

한 길이 끝나고, 또 다른 길이 시작됐다

'범수익'의 열연, 서범석의 힘 지난 7월 27일, 뮤지컬 <아리랑> 프레스콜 현장에서 송수익 역의 배우 서범석이 열연하고 있다. 지조 있는 양반 송수익은, 일제 침탈에도 불구하고 독립군을 이끌며 끝까지 투쟁하는 인물이다. 꼿꼿한 선비이자 조선에 대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그는, 노비 문서를 불태우는 깨어 있는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머슴 출신 양치성과 대립하는 캐릭터이다.

▲ 양치성과 송수익의 대립 "마지막 '풀꽃 아리랑'에서 치성이를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 장면이 안타깝더라고요. 양치성이 끝까지 일본말로 말하는 게 너무 슬퍼요. 그렇다 보니, 원래는 손만 얹다가 나도 모르게 쓰다듬어 주게 되더라고요. 시대를 잘못 만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머슴으로 그냥 행복하게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 곽우신


<아리랑>을 두 번이나 소화했지만, 무대 위의 서범석은 여전히 기운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대 아래에서 만난 서범석은 그런 무대 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백조의 발처럼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배우로서 작품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그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은 숙제이지 않을까.

"주변에서 제가 연기하는 송수익이 '인간적이고 잘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비주얼에 실력이 가려졌습니다. 비주얼로 인정받느라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네요. (웃음) <아리랑>의 송수익에게 저는 그저 '서범석이 했었다' 정도로 남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 말고도 큰 힘을 발휘하는 배우가 많기 때문에요. 전 그냥 이 극에서 점 하나만 찍는 배우죠. 연출에서부터 전 배역이 다 하나의 큰 점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주인공에 몰아주는 극이 아니잖아요. 저는 등장인물 중 하나이고, 혼자 이끌어가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덜 하다. 그런데도 작품이 가진 힘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어요. 공간을 채우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극장이 커진 만큼 그걸 채우려면 힘이 들죠.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관리는 열심히 하는데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네요. 초반 프리뷰 스케줄이 힘들어서 쉬었는데도 힘들어요. 일주일 사이에 수액을 세 번이나 맞았으니…. (흑흑) 그래도 무대에 있고, 노래를 하고, 배우들 사이에 있는 게 행복해요. 내가 의지를 갖든 아니든 몸만 맡겨 놓으면 알아서 극이 흘러가는 힘이 있거든요. 다만 혼자 등장하는 장면이 힘들 뿐이에요. 무대에 완전히 혼자 나와 있을 때 힘은 들지만, 대신 기분이 너무 좋아요. 에너지는 많이 소비되지만, 그 '기분 좋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힘을 더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극장을 채운 그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그만큼 목소리 관리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도 있죠. 어떻게 극복했냐고요? 그냥 열심히 해요. 별 거 없어요. (웃음)"

'범수익'의 열연, 서범석의 힘 지난 7월 27일, 뮤지컬 <아리랑> 프레스콜 현장에서 송수익 역의 배우 서범석이 열연하고 있다. 지조 있는 양반 송수익은, 일제 침탈에도 불구하고 독립군을 이끌며 끝까지 투쟁하는 인물이다. 꼿꼿한 선비이자 조선에 대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그는, 노비 문서를 불태우는 깨어 있는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머슴 출신 양치성과 대립하는 캐릭터이다.

▲ 서범석의 송수익, 그 안의 의기 "원작에서 땅을 팔라고 일본군들 멱살을 잡고 쫓아내는 장면에서 다혈질적인 모습을 캐치했어요. 기본적으로 송수익에게 내재한 '활동적인 성향'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죠. 그냥 책만 읽는 선비가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관망하는 인물이 아니라, 자기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의인적인 느낌을 받아서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 곽우신


작품의 완성도나 흥행으로 봤을 때 이번 재연 <아리랑>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돌아올 삼연에 서범석은 없을 것이라는 그의 선언이 참 놀라웠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함께 기둥처럼 서 있을 것 같았는데, 안타깝게도 서범석의 송수익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삼연은 저 말고 더 젊고 힘 있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굳혔어요. 제가 이 작품에 기여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마음속에 후임으로 점찍은 배우는…. 김우형 배우가 했으면 좋겠네요. (웃음) 덩치도 좋고 에너지도 좋고…. 에너지가 극장을 폭발시킬 정도로 좋아서, 꼭 다음에 송수익을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잘할 것 같아요."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이든, 아니면 무대 밖 비공식적인 자리이든. 많은 배우들이 존경할 만한 선배로 서범석을 꼽고는 한다. 그의 말 한마디에 위안을 받았다는 후배도 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발 벗고 나서서 총대를 멨다며 고마워하는 배우도 있었다. 그런 밑바탕에는 자신을 먼저 내세우기보다, 작품을 그리고 다른 배우를 생각하는 마음씨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더 어린 후배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후배들이 절 보는 건 그들의 몫이고, 전 제 삶을 살 겁니다. 누구의 시선 때문에 의식을 하거나, 가르치려하거나, 방향을 강요하진 않을 거예요. 지켜보고 제 일을 열심히 할 겁니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될 거고요. 제가 그 길을 가는데 어떤 후배가 그런 저를 보고 위안을 삼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서편제, 웰메이드 뮤지컬의 귀환 21일 오후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연습실 공개행사에서 출연배우들이 시연을 하고 있다. <서편제>는 이청준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해 2010년 초연된 창작뮤지컬로, 현대적이고 새로운 감성으로 재조명되어 30일부터 재공연된다.

▲ 수염이 생기다 "제가 연출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어요. (고선웅 연출은) 디테일한 디렉션을 주는 편이거든요. 그러면서도 배우의 생각을 존중해서, 배우가 아니라고 하면 안 해요. 사실 원래 수염이 없었는데, 수염을 기르는 것도 연출이 지나가면서 한 한 마디에 기르기 시작했어요. '수염이 좀 있어도 되지 않나...?' 한 마디에 길렀죠." 그리고 <서편제>를 연기하는 지금도 서범석의 인중과 턱에는 거친 수염이 있다. ⓒ 이정민


그렇게 <아리랑>과 함께해온 서범석의 길은 지난 9월 3일 끝이 났다. 그리고 8월 30일부터 시작하여 오는 11월 5일까지 계속될 <서편제>로 이어졌다. <서편제>에서 서범석의 유봉도 참 빛이 난다. '세상의 왕'에서 정말로 이 소리판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더니, 매몰차고 비인간적이면서도 한구석으로는 안쓰러움을 묻어나게 하는 감정 표현에 울컥한다. 서범석의 그 길이 어디에서 끝이 날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도록 그가 그의 등을 후배들에게 보여주며 묵묵히 걸어갔으면 한다.

"<서편제>는 '애장품'입니다. 너무나 아끼고 사랑해서 고이고이 간직했다가 이번에 또 선물처럼 드리고 싶은 그런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 <서편제>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했다. 판소리를 주제로 한 이 작품은 현대적 음악과 전통적 음악을 조화롭게 한 무대에 모은 수작으로 꼽힌다. 지난 8월 31일 개막하여 오는 11월 5일까지 상연된다.

▲ 살다 보면 살아진다 "<아리랑>에서 '죽을 것 같아도 죽지 말아'라는 대사를 제일 좋아헤요. 살면서 인생사가 얼마나 고단했는지, 그때마다 포기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지만, 끝까지 죽지만 않으면 되잖아요. 다 살아 있으면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참 기묘하게도, <서편제>의 대표 넘버인 '살다 보면'의 가사 역시 '살다 보면, 살아진다'이다. ⓒ 로네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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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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