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5일,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이 단과대 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주점을 운영하며 여성과 남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메뉴판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이 단과대 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주점을 운영하며 여성과 남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메뉴판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 전대신문 제공

관련사진보기


"섹파전 #그거_말구_섹시파전말이야 - 5천 원"
"튀김만두 #속살이_궁금해?_그럼_벗겨 - 5천 원"
"주물럭줘 #어디?_여기?_응! - 7천 원"
"오빠의 소세지 야채볶음 #되게_크다_뭐가크다구? - 5천 원"

한 대학 축제에서 여성과 남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메뉴판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은 단과대 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주점을 운영하며 안주와 주류 종류를 설명한 메뉴판을 내놓았다. 이 메뉴판은 컴퓨터 폴더 컨셉으로 디자인했고, 메뉴명을 동영상 파일처럼 나열했다.

문제는 안주를 명시한 부분이다. 이들은 파전, 튀김만두 등의 음식명 옆에 해시태그 형태의 설명을 달며 "속살이_궁금해?_그럼_벗겨" 등 특정한 행위나 신체 부위가 연상되는 선정적 문구를 사용했다.

논란은 25일 전남대 학보인 <전대신문>이 공식 SNS에 이 메뉴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공식적으로 불거졌다. 해당 게시물 밑엔 "같은 전대생으로서 정말 수치스럽다", "메뉴판 검토할 시간도 없었느냐"는 등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해당 메뉴판은 주점 운영 당시 학생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결국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영대학 학생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오후 6~7시쯤엔 그 메뉴판을 사용했다고 알고 있다.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그 메뉴판 뒤에 매직으로 다시 내용을 적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경영대 축제 관계자는 <전대신문>과 인터뷰에서 "메뉴판을 사전에 검토할 시간이 없어서 알지 못했다", "축제가 시작되고 피드백이 들어와서 우선은 (해당 메뉴판을) 수거해놓은 상태"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논란 처음 아냐, 사소하게 넘겨선 안 돼"

논란이 된 메뉴판은 주점 운영 당시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메뉴판은 주점 운영 당시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 전대신문 제공

관련사진보기


전남대 페미니스트 모임 '팩트'에서 활동하는 김동영(26, 영어영문학 수료)씨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속살' 같은 표현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이다.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대학 축제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비판받을 것을 알면서도 이런 메뉴판을 사용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내일 '팩트' 회원들과 모임을 열고,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지적처럼 대학가 축제 메뉴판 논란은 반복적으로 불거져왔다 지난 5월, 강릉의 한 대학에서는 주점 메뉴판에 "89싶다 49싶다", "탱탱한 황도", "오빠가 꽂아준 어묵탕" 등 성희롱이나 다름없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2015년, 수도권 소재 한 대학에선 '오원춘 세트'를 메뉴 이름으로 정해 입길에 올랐다.

김미리내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이런 문제가 매년 불거지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 건 드라마나 CF 등 우리가 가까이 접하는 콘텐츠에서 여성 혐오나 차별이 문제가 아닌 것처럼 가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게 쌓이고 쌓여 젠더 폭력이나 강력 범죄, 페미사이드(여성살해)가 발생한다"며 "이런 문제를 사소하게 보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쨌든 이 문제가 불거지고, 사람들이 반응해 메뉴판을 철거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전보다 감수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하며 "문화적인 변화와 더불어 대학 내부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축제를 책임지는 자치기구 단위에서 소수자 차별·혐오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내부 매뉴얼을 만들고, 성희롱·성추행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전남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경영대학 축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총괄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단과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대위 차원에서 진행하는 중앙 주점의 경우 성인지 교육 등을 사전에 진행한다고 밝혀왔다.


태그:#전남대 , #성적대상화 , #축제, #메뉴판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